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파이어볼러 문동주(21)가 전반기 난조를 딛고 후반기에 완벽히 부활했다. 새로운 무기 포크볼을 앞세워 후반기 토종 평균자책점 1위에 등극했다.
문동주는 지난 2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 6이닝 7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선발승 요건을 갖추고 내려갔지만 8회말 불펜이 3점을 주고 역전패, 아쉽게 승리가 날아갔지만 시즌 평균자책점을 5.71에서 5.38로 낮췄다.
승패를 떠나 이날 문동주의 투구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1회말 1사 후 고승민과 손호영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1,2루 위기에 몰렸지만 빅터 레이예스에게 2구째 낮은 포크볼을 던져 2루 땅볼을 유도해냈다. 4-6-3 병살타 이닝 종료. 2회말에도 전준우와 윤동희에게 안타를 맞아 1사 1,2루 위기가 이어졌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노진혁을 홈플레이트 앞쪽에서 뚝 떨어지는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 처리한 뒤 손성빈을 1루 팝플라이 유도하며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3회말에는 선두 황성빈에게 유격수 내야 안타를 허용했다. 이어 고승민 타석 때 3구째 포크볼이 폭투가 되면서 황성빈에게 단숨에 투베이스를 내주며 무사 3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고승민의 잘 맞은 타구가 3루수 정면으로 향하는 직선타가 되면서 황성빈까지 더블 아웃됐다.
적절한 운까지 따른 문동주는 4회말 내야 안타 1개를 빼고 3타자를 범타로 정리했다. 5회말에는 황성빈을 하이 패스트볼로 헛스윙 3구 삼진 처리하며 이날 첫 삼자범퇴를 만들었다. 여세를 몰아 6회말에는 레이예스와 전준우를 연속 헛스윙 삼진 돌려세우며 삼자범퇴했다.
레이예스 상대로 던진 이날 경기 84구째 공은 전광판에 160km으로 표기됐다. 이어 2개의 포크볼로 유인했다. 5구째 바깥쪽 포크볼을 참은 레이예스였지만 6구째 가운데 낮게 떨어지는 포크볼에는 배트가 안 나올 수 없었다. 엄청난 낙폭으로 떨어지는 포크볼에 크게 헛친 후 중심을 잃고 무릎을 꿇어야 했다.
다음 타자 전준우도 바깥쪽 낮게 떨어진 커브로 헛스윙 삼진 잡은 문동주는 퀄리티 스타트에 성공했다. 총 투구수 91개로 스트라이크 59개, 볼 32개. 최고 시속 159km 직구(44개) 외에 슬라이더(18개), 커브(15개), 포크볼(14개) 구사했다.
최고 시속 140km가 찍힌 14개의 포크볼이 눈에 띈다. 데뷔 후 구장 많은 포크볼을 던졌는데 문동주는 8월부터 포크볼을 꺼냈다. 고교 시절 이 공을 결정구로 썼지만 던질 때 손톱이 자주 깨져 프로에 와선 거의 던지지 않았다. 이후 오프스피드 일종인 체인지업 장착을 위해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가끔 던지긴 하지만 타자를 유인할 정도는 아니었다.
올 시즌 전반기 문동주는 13경기(66⅓이닝) 3승6패 평균자책점 6.92로 부진했다. 직구 구속이나 구위가 크게 떨어진 것은 아니었는데 타자들의 배트에 계속 맞았다. 직구, 커브, 슬라이더 위주로 던졌는데 투구 패턴이 단조로웠다. 빠른 슬라이더는 직구 타이밍에도 맞아나가 사실상 타자들의 선택지는 빠른 공 아니면 커브였는데 커브 제구가 안 되는 날은 여지없이 공략당했다.
서드 피치의 필요성을 느낀 문동주는 그동안 봉인해둔 포크볼을 해제하기로 마음먹었다. 전반기 한창 안 좋을 때부터 고교 시절 던지던 감을 되살려 포크볼을 연습했다. 지난 9일 문동주는 “고교 때 던졌던 것을 기억해서 던지고 있는데 아직 연습하는 정도”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지만 이후에도 포크볼을 계속 던지고 있다. 주로 좌타자 상대로 구사하는데 이날 롯데전에선 2개의 삼진 결정구로 쓰일 만큼 완성도를 높였다. 8월 들어 문동주가 던진 454구 중 41구가 포크볼로 비율은 9.0%.
김경문 한화 감독도 문동주의 포크볼 구사를 긍정적으로 봤다. 김경문 감독은 “그동안 안 던지던 공이 보이기 시작하면 타자는 그만큼 칠 확률이 떨어진다. 그 공을 얼마나 잘 던지느냐가 문제인데 좋은 직구를 갖고 있는 투수다. 나머지 변화구의 타이밍, 정타에 안 맞을 수 있는 투구를 한다면 이닝을 끌어가는 데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고 봤다.
후반기 7경기(39이닝)에서 문동주는 3승1패 평균자책점 2.77 탈삼진 42개로 확실히 살아났다. 후반기 규정이닝 투수 27명 중 평균자책점 4위로 외국인을 제외한 국내 투수 중 1위에 빛나는 성적이다. 9이닝당 탈삼진이 전반기 6.2개에서 후반기 9.7개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 공격적인 투구로 9이닝당 볼넷도 3.93개에서 1.9개로 줄며 7경기 모두 5이닝 이상 던졌다. 김경문 감독도 “유리한 카운트에서 자기 공에 자신감을 갖고 바로바로 승부한다. 문동주 이름에 걸맞은 피칭을 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전반기 두 번의 2군행으로 극심한 성장통을 겪었지만 이 과정에서 포크볼을 장착했다. 시련의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은 문동주에게 큰 무기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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