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1위 KIA 타이거즈가 또 2위 팀을 혼쭐내며 정규리그 우승의 9부 능선을 넘었다. 잔여 시즌 18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우승 확정 매직넘버를 ’12’로 줄였다.
KIA는 지난 1일 대구 삼성전을 6-5 역전승으로 장식했다. KBO리그 데뷔전을 가진 부상 대체 외국인 투수 에릭 스타우트가 4이닝 5실점으로 무너지며 3회까지 0-5로 밀리던 경기를 뒤집었다. 3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두 번째 투수 김기훈을 필두로 불펜이 5이닝 무실점을 합작한 가운데 7회 김도영, 나성범의 홈런 2방으로 동점을 만든 뒤 9회 이우성의 결승 2루타로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그 전날(8월31일) 삼성전도 27안타를 주고받는 난타전 끝에 KIA가 15-13으로 짜릿한 재역전승을 거뒀다. 2연전 시작 전까지 4연승을 질주한 2위 삼성이 KIA를 4.5경기 차이로 추격하며 1위를 넘봤지만 희망은 희망은 끝났다. KIA가 2경기를 모두 잡고 격차를 6.5경기로 벌리며 1위 굳히기에 들어갔다.
2위 팀에 유독 강한 KIA의 1위 본능이 어김없이 빛을 발했다. KIA는 올해 1위를 달리고 있을 때 2위 팀을 만난 18경기에서 16승2패로 무려 8할대(.889) 승률을 자랑한다. 다른 팀은 몰라도 2위 팀은 확실히 잡고 또 잡았다. 2위 팀이 KIA를 만날 때마다 패하자 ‘호랑이 꼬리 잡기의 저주’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이 저주에 가장 먼저 당한 팀이 NC였다. 지난 4월18일까지 2위 NC에 1경기 차이로 쫓긴 KIA는 17~19일 광주 3연전을 2승1패 위닝시리즈로 장식, 격차를 2경기로 벌렸다. 그로부터 한 달의 시간이 흘러 NC가 다시 1경기로 따라붙었지만 5월17~18일 창원 경기에서 KIA가 연승을 거두며 달아났다.
그 다음은 두산이었다. 5월23일까지 4연승을 달린 두산은 1위 KIA에 1경기 차이로 따라붙으며 광주로 내려갔다. 그러나 24~26일 3연전을 KIA가 2승1패 위닝시리즈로 장식해 추격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 다음은 LG 차례였다. 6월17일까지 1위 KIA에 1.5경기로 좁히며 광주 원정에 나섰지만 18일 3연전 첫 경기를 패하며 3위로 내려갔다. 19일 경기를 이기며 다시 2위에 올라 KIA를 상대했지만 20일 경기를 지면서 루징시리즈를 당했다. 전반기를 KIA에 3.5경기 뒤진 2위로 마친 LG는 후반기 시작부터 호랑이 꼬리 잡기의 저주에 시달렸다. 7월9~10일 잠실 경기에서 KIA가 연이틀 승리하며 LG를 3위로 떨궈냈다.
LG가 내려간 뒤 삼성이 2위로 올라섰다. 7월16일까지 4.5경기 차 2위였던 삼성이 광주 원정에서 호랑이 꼬리 잡기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17~18일 KIA가 연승을 하면서 삼성이 3위로 내려갔다.
그러자 LG가 다시 2위로 올라와 1위 KIA를 만났다. 지난달 15일까지 KIA에 4경기 차이로 따라붙어 역전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이번에도 여지가 없었다. KIA가 16~17일 잠실 경기를 모두 잡고 1위를 굳건히 했다.
그리고 다시 삼성에 사실상 마지막 1위 역전 기회가 왔다. 지난달 30일까지 4.5경기 차 2위였던 삼성이 호랑이 꼬리 잡기를 시도했지만 KIA의 1위 본능은 무서웠다. 대구 원정에서 KIA가 2경기 모두 역전승으로 장식하며 격차를 6.5경기로 벌렸다.
KIA는 올해 2위 팀 상대로 총 8번의 시리즈를 모두 우위로 장식했다. 3연전 기간 상대팀이 3위로 떨어진 뒤 경기 결과까지 포함하면 22경기 19승3패(승률 .864). 보통 1~2위 팀이 붙으면 대등한 양상을 보이기 마련이지만 올해 KIA는 이 같은 공식을 완전히 깼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전력 평준화 속에 물고 물리는 먹이 사슬이 어느 때보다 극심하다. 1위 KIA는 7~8위 롯데(5승7패1무), SSG(6승9패) 상대로 열세를 보였다. 하지만 1위 등극을 노리던 2위 팀들의 사다리를 끊어버리며 1위를 굳혔다. KIA 꼬리를 잡으려다 놓친 2위 팀들이 그 이후 하나같이 성적이 급락한 것도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