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르윈 디아즈가 경기장 곳곳에서 팀 퍼스트 정신을 보여주며 선수단과 팬들을 흐뭇하게 했다.
2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전에 앞서 삼성 선발 라인업에 반가운 이름이 보였다. 지난 27일 손목에 투구를 맞고 경기에서 빠졌던 르윈 디아즈가 이틀 만에 선발 라인업에 복귀한 것.
27일 경기 4회초 1사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디아즈는 헤이수스의 2구째 149km/h 강속구에 왼쪽 손목으로 그대로 강타당했다. 극심한 고통을 호소한 디아즈는 대주자 윤정빈으로 교체됐다.
경기 후 삼성 구단은 “디아즈는 병원 검진 결과 특이 소견이 없다고 나왔다. 선수 본인도 아픈 곳이 없는 상태다. 내일 훈련을 통해서 다시 한번 몸상태 체크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박진만 감독은 신중했다. 28일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나 "검진 결과 이상이 없지만, 보호 차원에서 오늘 대타로 대기한다. 선수 본인은 출전 의지가 있었는데 불편함이 남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루 정도는 선발에서 빼주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미소와 함께 그라운드에 등장한 디아즈는 스프레이 파스를 뿌리며 타격 훈련을 정상 소화했다.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지만 더그아웃에서 열정적인 응원으로 선수단에 힘을 보탰다.
선수의 바람대로 29일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복귀 안타를 신고 했다.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3회초 2사 2루 상황에서 디아즈는 우전 안타를 때렸다. 키움 우익수 원성준의 강력한 홈 송구로 구자욱의 득점은 아쉽게 무산 됐지만 상대 배터리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공수 활약뿐만 아니라 팀 분위기 업에도 앞장섰다. 2회말 2사 2루 키움 김태진을 투수 앞 땅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타구를 맞은 선발 황동재를 안아주며 위로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어 3회말 1사 1루 위기에서 센스 넘치는 수비로 김혜성을 땅볼로 처리하며 황동재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중계를 맡은 윤성호 캐스터는 “시즌 중간에 영입한 외국인 선수가 타격 능력 좋고 동료들과 분위기 잘 만들어가고 수비 탄탄하게 이어가면 말할 것도 없다”라고 감탄하자 이택근 해설위원은 “디아즈 선수가 지금 오려고 외국인 선수들이 속을 썩였다”라며 칭찬했다.
연장 11회말 팀을 존중하는 디아즈의 모습이 포착됐다. 키움 송성문의 큼지막한 타구를 멋진 점프 캐치로 처리한 김지찬을 향해 모자를 벗어 인사한 디아즈. 보통 투수가 멋진 수비를 펼친 동료에게 모자를 벗어 고마움을 전하는 장면이 익숙하지만 디아즈는 환호 대신 모자를 벗어 멋진 수비에 경의를 표하며 훈훈함을 자아냈다.
공수 활약과 더불어 팀 케미에도 진심인 르윈 디아즈. 삼성팬들에겐 복덩이도 이런 복덩이가 없다.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