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에 나서는 것이든, 그리고 가을야구의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는 것이든 간절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정훈(37)은 조력자를 자처하면서 롯데 희망을 이어가려고 한다.
정훈은 2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 7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4타수 3안타 3타점 1득점 1도루의 맹활약을 펼쳤다. 우천 중단 1시간 8분 포함해 5시간 30분 무박2일 혈투에서 14-11 승리를 이끌었다.
5경기 만에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정훈은 기대했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1회말 전준우의 3타점 3루타로 기선을 제압한 상황. 추가점 기회가 계속됐다. 1사 3루에서 나승엽이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2사 3루로 득점 기회가 소멸되는 듯 했지만 정훈이 등장해 중전 적시타로 3루 주자를 불러들여 4-0의 리드를 만들었다.3회말 두 번째 타석에서도 선두타자 레이예스가 우전안타로 출루한 뒤 전준우 나승엽이 나란히 삼진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2사 후 등장한 정훈이 좌전안타로 2사 1,2루 기회를 이어갔다. 이후 박승욱의 볼넷과 손성빈의 내야안타로 5-0의 추가점을 얻었다.
우천 중단 이후 한화의 추격이 시작된 시점, 정훈은 달아나는 적시타를 뽑았다. 4회말 손호영의 적시타, 나승엽의 적시 2루타로 7-2를 만들었고 2사 2,3루에서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때려내 9-2까지 만들었다. 올 시즌 5번째 3안타 경기를 완성했다.
6회말에도 11-5까지 따라 온 상황, 무사 1루에서 볼넷을 걸어나가며 4출루로 기회를 이어갔고 윤동희의 2타점 2루타 때 홈을 밟았다. 이후 팀의 불펜진이 흔들리면서 대승이 진땀승으로 변해갔지만 정훈은 이날 코칭스태프의 수훈선수로 꼽히기 충분했다. 올해 야심차게 1루수 주전 자리를 노렸고 의지도 충만했다. 하지만 결국 주전으로 선택 받은 선수는 젊고 유망한 나승엽이었다. 백업 자리에 만족할 수 없었지만 정훈은 자신이 주어진 환경에서 묵묵히 노력했다. 정훈은 팀이 필요한 자리는 어디든지 나설 준비를 했고 1루수는 기본에 한동안 보지 않았던 3루수에 외야수까지 나섰다. 한정된 기회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100% 이상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고 또 출전 기회를 갈구하고 있다.
올 시즌 성적은 타율 2할7푼2리(239타수 65안타) 9홈런 41타점 OPS .804의 성적이다. 기회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보여줬다. 간절함이 기록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젊은 선수들의 멘토 역할을 자처했고 팀의 분위기를 북돋웠다. 지난 24일 대구 삼성전, 윤동희의 쐐기 투런포 당시 몸을 풀고 있던 정훈이 두 팔을 벌려 기뻐하던 모습은 그가 얼마나 팀을 위해 진심이고 젊은 선수들을 위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정훈에게, 그리고 롯데에 기회와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정훈은 29일 경기가 끝나고 “정말로 긴 시간 동안 힘든 경기를 했다. 비가 많이 내렸기 때문에 플레이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하지만 어려운 경기 모든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앞으로도 남은 경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릴 수 있도록 베테랑으로서 최선을 다해 서포트하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모두가 주인공이 되고 싶어하지만 정훈은 조력자로서, 베테랑으로서 팀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재차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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