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한여름 폭발적인 기세가 부산에서 제동이 걸렸다. 사직구장 공포증이 14년째 지속되면서 상승세가 한풀 꺾였지만 5강 불씨는 살아있다. 에이스 류현진(37)이 불씨를 크게 키워야 한다.
한화는 지난 27~29일 사직 롯데전을 1승2패 루징시리즈로 마쳤다. 1승1패를 주고받은 뒤 위닝시리즈를 걸고 싸운 29일 경기가 아쉬웠다. 68분간 우천 중단 여파 속에 자정이 넘어서까지 혈투를 치렀지만 11-14로 패했다. 선발 하이메 바리아가 1이닝 4실점으로 조기 강판되면서 경기 초반부터 분위기를 내준 게 뼈아팠다.
사직 원정에 들어가기 전 8경기 7승1패를 거두며 5위 KT를 1경기 차 7위로 압박했던 한화는 결국 또 사직의 벽을 넘지 못했다. KT가 LG와의 4연전을 2승2패로 마쳐 두 팀의 격차는 1.5경기로 조금 벌어졌다.
한화로선 지긋지긋한 사직 공포증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한화는 2011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14년간 사직 원정에서 한 번도 상대 전적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2011년 2승8패, 2012년 8패1무, 2013년 1승7패, 2014년 1승6패 2015년 2승3패, 2016년 2승4패, 2017년 2승6패, 2018년 3승5패, 2019년 2승3패, 2020년 8패, 2021년 3승4패1무, 2022년 3승5패, 지난해 2승5패로 밀렸고, 올해도 1승5패로 남은 3경기에 관계없이 14년 연속 사직 원정 열세가 확정됐다.
이 기간 사직 원정에서 총 103경기를 치러 24승77패2무로 2할대(.238) 승률에 그쳤다. 같은 기간 대전 홈에선 롯데 상대로 107경기 56승50패1무(승률 .528)로 우위를 점했는데 부산만 내려가면 희한하게 경기가 안 풀렸다.
비록 사직 원정 징크스는 계속됐지만 한화의 5강 불씨도 살아있다. 1.5경기 차이로 살짝 벌어지긴 했지만 잔여 시즌 23경기로 추격 기회가 남아있다. 불씨를 크게 키우기 위해선 31일 대전에서 열리는 KT와의 홈경기를 꼭 잡아야 한다.
이 경기를 이기면 0.5경기로 KT에 따라붙을 수 있지만 패하면 2.5경기로 더 벌어지게 된다. KT와 올 시즌 마지막 대결이라 직접적으로 격차를 좁힐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 한화로선 전력을 쏟아부어야 하는 경기. KT 상대로 올해 10승5패 확실한 우위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자신감을 갖고 들어갈 수 있다.
선발투수로 출격하는 에이스 류현진의 어깨가 무겁다. 올 시즌 24경기에서 팀 내 최다 138⅓이닝을 던진 류현진은 8승7패 평균자책점 3.84 탈삼진 117개를 기록 중이다. 전성기 같은 엄청난 성적은 아니지만 토종 에이스로 손색없는 성적이다. 지난달 31일 수원 KT전, 7일 대구 삼성전에서 2경기 연속 12피안타로 체력이 떨어졌나 싶었지만 최근 3경기 2승 평균자책점 0.98로 안정을 찾았다. 18⅓이닝 동안 삼진 18개를 잡을 정도로 구위가 여전하다.
올해 KT를 상대로 가장 많은 6번째 등판에 나선다. 5경기 성적은 2승2패 평균자책점 4.34. 3월29일 대전 경기 6이닝 2실점, 6월6일 수원 경기 6이닝 무실점, 7월3일 대전 경기 7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지만 4월24일 수원 경기 5이닝 7실점 5자책점, 7월31일 수원 경기 5이닝 6실점 5자책점으로 부진했다. 장성우(14타수 7안타 타율 .500), 황재균(14타수 4안타 타율 .286 2홈런)이 류현진에게 강한 면모를 보였다. 김상수(11타수 5안타 타율 .455)도 잘 쳤지만 손가락 부상으로 현재 1군 엔트리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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