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육상부’ 두산을 상대로 롯데가 8회에만 3도루를 뽑는 발야구로 추가점을 올려 승리를 굳혔다. 롯데 김태형 감독은 한 박자 빠른 투수교체와 대주자 투입의 용병술을 펼치며 친정을 상대로 개인통산 700승을 거두는 기쁨을 맛봤다.
3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롯데는 두산 선발 곽빈을 상대로 차곡차곡 득점을 쌓으며 4회까지 4-0으로 앞서가다 두산 캡틴 양석환에게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스리런 홈런(시즌 29호)을 허용했다. 4-3 박빙의 승부.
5회 롯데는 2사 1루 상황 캡틴 전준우가 선발 곽빈을 상대로 2볼-2스트라이크에서 5구째 슬라이더(135km)를 때려 한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 홈런(시즌 15호)을 터트렸다. 6-3으로 점수 차를 벌렸다.
반격의 불씨를 당긴 두산은 5회말 2사 만루 찬스를 만들었다. 롯데 벤치는 승리투수 요건에서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긴 선발 김진욱을 과감하게 내렸다. 이 상황을 이어받은 한현희는 양의지를 상대로 스트라이크 낫아웃 폭투로 1실점 후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2점차 아슬한 리드 속 8회를 맞이한 롯데. 선두타자 레이예스가 안타를 치고 나가자 롯데 벤치는 ‘마성의 남자’ 황성빈을 지체없이 대주자 카드로 꺼냈다. 황성빈은 전준우 타석에서 초구에 거침없이 2루를 훔쳤다. 이후 전준우는 몸 맞는 공으로 출루해 무사 1, 2루의 추가점 찬스가 났다.
타석에 들어선 나승엽은 득점권 상황에서 희생번트 자세를 취하다 강공 전환하며 두산을 압박했다. 주자 황성빈은 상대의 혼란한 틈을 놓치지 않고 4구째 3루를 훔쳤다. 상대 배터리는 허를 찔려 송구도 하지 못했다. 무사 1, 3루를 상황을 맞은 나승엽 또한 다음 공에 곧바로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쳐내며 ‘되는 집’ 야구를 완성했다.
7-4 한 점 더 앞서 나간 8회초 1사 1루 상황. 롯데에서 원조 육상부의 데자뷔가 나왔다.
정훈 타석에서 두산 배터리는 장두성의 도루를 잡아내기위해 피치아웃을 걸었다. 아랑곳없이 뛴 장두성은 2루수 강승호의 태그보다 손이 베이스에 먼저 닿으며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장두성은 그라운드에 등을 대고 구르며 숨을 고르는 제스처로 피치아웃을 이겨낸 발야구를 자축했다. 이후 추가점은 나오지 않았지만, 1이닝 3도루로 상대 내야진의 혼을 쏙 빼놨다.
롯데는 8회 2아웃까지 김상수, 이후 4아웃을 김원중에게 맡기며 3점차 리드를 지켜내 3연승을 달렸다. 가을야구 희망도 계속 이어간다.
롯데 김태형 감독의 개인통산 700승 쐐기점이 645승을 기록한 ‘친정’ 두산 홈 잠실에서 도루를 통한 발야구로 만들어졌다. 원조 육상부를 이끌며 왕조를 이룬 김태형 감독이 잠실 3루 응원석을 향해 기념구와 꽃다발을 들고 700승 인사를 전했다. 야구 참 묘하다. /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