배우 고민시가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작품 비하인드를 전했다.
2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넷플릭스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배우 고민시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한여름 찾아온 수상한 손님으로 인해, 평온한 일상이 무너지고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로, 지난 23일 모든 에피소드가 공개됐다. 공개 소감에 대해 고민시는 "작년 여름에 촬영했던 너무너무 사랑했던 작품이 세계적으로 공개되어서 영광인 거 같다. 저에게는 20대 마무리면서도 30대 시작인 작품이다 보니까, 너무 큰 영광이고, 기분이 좋다"라고 밝혔다.
공개 후 주변인들의 반응에 대해서는 "재밌게 보신 분들이 연락도 많이 오시고, 감독 선배님들도 먼저 연락을 해주셔서 감사하다. 가장 기억에 남은 반응 중에서는 ‘보기 드문 코리안 XX’라는 게 있었다. 스태프들과 톡방에서 이야기하면서, 해외 반응이 궁금했는데. 그 단어가 되게 강렬했던 거 같다"라며 "또 엊그제 염정아 선배님, 김혜수 선배님들 영화 '밀수'팀과 다 같이 만났었다. 그 자리에서 선배들이 '아없숲'을 다 같이 보자고 해서 ‘제발요! 창피해요’ 해서 그 자리에서 보진 않았는데, 다음날 다 연락해 주셨다. 너무 잘 봤다면서 혜수 선배님이 '이제 고민시의 시대가 열린 거 같다'며 너무 좋아해 주시더라. 감동이라고 했더니 '너라는 존재 자체가 감동이다. 앞으로도 더 좋은 작품 많이 많이 할 것'이라고 말씀해 주셔서 너무 좋았다. 저도 정아 선배님이 나오는 '크로스' 재미있게 정말 잘 봤다"라고 웃었다.
고민시는 서늘한 눈빛으로 극 중 맡은 미스터리한 인물 유성아를 맡아 열연을 펼친 가운데, 작품 합류 비하인드에 대해 전했다. 그는 "제가 처음부터 작품을 선택했다기보다는 모완일 감독님과 오디션 비슷한 형식의 미팅 2번을 하고 선택받았다.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제가 해내야 할 무게감이 다른 작품에 비해 깊이가 있다 보니, 정말 밤을 새우면서 고민했던 거 같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은 캐릭터를 만들 수 있을까. 현장에서도 호흡해야 할 배우들이 너무 존경하는 선배님들이라 민폐를 폐주고 싶지 않았다. 외적으로나 내면적으로나, 캐릭터를 만들어 나가는데 다른 작품에 비해서 어려웠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저도 사실 감독님의 생각이 궁금했다. 오디션 볼 때는 이 캐릭터로 절대 선택받지 않을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대본을 봤을 때 연상되는 느낌이 저랑은 거리감이 많이 있고, 늘 나도 몰랐던 나의 얼굴을 발견해 주는 제작진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긴 했지만, 그럼에도 거리감이 있다고 느꼈었다. 그래서 감독님께 저를 선택한 이유를 여쭤봤었다. 그 이유가, 제가 2차 미팅 때 한 번도 신지 않았던 구두를 신고 갔었다. 항상 미팅 때는 캐주얼하고 갔는데, 그날은 유독 그 구두가 신고 싶어서 신었는데 ‘신발이 예쁘네요’ 하시길래 ‘특별한 날에만 신는 거예요’라고 했었다. 그 문장 때문에 저를 캐스팅하셨나? 했더니 제가 대답 전에 3초 동안 고민하는 모습에서 유성아를 봤다고 하시더라. 무슨 행동을 하고 말할지 예측이 안 되는 성아의 모습이 찰나에 보였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그때부터 저도 감독님을 믿고 갔었다"라고 떠올렸다.
고민시가 바라본 캐릭터 '유성아'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그는 "저는 유성아는 인물을 이해하며 연기해야 했지만, 객관적으로 이건 살인마에 공감이 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공감은 개구리에 돌을 맞은 캐릭터들에 되어야 했다. 극중 지양철이 대사로 ‘내가 가던 길에 너희가 있었을 뿐’이라고 한다. 이건 유성아 입장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사실 성아에 대한 전사들도 많이 있긴 했다. 과거에 겪은 일이 무엇이 있었는지, 성아의 가족관계는 어떻게 형성됐는지. 왜 아이가 있는 사람과 결혼했는지도 있었지만, 극 중에 보이지 않는 이유는 시청자가 살인마의 사연을 납득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셔서인 것 같더라"라고 밝혔다.
그는 "우선 성아는 흥미를 느끼는 부분이 일반인과 아예 다르다. 아빠와 통화 부분만 보아도, 어떤 집안과 위치에 있는 인물인지가 보인다. 겉으로는 화려한 삶을 사는 거 같지만, 정작 자신과 대화를 진지하게 해주고 마주쳐주는 사람은 함명도 없다. 그중 유일하게 영하(김윤석 분)라는 인물이다. 아마 전남편도 영하와 비슷하게 유일하게 성아가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인물이었을 거다. 자신을 놀아주는 것처럼, 성아에겐 영화가 그런 존재였을 거다. 처음엔 펜션이 조용하고 한적한 게 좋아서 왔지만, 자신의 흔적을 LP판에 남기고 간 것도, 다시 왔을 때 이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궁금해서 한 거 같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어떤 일도 성아에게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성아에게 호기심을 유발하는 유일한 인물이 유성하였다고 생각한다. 펜션에 대한 집착도 펜션 자체가 아니고, 펜션과 영하와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성아는 원하는 것을 무조건 얻어야 하는 인물이라 그랬을 것이다. 성아는 자기 연민이 굉장히 강하면서도 감정 주체가 안 되고, 소시오패스 쪽에 가까운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연기를 위해 고민했던 지점도 전했다. 그는 "1화에서 보였던 1년 전 과거와 다시 펜션으로 돌아왔을 때의 느낌은 확 달랐으면 했다"라며 "또 제가 촬영한 시기가 스위트홈 2, 3을 하고 바로 다음이었었다. 가장 걱정한 건, 분장팀이 스위트홈과 아없숲 두 팀이 같다 보니, ‘그래도 민시야, 이번에 할 때는 조금 다른 느낌 메이크업이긴 하지만, 다른 게 뭐가 좋을까?’ 하면서 C컬이 들어간 스타일을 추천해 주셨다. 가르마도 바꿔보고. 1년 후 초반에는 날 선 느낌이 보일 수 있게 칼 단발로 등장하고. 그 이후로는 스타일링을 다양하게 추천해서 진행했다. 의상도 정말 많이 고민했다. 저도 그렇고, 스타일리스트가 정말 고생했다. 여러 가지 룩북으로 테스트해 보고, 컨펌도 받고. 후반부에는 감독님께서 어울릴 거 같은 의상으로 선택해 오면 믿어주시기도 했다. 배경과 어울리는 의상을 입고해 보려 했고, 극이 진행할수록 성아라는 인물이 입체적으로 보이기 위해 더 신경을 썼다"라고 설명했다.
촬영 현장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그는 "우선 하루도 빠짐없이 촬영하는 날이 너무너무 행복했다. 선배님들과 호흡하는 것도 재미있었고, 제가 존경하는 선배들과 한 현장에서 호흡을 나누는 것 자체가 제게는 너무 큰 재산이라고 생각한다. 스태프들도 너무 좋았다. 감독님도 너무 좋지만, 현장은 어디든 감독님과 비슷하다고 느꼈는데, 모완일 감독과 했던 현장의 스태프들은 너무 좋으셨다. 다들 천재이신가? 할 정도로, 한 분 한 분이 이 작품에 즐거움을 느끼며 촬영했다. 그런 것들이 한곳에 모여지면 시너지가 커지다 보니, 작품적으로나 연기적으로나 현장적으로나 제겐 큰 경험이 될 거 같다. 모든 현장 중 최애였다"라고 말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김윤석 배우에 대해서는 "윤석 선배님께서 ‘악역은 어느 극에서나 일대 다수랑 붙어서 외로운 인물이다. 단순히 악하게 보인다기보다는, 조금 더 입체적일 수 있게 극 중에서 사라져 버리고 싶은 인물이 아니라 계속 보고 싶고, 약간이 연민이라도 보이는 장면이 있다면 좋은 캐릭터’라고 해주셨다. 한 장면이라도 이 캐릭터가 희로애락을 느끼는 장면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씀 주시더라. 그래서 후반부에 영화와 대화할 때 ‘나 내일 한국을 떠날 거다’라고 할 때도, 성아가 보여주지 않았던 슬픈 감정을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장면에서 조금 더 입체적으로 보여주려 했던 거 같다"라고 떠올렸다.
더불어 "승조 선배와도 액션 장면도 하루 종일 찍었다. 초반에 대본을 보고 느꼈던 강한 텐션이 리허설할 때부터 훨씬 더 에너지가 폭발해서, 현장에 있는 모든 스태프가 놀랐었다. 저는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 승조 선배님의 에너지도 좋았고, 그러다 보니 한 장면 한 장면 몰입했다. 많이 뛰기도 했고, 부딪히는 것도, 정말 수도 없이 부딪혔었다. 작업이 길긴 했지만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성아의 전사가 많이 없었는데, 그 장면이 찰나지만 관계성이 보인다고 생각했다"라며 "윤서 배우와의 액션 장면도, 사실 저는 이끌려 다니는 게 편하다. 액션은 주도하는 게 늘 힘들기 때문이다. 윤서 배우가 몸을 잘 쓰더라. 거기에 몸을 맡기고 하면 되어서 너무 재미있게 촬영했다. 촬영장에서도 여자 여자가 붙어서 삽과 몽둥이를 들고 싸우는 장면이 흔치는 않으니, 재미있게 했었다"라고 떠올렸다.
작품 밖, 배우 고민시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아없숲' 촬영을 떠올리며 "저의 새롭고 다양한 모습들이 카메라에 담길 때마다 희열을 좀 느꼈다. 저는 항상 피 분장이나, 가난하거나 이런 역할을 많이 했다 보니, 그런 분장을 하다가 처음으로 작정하고 꾸미고 나온 게 장면에 담길 때마다 새로웠다. 도전하는 것에 있어서 되게 재미를 많이 느꼈다"라며 "(다른 작품에서도) 스스로가 재미없다고 느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늘 어떻게 망가지건, 다른 모습으로 나오는 게 좋다. 역할로서 숨 쉴 수 있는 순간이, 그때 제가 현장에서 너무 즐겁다. 결과물이 나왔을 때 그게 더 후회가 없는 거 같다. 앞으로도 다양한 역할을 맡아 혹여나 결과가 안 좋더라도 도전하는데 의미를 더 두고 싶다"라고 전했다.
특히 최근 tvN 예능 '서진이네2'에서도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그는 "'서진이네2'에서는 카메라가 어디 있는지 신경도 안 쓰고 일만 했다 보니. 저라는 사람이 들킨 거 같아 부끄럽기도 했었다. 그러면서도 뭐든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잘 비친 거 같아서 그런 부분이 감사하기도 하다"라면서 "그와는 다르게 배우로서의 모습도 저는 완전히 달라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늘 몸을 던지는 것에 있어 두려움을 안 느끼려고 한다. 분장 같은 것도 과감하게 하려는 것도 늘 즐겁다. 연기할 때만큼은 제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이미지인지, 변화가 얼마나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열려있었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도전하는 데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최근 끌리는 배역에 있어서는 "요즘에는 로맨스. 아니면 정통 사극이 하고 싶다"고 꼽은 고민시는 '넷플릭스의 딸'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너무 효녀가 되고 싶죠. 이렇게 즐겁게 만나서 좋은 성과까지 내면 너무 좋으니까. 앞으로도 넷플릭스와 또 작품을 하게 된다면, 좋은 효녀로서 활발하게 일하고 싶다"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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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