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하이메 바리아가 1이닝 만에 강판됐다. 진짜 에이스가 되어줘야 할 선수와 경력을 갖춘 선수가 실망스럽기 그지 없는 성적과 마주하고 있다.
바리아는 2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그러나 1회 피안타 5개를 허용하고 4실점을 하면서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이날 바리아는 윤동희와 고승민에게 연속 좌전안타를 허용했다. 이후 손호영에게 우전안타를 맞아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레이예스는 3루수 땅볼로 유도해 홈에서 아웃카운트를 추가했지만 전준우에게 우중간 싹쓸이 3타점 3루타를 얻어 맞았다. 3점 선제 실점을 허용했다. 이후 나승엽을 삼진으로 돌려세웠지만 정훈에게 중전 적시타를 내주며 4실점 째를 기록했다.
박승욱을 1루수 땅볼로 유도하면서 1회를 겨우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바리아에게 다음 이닝은 없었다. 김경문 감독과 양상문 투수코치는 바리아를 강판시키고 한승주를 투입했다.
바리아는 올 시즌 펠릭스 페냐의 대체선수로 합류한 뒤 14경기 5승4패 평균자책점 5.05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퀄리티스타트는 3차례 밖에 없었고 최근 7경기에서 1경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5회를 넘기지 못했다. 이날 등판이 4일 휴식이었지만 그럼에도 면죄부를 주기 힘든 내용과 성적이었다.
이닝 소화력도 떨어지는 상황에서 팀의 가장 중요한 길목에서 최악의 피칭을 선보였다. 바리아는 최고 150km의 포심 패스트볼을 11개 던졌고 슬라이더 12개를 기록했다. 투심은 1개만 던졌다.
1이닝은 바리아의 올 시즌 최소 이닝이었다. 경기 전 김경문 감독은 “바리아가 5이닝은 던져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6이닝 째 공 던지는 상태를 봐가지고 불펜 투수진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한화 불펜에서는 박상원 한승혁이 3연투가 걸려 있어 출격이 힘들었지만 다른 불펜들은 모두 가동이 가능했다. 어차피 한화는 이날 이튿날이 30일이 휴식일이었고 총력전도 각오했다.
그런데 외국인 선발의 부진과 1이닝 강판은 계산에 없던 시나리오다. 5이닝도 아닌 1이닝 만에 강판되는 충격의 경기였다. 아무리 이튿날이 휴식일이라고 하더라도 불펜 운영이 꼬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한화 마운드가 롯데 타선을 이겨내지 못하면서 승부수의 의미가 퇴색됐지만 바리아는 최소한의 역할도 해주지 못했다. 타선도 롯데 마운드를 두들기며 뒤늦게 추격을 이어갔던 경기였기 때문에 바리아의 1이닝 강판은 두고두고 아쉬울 수 있었다.
메이저리그 통산 22승을 거둔 바리아는 지난 5월 말, 한화와 총액 55만 달러(약 7억3000만 원)에 계약을 맺었다. 확실한 에이스 역할을 해주기를 바랐다. 그런데 화려한 빅리그 경력에 비해 한화에서의 모습은 모두가 만족할 수 없다. 당장 퀄리티스타트도 3번 밖에 하지 못했고 5이닝을 버티는 게 버겁다.
지난 24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5이닝 동안 4피안타 1볼넷 5탈삼진 2실점, 투구수 67개를 기록하고 강판됐다. 당시 김경문 감독은 “투구수로 보면 더 가는 게 맞지만 바리아가 양상문 코치한테 6회 올라가기 전, 주자 나가면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힘이 좀 떨어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5회까지 1실점을 했던 바리아는 선두타자 정수빈에게 볼넷을 내줬고 결국 마운드를 내려왔다. 2-1의 살얼음 리드 상황에서 바리아는 경기를 책임지지 못했다. 뒤이어 올라온 박상원이 양의지에게 동점 2루타를 맞으며 경기는 다시 균형이 맞춰졌다. 7-6으로 간신히 승리하며 시리즈 스윕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바리아의 퍼포먼스와 태도는 아쉬움을 주기에 충분했다.어느덧 바리아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5.50이 됐다. 5이닝도 믿고 맡길 수 없는 투수가 되는 것일까. 바리아가 역할을 해주지 못하면서 5강의 중요 길목, 반드시 잡고 올라가야 하는 롯데를 상대로 루징시리즈롤 당했다. SSG 랜더스에 하루 만에 6위 자리를 내줬고 7위로 내려 앉았다. 5위 KT와 승차는 다시 2경기로 벌어졌다. 독립리그 출신 동료 라이언 와이스와 비교되는 바리아의 행보에 실망감만 쌓이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