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칸센 통조림’ 9시간…”돔구장도 소용없어” 태풍 10호에 중단된 일본 야구
OSEN 백종인 기자
발행 2024.08.30 07: 40

[OSEN=백종인 객원기자] 태풍의 영향으로 일본 프로야구(NPB) 선수들이 9시간 넘게 열차 안에 꼼짝 못 하고 갇히는 신세가 됐다.
스포니치, 스포츠호치, 닛칸스포츠 등 다수의 매체에 따르면 29일 다음 경기 장소로 이동하던 야쿠르트 스왈로즈 선수단 일부가 고속열차 신칸센 안에서 새벽 시간까지 속수무책인 ‘대기 상태’로 머물러야 했다. 태풍에 동반한 폭우로 운행이 불가능해진 탓이다.
이렇게 천재지변이나 사고로 인해 운행이 중단된 열차 안에 장시간 갇힌 상태를 일본 매스컴에서는 자조적으로 ‘신칸센 통조림(缶詰め)’이라고 표현한다.

태풍의 영향으로 NPB가 사실상 중단 사태를 빚고 있다. 사진은 그라운드를 정리하는 요코하마 구장의 직원들 모습. OSEN DB

보도에 의하면 야쿠르트는 이날 예정됐던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홈 경기를 일찌감치 취소했다. 그러나 주말 3연전이 열리는 히로시마로 이동하기 위해 선발로 예정된 투수들과 일부 스태프 등 10여 명을 미리 출발시켰다. 일기예보를 감안한 신속한 조치였다.
그러나 태풍의 영향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다가왔다. 도쿄를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오후 4시께부터 열차가 멈췄다. 시즈오카 지역에 시간당 60밀리미터의 물 폭탄이 쏟아진 탓이다. 3시간의 기다림 끝에 더 이상 전진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차내에는 ‘도쿄로 돌아간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그런데 이것도 쉽지 않았다. 귀향길에도 거센 비가 내리고 있었다. 열차는 어쩔 수 없이 신후지역에서 다시 멈췄고, 자정이 넘도록 기다려야 했다. 여기서 간식과 마실 것을 나눠주고, 하차를 희망하는 승객들은 내려줬다.
결국 기차가 다시 움직인 것은 새벽 1시 24분이었고, 도쿄에 도착한 것은 오전 3시가량으로 알려졌다. 그사이에 예정된 야쿠르트-히로시마의 경기는 30일을 포함해, 주말 3연전(8월 30일~9월 1일)이 모두 취소됐다.
그러니까 서둘러 떠나지만 않았으면, 괜한 고생은 하지 않아도 됐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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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상황은 다른 구단들도 비슷하다. 요코하마에서 한신전을 준비하던 DeNA도 팀을 2개로 나눠야 했다. 다음 일정을 위해 나고야로 가는데, 본진은 야간 경기의 경우 당일(30일) 이동이 원칙이다.
반면 선발대는 날씨를 감안해 하루 전인 29일에 출발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신칸센 도카이 노선 전체가 운행 중단되면서 불가능해졌다.
반대로 원정 일정을 소화하던 한신 타이거스 선수단은 발 빠르게 움직인 덕에 운행 중단 직전에 홈(오사카)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산산’으로 명명된 태풍 10호가 29일 일본에 상륙했다. 강풍과 호우를 동반해 유례없는 위력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 이번 태풍은 특히 인구가 많은 혼슈 중부 지역을 관통할 것으로 예보됐다. 게다가 이동 속도도 느려 우려가 크다. 이미 다수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태풍으로 인해 곳곳에서 산사태나 하천의 범람과 함께 정전 등의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주요 생산 시설이 멈추고, 항공이나 열차 등 교통편이 마비되는 재난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프로야구 정규시즌도 큰 영향을 받게 된다.
돔구장이 많아 기상 악화에 대한 적응력이 강하지만, 사실상 이 정도 천재지변에는 속수무책이다. 일단 선수단이나 관계자, 팬들의 발이 묶이게 된다. 특히 태풍 피해가 시작된 것이 이동일인 목~금요일이어서 피해가 크다. 여기에 가장 많은 수송량을 가진 도카이센(신칸센)이 모든 구간에서 운행을 중지했다.
SNS 등에는 이로 인한 변수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크다. 무엇보다 선두 다툼이 치열한 센트럴리그의 경우가 그렇다. 30일 현재 요미우리와 히로시마가 0.5게임 차이로 엎치락뒤치락 하는 형국이다.
팬들은 ‘선발 로테이션을 잘 조정해야 한다’, ‘신칸센 타이밍이 중요하다’, ‘9시간 통조림 당하면 큰 일이다’ 같은 반응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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