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역대 최초 50홈런-50도루 대기록 향해 나아가는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에게 모든 야구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메이저리그 최고 이슈 몰이를 하고 있지만 그에 따른 반작용도 크다. 오타니에게 과몰입한 일부 팬들의 도 넘은 비난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일본 야구전문매체 ‘풀카운트’는 지난 1일 오타니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진 뒤 비난에 시달리고 있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투수 잭 갤런(29)의 호소를 전했다.
갤런은 지난달 31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와의 홈경기에 선발로 나서 5이닝 6피안타(1피홈런) 2볼넷 7탈삼진 5실점으로 부진했다. 투구 내용을 떠나 2회초 오타니를 맞힌 공이 문제가 됐다. 초구 몸쪽 높게 들어간 시속 94.6마일(152.2km) 포심 패스트볼이 오타니의 오른쪽 팔꿈치를 맞힌 것이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다. 잠시 타석에 주저앉았던 오타티는 금세 일어나 1루로 걸어나갔다. 오른쪽 팔꿈치 보호대 쪽을 맞아 충격을 흡수했다. 1루에 나간 오타니는 2루 도루에 성공했고, 8회초 솔로 홈런까지 터뜨리며 몸 상태에 이상이 없음을 증명했다.
그러나 오타니를 맞혔다는 이유로 일부 팬들의 비난이 갤런의 SNS에 쏟아졌다. 갤런은 “고의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며 “몸쪽으로 던진 게 너무 깊게 들어갔다. 강타자이기 때문에 최대한 정확하게 던지려고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부 몰지각한 팬들은 일본어로 갤런에게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갤런은 “일본어를 읽지 못하는 것이 행운이라고 할 수 있겠다”고 쓴웃음을 지으면서 “(일부 팬들이) 비난을 멈추길 바라지만 금방 그렇게 될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갤런만 이런 상황에 처한 게 아니다. 탬파베이 레이스의 좌완 투수 리차드 러브레이디(29)도 지난달 26일 다저스전에서 8회말 오타니에게 몸에 맞는 볼을 던졌다. 4구째 시속 91.8마일(147.7km) 몸쪽 싱커가 스윙을 하려던 오타니의 왼쪽 전완부를 맞혔다. 조금만 높게 들어갔으면 손목 골절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오타니가 비명을 지른 뒤 1루로 뛰어가며 통증을 다스린 사이 다저스타디움 홈팬들이 러브레이디에게 야유를 보냈다. 다행히 오타니는 경기를 끝까지 뛰었고, 검사 결과 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일부 팬들이 가만 있지 않았다. 러브레이디가 사구 직후 오타니의 상태를 살피지 않고 심판에게 헛스윙 여부를 물어본 것에 분노한 것이다.
가족을 위협하는 협박 메시지까지, SNS 테러에 못 이긴 러브레이디는 결국 자신의 계정을 폐쇄했다. 러브레이디의 아내 매디도 SNS 계정을 삭제하며 “우리 가족을 협박하는 행위는 도를 넘었다. 이것은 단지 야구일 뿐이지 그 이상 의미는 없다. 누구도 이런 대우를 받아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그로부터 5일 만에 오타니를 맞힌 갤런도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 그는 “선수에 대한 비방은 어쩔 수 없다. 내게만 하면 괜찮다. 스스로 대처할 수 있다”면서도 “가족에게도 증오에 가득찬 메시지가 보내지는 것은 정말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다. 가족들은 당사자가 아니다”고 말했다.
경기 중 의도치 않게 벌어진 일로 선수와 그의 가족들을 비난하는 것은 팬들의 성숙하지 못한 표현 방식이다. 오타니로서도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의 뜻과는 무관하지만 본의 아니게 피해를 끼친 상황이다. 이 역시도 일거수일투족을 주목받는 슈퍼스타의 숙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