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신예 마무리들의 기세가 뜨겁다.
KT 위즈 마무리 박영현(21)은 KBO리그에서 20년 만에 ‘10승-20세이브’ 대기록을 달성했다. 두산 마무리 김택연(19)은 역대 고졸 신인 세이브 신기록(17세이브)을 세웠다. 두 젊은 투수는 불꽃같은 '150km'가 넘는 직구가 주무기다. 직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박영현은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경기에 4-4 동점인 8회 2사 만루 위기에서 등판, 1⅓이닝 무실점으로 구원승을 기록했다.
2사 만루에서 타점 1위 오스틴을 상대로 직구만 4개를 연거푸 던져 1루수 파울플라이로 위기를 넘겼다. 경기 후 박영현은 “무조건 정면 승부(직구)로 생각했다. 2스트라이크였어도 바로 승부에 들어갔을 것 같다. 성격상 좀 빠른 카운트에 승부하는 걸 좋아하고 오스틴 선수가 (3구째 파울)타이밍이 늦어서 이겼다 생각하고 더 자신감 얻어서 던졌다”고 말했다.
박영현은 이어 9회에는 문보경을 삼진, 최원영을 우익수 뜬공, 박동원을 좌익수 뜬공으로 가볍게 끝냈다. 1⅓이닝을 공 13개(직구 12개)로 퍼펙트 피칭을 했다. KT가 연장 10회초 4점을 뽑아 8-4로 앞서 나가자, 10회말 박영현에서 우규민으로 투수가 교체됐다. 우규민이 삼자범퇴로 경기를 끝냈다.
박영현은 이날 승리로 10승 21세이브를 기록했다. 2004년 조용준(현대)이 이후 20년 만에 나온 ‘10승 20세이브’ 진기록이다.
경기 후 박영현은 인터뷰 도중 김택연을 언급했다. 비슷한 나이대로 서로 친분이 있다. 박영현은 “택연이가 요즘에 힘든 것 같아 월요일에 전화 한 번 했다. 택연이도 나랑 성격이 비슷한 것 같다. 힘든데 그 순간을 즐기는 것 같고, 멘탈이 되게 강한 선수라고 느꼈다. 안 좋은 순간에도 ‘저는 뭐 나중에 있으니까, 뭐 신경 안 써요’ 이렇게 말하는 거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구 비율이 두 선수가 1~2등이라는 말에 박영현은 “택연이가 1등인가요”라고 되물으며 “요즘에 나도 직구 엄청 많이 던지는데”라고 살짝 아쉬움을 드러냈다.
스탯티즈 자료에 따르면, 올 시즌 김택연의 직구 비율은 75%, 직구 평균 구속은 148km다. 박영현은 직구 비율은 67%, 직구 평균 구속이 박영현 145.9km다.
박영현은 8월 들어 매 경기 직구 평균 구속이 147~148km를 찍고 있다. 직구 비율도 80% 가까이 된다. 지난 8일 KIA전에서는 1⅓이닝 21구 중에 직구를 16개 던졌고, 직구 평균 구속이 무려 151.1km였다. 지난 22일 키움전에서는 1이닝 11구를 던졌는데 모두 직구였다.
박영현은 직구는 김택연이 더 낫다고 인정했다. 그는 “택연이 직구가 워낙 좋아서, 같이 캐치볼을 해봤을 때 ‘얘는 진짜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게 볼이 되게 살아올라간다고 하잖아요. 내 생각에는 (직구는) 택연이가 1등인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선수는 지난 3월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서울시리즈 때 대표팀에 함께 발탁됐고 훈련 때 캐치볼 파트너였다고 한다.
박영현은 김택연과 최근 통화에서 “좀 힘들었냐, 그런 거 신경 쓰지 말아라, 이런 얘기를 했는데 (구원 실패) 그때는 힘들었는데 좀 괜찮아졌다라고 해서 나중에 밥이나 먹자 하고 얘기했다”고 소개했다. 마무리로서 몸 관리 등 조언을 해주느냐는 물음에 박영현은 "저도 마무리 1년차라서, 저도 배워야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택연은 27일 창원 NC전에서 8-7로 앞선 8회말 2사 1루에서 등판해 1⅓이닝 1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17세이브를 기록했다. KBO 역대 고졸 신인 최다 세이브 신기록을 세웠다. 2006년 나승현(롯데)의 16세이브를 넘어서 KBO 역사를 새로 썼다.
김택연은 54경기(57⅓이닝) 에 등판해 3승 2패 17세이브 4홀드 탈삼진 70개, 평균자책점 2.20을 기록하고 있다. 박영현은 53경기(64⅔이닝)에서 10승 2패 21세이브 탈삼진 77개 평균자책점 3.20을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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