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프로 선수의 표본이다. 이런 선수가 또 있을까 싶다. 구단에서 급여를 지급하겠다는 데도 거부한 일본인 투수 다르빗슈 유(3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책임감은 차원이 다르다.
다르빗슈는 지난 27일(이하 한국시간) 자신의 SNS를 통해 화제가 된 연봉 포기에 대한 내용을 올렸다. 가족 문제를 이유로 지난달 7일 제한선수명단에 올랐던 다르빗슈는 지난 24일부터 해제돼 부상자 명단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26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라이브 BP를 소화하며 실전을 위한 준비를 마쳤고, 27일부터 선수단과 함께 세인트루이스 원정에도 동행했다.
이 과정에서 다르빗슈가 약 4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53억원의 급여를 자진해서 포기해 화제가 됐다. 지난 26일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A.J. 프렐러 샌디에고 야구운영사장은 다르빗슈에게 연봉 지급도 안 되고, 서비스 타임을 인정받지 못하는 제한선수명단 대신 6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려주겠다고 했다.
연봉을 정상적으로 지급받고, 서비스 타임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배려했지만 다르빗슈가 이를 거절했다. 다르빗슈 에이전트인 ‘와서맨 에이전시’ 조엘 울프는 “다르빗슈는 복귀를 위해 재활에 전념하지 않는데 돈을 받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제한선수명단에 올랐다. 나도 그런 경우 처음봤다”고 무척 놀라워했다.
다르빗슈도 27일 자신의 SNS를 통해 “오해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은 부상을 당해 경기를 뛸 수 없어서 돈을 받지 못한 게 아니다. 구장에 나가서 연습을 하거나 원정에 동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다르빗슈는 지난 6월2일 왼쪽 내전근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 이후 오른쪽 팔꿈치 염증으로 복귀가 늦어졌다. 이후 갑자기 제한선수명단에 올라 다르빗슈가 부상 중인데 굳이 부상자 명단에 오르지 않은 것처럼 비쳐졌다.
하지만 그 시기 다르빗슈는 팔꿈치 상태가 나아졌고, 부상이 아닌 가족사로 잠시 팀을 떠나야 했다. 선수단과 함께 움직이며 연습을 할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도의적으로 이 기간 급여를 받지 않아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르빗슈는 48일간 제한선수명단에 오르면서 약 400만 달러의 금전적인 손해를 봤다.
포스트시즌 싸움을 벌이는 상황에서 갑작스런 이탈이었기에 샌디에이고 구단으로서도 난감한 상황이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려 급여를 보전해주고 싶었던 프렐러 사장의 진심은 다르빗슈도 감사하게 받았다. 그는 “그런 상황에서도 60일 부상자 명단에 넣어 급여를 지급하고 싶다고 말해준 프렐러 단장의 배려에 정말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프렐러 사장도 “내게도 전에 없던 일이다. 다르빗슈는 내가 본 그 누구보다 야구와 스포츠에 헌신하는 사람이다. 그런 다르빗슈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없는 것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이다”며 가족사로 인한 어려움을 이해한 뒤 “다르빗슈가 제한선수명단에 있는 기간에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통화했다. 우리가 나눈 대화의 대부분은 야구와 관련된 것이 아니었지만 그는 캐치볼을 하고 있다거나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는 식으로 끝을 맺곤 했다”며 프로 의식을 치켜세웠다.
다르빗슈의 프로 의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말 샌디에이고의 포스트시즌 가능성이 멀어진 상황에서 팔꿈치에 웃자란 뼈가 발견된 다르빗슈는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시즌 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참가 여파로 피로가 쌓인 상태라 시즌을 일찍 마감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다르빗슈는 “경기에 나가는 것이 나의 일이다. 나가서 공을 던지기 위해 연봉을 받고 있다. 복귀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무례한 것이다”며 “팀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해서 복귀하지 않고 쉬는 건 나의 일에 대한 존중이 없는 것이다. 지금 내게 주어진 건 오늘과 내일 뿐이다”고 강한 책임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후 다르빗슈는 캐치볼을 하면서 복귀 준비를 했지만 팔꿈치 통증이 재발하면서 9월 중순 시즌 아웃이 확정됐다. 하지만 고액 연봉자로서 다르빗슈의 책임감과 사명감이 어떤지 보여주는 일화였다. 구단 배려를 사양하고 약 53억원의 급여를 포기한 이번 일로 다르빗슈의 프로 의식이 얼마나 투철한지 또 한 번 증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