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가 배출한 메이저리그 투수 메릴 켈리(36·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또 LA 다저스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번에는 경기 시작부터 3연타석 홈런으로 굴욕을 맛봤다.
켈리는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다저스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 5⅓이닝 10피안타(3피홈런) 1볼넷 1탈삼진 6실점(4자책)으로 무너졌다. 타선 지원을 받아 패전은 면했지만 애리조나는 6-8로 졌고, 켈리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3.98에서 4.30으로 치솟았다.
1회초 시작부터 다저스가 자랑하는 ‘빅3’ 오타니 쇼헤이,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에게 3연타석 솔로 홈런을 맞았다. 오타니와는 8구 풀카운트 승부를 펼쳤지만 커브가 한가운데 몰리면서 중월 홈런을 내줬고, 베츠에겐 2구째 슬라이더를 공략당해 좌중월 솔로포 허용했다. 프리먼에겐 초구 포심 패스트볼이 한복판에 몰리면서 우중월 솔로포로 이어졌다.
시작부터 홈런 3방을 두들겨 맞은 켈리는 1회말 타선이 4득점 지원을 하며 1점 리드를 안고 2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곧바로 다저스에 리드를 내줬다. 맥스 먼시와 미겔 로하스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며 이어진 위기에서 오타니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 프리먼에게 중전 적시타를 허용하며 2점을 줬다.
5회초에도 2사 후 개빈 럭스에게 우측 2루타, 먼시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으면서 추가 실점했다. 6회초 1사까지 책임지며 83구를 던지고 교체됐다. 최고 시속 94.9마일(152.7km), 평균 92.2마일(148.4km) 포심 패스트볼(21개) 외에 커터(23개), 체인지업(17개), 커브(14개), 슬라이더, 싱커(이상 4개)를 고르게 던졌다.
볼 스피드는 좋았지만 타자들이 치기 좋은 코스로 공이 들어갔다. 경기 후 켈리도 “오늘 내가 맞은 거의 모든 투구를 보면 실투였다. 오타니에게 던진 커브, 베츠에게 던진 슬라이더, 프리먼에게 던진 패스트볼 모두 가운데로 들어갔다”며 “건강하고, 구속도 잘 나오고 있지만 내가 원하는 곳에 던질 수 없다면 그건 헛수고”라고 자책했다.
켈리로선 또 다시 다저스 공포증을 극복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2015~2018년 4년간 KBO리그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의 활약을 발판 삼아 애리조나와 계약하며 2019년 메이저리그 데뷔 꿈을 이룬 켈리는 올해까지 6시즌 통산 135경기(796⅔이닝) 52승43패 평균자책점 3.83 탈삼진 714개로 활약 중이다. 두 자릿수 승리가 3시즌으로 꾸준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같은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에 속한 다저스만 만나면 힘을 못 썼다. 다저스전 통산 17경기에서 승리 없이 11패만 당하며 평균자책점 5.56으로 고전했다. 특히 2022년에는 5경기 5패 평균자책점 8.25로 무너졌다. 지난해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 다저스 상대로 6⅓이닝 3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를 따냈지만 아직 정규시즌 기준으로는 다저스전 무승 11연패 중이다.
7월 이후 무서운 상승세를 타며 NL 서부지구 1위 다저스를 한때 2.5경기 차이로 압박했던 애리조나는 최근 3연패를 당해 격차가 6경기로 벌어졌다. 켈리의 이날 부진이 더욱 아쉬운 상황이지만 그래도 NL 와일드카드 공동 1위로 포스트시즌 티켓을 따낼 가능성이 높고다. 켈리에게도 가을야구에서 다저스에 설욕할 기회가 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