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복귀한 메이저리그에서 하루 만에 방출 대기 신세에 처한 데이비드 뷰캐넌(35)의 다음 행선지는 어디가 될까. 현역 연장 의지가 강한 뷰캐넌은 아직 은퇴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
신시내티 레즈는 2일(이하 한국시간)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투수 브랜든 윌리엄슨, 브렌트 수터, 외야수 제이크 프레일리를 로스터에 등록하면서 뷰캐넌을 양도 지명(DFA) 처리했다. 웨이버 절차를 통해 원하는 팀이 있으면 클레임을 받아 이적할 수 있지만 원하는 팀이 없으면 마이너리그로 내려가거나 FA로 풀린다.
이날부터 9월 확장 로스터가 시행되면서 26인에서 28인 로스터로 늘어났지만 뷰캐넌이 제외됐다. 어깨 통증을 딛고 부상자 명단에서 해제된 윌리엄슨의 복귀가 뷰캐넌에게 결정타였다. 윌리엄슨이 60일 부상자 명단에서 빠져 40인 로스터에 복귀함에 따라 누군가 자리를 비워줘야 했고, 그 선수가 바로 뷰캐넌이었다.
구단으로선 어쩔 수 없는 결정이지만 뷰캐넌에겐 너무나도 냉정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바로 전날(1일) 메이저리그 콜업을 받아 9년 만에 복귀전을 치른 감흥이 채 가시기도 전에 DFA 처리됐다.
뷰캐넌은 지난겨울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의 다년 계약을 거절하고 메이저리그 재도전에 나섰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마이너 계약을 맺고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했지만 8월이 끝나도록 콜업을 받지 못했다. 결국 지난달 28일 신시내티로 현금 트레이드된 뒤 4일 만에 콜업을 받아 9년 만에 메이저리그 복귀 기회를 잡았다.
1일 신시내티 홈구장 그레이트아메리칸볼파크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전에서 0-3으로 뒤진 4회초 3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필라델피아 소속이었던 2015년 10월5일 마이애미 말린스전 이후 9년 만의 메이저리그 등판에서 3⅓이닝 2피안타 2볼넷 1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4회초 볼넷 1개를 내줬지만 나머지 3타자를 아웃 처리한 뷰캐넌은 5회초 제이크 바우어스를 체인지업으로 헛스윙을 이끌어내며 첫 삼진을 잡고 삼자범퇴했다. 6회초 윌리 아다메스에게 중전 안타, 블레이크 퍼킨스에게 우측 2루타를 허용하며 이어진 무사 2,3루 위기에서 내야 땅볼로 내준 1실점이 전부였다.
7회초 1사까지 던진 뷰캐넌은 3⅓이닝 1실점으로 잘 막았다. 총 투구수 58개로 커터(20개), 싱커, 체인지업(이상 15개), 커브(7개), 포심 패스트볼(1개). 최고 구속은 시속 93.3마일(150.2km) 싱커로 측정됐다.
지역지 ‘신시내티 인콰이어러’와의 인터뷰에서 뷰캐넌은 “난 야구를 사랑한다. 아직 힘이 남아있기 때문에 계속 야구를 하려고 한다. 남아있는 힘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다”고 현역 의지를 드러냈지만 메이저리그 복귀 감격은 단 하루로 끝났다.
뷰캐넌에겐 안타까운 일이지만 냉정한 현실이다. 매년 이맘때 메이저리그에선 콜업 후 하루이틀 쓰고 다시 마이너리그로 내려가는 선수들이 흔하다. 순위 싸움에서 멀어지거나 부상자들이 많은 팀들이 선수 보호나 테스트를 위해 이런 식으로 운영한다. 선수 수급이 워낙 활발하기 때문에 확실한 입지가 아닌 애매한 선수라면 이런 이동을 각오해야 한다.
DFA 통보를 받은 뷰캐넌은 웨이버 기간 원하는 팀이 나오면 이적할 수 있다. 그러나 웨이버 클레임이 없으면 신시내티 산하 마이너리그로 내려가거나 FA로 풀리게 된다. 정규시즌이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아 현실적으로 FA가 되더라도 타팀 이적은 쉽지 않다. 3일 전 신시내티에서 DFA 처리된 뒤 웨이버를 통과해 트리플A 루이빌 배츠로 돌아간 또 다른 KBO리거 케이시 켈리처럼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마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