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저를 버리지 않은 것 같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외야수 이우성이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이우성은 지난 1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 경기에 7번 1루수로 나섰고 3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팀 승리에 기여했다.
이우성은 0-5로 뒤진 4회 무사 1,3루서 좌익수 희생 플라이로 타점을 올렸고 5-5로 맞선 9회 좌중간 2루타를 터뜨려 1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3회까지 0-5로 끌려가던 KIA는 타선의 집중력을 앞세워 6-5 역전승을 장식하며 주말 2연전을 싹쓸이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이우성은 “하늘이 저를 버리지 않은 것 같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추격의 시작을 알리는 희생 플라이와 결승타를 터뜨렸지만 마냥 기뻐하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대구 삼성전에서 5-2로 앞선 2회 수비 실책을 범하며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 선발 황동하는 1⅓이닝 3피안타 3볼넷 2탈삼진 6실점(3자책)으로 무너졌다.
이우성은 “팀은 (15-13으로) 이겼지만 제가 실책이 빌미가 되어 (황)동하에게 사과도 못할 만큼 너무 힘들었다. 나중에 사과를 하긴 했지만 저보다 한참 후배인 동하한테 너무나 미안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그럼에도 감독님께서 제게 선발 출장 기회를 주셔서 팀이 도움이 되고 싶었다. 감독님의 기대에 보답할 수 있어 다행이다. 하늘이 저를 버리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남자는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에게 목숨을 바친다. 누군가의 믿음이 주는 힘은 자신이 가진 능력 그 이상을 발휘하게 만든다. 이우성 또한 이범호 감독의 한결같은 믿음에 보답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다들 열심히 하는데 제가 (좋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 같았다. 그래서 감독님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다. 제 마음에서 우러나왔다”. 이우성의 말이다.
이범호 감독은 “가뜩이나 소심한 녀석이 왜 더 소심하게 그러냐. 자신감을 가져라”고 다독였다. 그러자 고개를 떨궜던 이우성도 다시 한번 힘을 내기로 했다. “대장님의 말씀에 다시 한번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 너무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우성은 또 “감독님께서 저를 믿어주시는데 보답은 못 할지언정 폐를 끼치지 말자는 생각을 했다”면서 “믿어주시는 만큼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믿음에 대한 준비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두 KIA는 ‘미리 보는 한국시리즈’라고 불리는 이번 2연전을 싹쓸이했다. 이우성은 “선수단 모두 이번 2연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2경기 모두 이겼다고 들뜨거나 그런 건 없다.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우성은 공격을 이끄는 베테랑 듀오 최형우(41)와 나성범(35)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며 “형들이 잘해주니까 너무 고맙다. 저는 아직 고참은 아니다. 얼굴만 고참일 뿐 30살에 불과하다”고 웃어 보였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