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작은 거인’ 김지찬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기막힌 수비를 연출했다. 하이라이트 필름을 장식할 만한 슈퍼 캐치로 팀 승리를 지켰다.
지난 29일 고척 키움전. 1번 중견수로 나선 김지찬은 1회와 5회 안타를 때려내며 시즌 33번째 멀티히트를 달성했다. 방망이만 잘 치는 게 아니었다. 외야 수비는 압권이었다. 0-1로 뒤진 키움의 연장 11회말 공격.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송성문이 삼성 김재윤과 풀카운트 끝에 9구째 포크볼을 힘껏 받아쳤다.
타구는 가운데 담장을 향해 쭉쭉 뻗어나갔다. 펜스를 넘어가거나 펜스를 직격할 만한 대형 타구였다. 하지만 중견수 김지찬이 몸을 날려 펜스에 부딪히며 타구를 걷어냈다. 김지찬의 슈퍼 캐치가 나오자 3루 측 원정 관중석은 열광의 도가니였다. 반대로 1루 측 관중석에서 탄식이 쏟아졌다.
국가대표 외야수 출신 이택근 SBS 스포츠 해설위원도 김지찬의 슈퍼 캐치를 지켜본 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지찬의 명품 수비 덕분에 한숨을 돌린 김재윤은 최주환을 우익수 뜬공 처리하며 1-0 승리를 지켰다.
삼성은 연장 혈투 끝에 키움을 꺾고 25일 대구 롯데전 이후 4연승을 질주했다. 연장 11회 결승 홈런을 터뜨리며 팀 승리를 이끈 주장 구자욱도 김지찬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다.
그는 공식 인터뷰를 통해 “너무 기뻤다. 1-1이 되면 또 연장을 가야 하니까 지찬이가 잘 잡아줘서 너무 고마웠다”고 했다. 구자욱은 또 “지찬이었기에 잡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100% 의심을 하지 않았다. 워낙 운동 신경이 뛰어나고 훈련도 열심히 한다”고 했다.
지난해까지 내야수로 뛰었던 김지찬은 올 시즌부터 외야로 수비 범위를 넓혔다. 뛰어난 야구 센스와 빠른 발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 덕분에 붙박이 중견수로 자리매김했다. 구자욱은 “연습할 때도 구장이 바뀌면 항상 체크하더라. 외야수 1년 차가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은데 지찬이의 재능이 좋아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박진만 감독은 “3연전 마지막 날 경기가 연장까지 이어지면서 선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질 법도 했는데 11회말 김지찬이 멋진 수비를 해냈다. 이런 장면에서 보이듯이 선수들 모두 끝까지 집중하며 귀중한 1승을 거뒀다”고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김지찬은 구단 공식 유튜브 채널 ‘라이온즈 TV’를 통해 “무조건 잡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팀이 어렵게 1점을 냈는데 이기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소감을 밝혔다. 언제부턴가 중견수 방향으로 타구가 뜨면 아웃이구나 하는 확신이 생긴다. 김지찬이 있으니까. 이쯤 되면 국가대표 주전 중견수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