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의 모든 팀들이 ‘선발 야구’를 갈망하고 있다. 선발 투수가 호투해서 최소한의 승리 요건을 만들어주고 이를 자연스럽게 결과로 이어가는 것. 롯데 자이언츠 선발진은 ‘최소한’의 역할은 잘해주고 있다. 하지만 모두 결과로 이어졌을까. 이 의문을 가진다면 롯데가 가을야구의 자격이 있는지를 곱씹어 봐야 한다.
롯데 선발진은 현재 47번의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선발 투수가 해야 할 최소한의 역할은 다한 셈이다. 물론 외국인 투수 찰리 반즈와 애런 윌커슨에게 이 기록이 ‘몰빵’되어 있다. 반즈와 윌커슨은 각각 15회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여기에 올해 부침이 심한 시즌을 보내고 있는 토종 에이스 박세웅도 11차례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선발진 3명이서 41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리그 퀄리티스타트 3위에 올라 있다.
4~5선발이 확실하게 갖춰져 있는 팀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한 KBO리그 상황에서 상위 선발 3명이 최소한의 역할을 해줬다는 것은 그만큼 높은 승률을 거둘 수 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롯데의 현재 순위는 8위에 머물러 있다. 선발들이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한 경기에서 롯데는 충분한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30승 16패 1무, 승률 6할5푼2리에 그쳤다. 리그 8위에 해당하는 저조한 승률이다. 퀄리티스타트시 승률 1~3위는 KIA(26승9패 .743) LG(36승13패 .735) 삼성(31승12패 .721)으로 모두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불펜진이 불안하고 또 디테일한 지점에서 삐걱거리니 선발 야구를 펼쳐도 더 높이 올라갈 수 없는 경기들을 펼치는 것. 상대를 압도할만한 타선이 아닌 것도 맞지만 그렇다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타선은 아니다. 하지만 수비 주루 등 세밀한 부분이 아직은 강팀, 가을야구로 올라설 수 있는 자격의 팀이라고 볼 수 없다.
27~28일, 한화와의 2경기에서 롯데는 1승1패를 거뒀다. 27일 선발 박세웅이 그동안 부진을 극복하면서 모처럼 7이닝 3피안타 3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고 28일 선발 반즈도 이전 등판들과 달리 불안한 제구력으로 위기를 자초했지만 7이닝 6피안타 4볼넷 5탈삼진 2실점(1자책점)으로 잘 버텼다. 모두 퀄리티스타트플러스 피칭. 하지만 모두 승리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27일 초반 무수한 선취점 기회를 만들었지만 타선의 결정력 부재, 그리고 주루 미스 등 안일한 플레이로 초반 기선제압에 실패했고 결국 선제 실점했다. 그래도 8회 뒷심을 발휘하며 3-1 역전승을 거뒀다.
28일은 초반 한화의 공세를 막아냈다. 실점 위기를 겨우 극복하면서 접전 양상을 만들었다. 그런데 6회 선두타자 김태연의 땅볼을 2루수 고승민이 뒤로 흘리며 위기를 자초했다. 불규칙 바운드로 고승민의 대처가 힘들긴 했지만 처리가 가능할 법 했다. 이후 노시환을 삼진 잡으면서 앤드런 작전으로 2루 도루를 시도했던 김태연을 잡아내지 못했고 이때 고승민은 다시 한 번 포구 실책을 범했다. 송구와 슬라이딩이 비슷하게 도착하면서 접전 타이밍이었지만 고승민이 송구를 뒤로 흘리면서 1사 3루가 됐다. 중견수 윤동희의 후속 커버도 빠르다고 볼 수 없었다. 결국 1사 3루에서 추가 실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