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참사? 근데 뭐' 텐 하흐, 잘릴 일 없다...맨유 보드진 무한 신뢰 "전폭적 지지 보낼 것"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4.09.04 05: 59

라이벌 더비 대패도 에릭 텐 하흐 감독의 입지를 흔들 수 없었다. 그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고위층으로부터 무한한 신뢰를 받고 있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3일(이하 한국시간) "맨유 보드진은 리버풀전 대패와 시즌 초반 부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텐 하흐를 믿고 있다. 그들은 텐 하흐를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매체는 "텐 하흐는 올여름 간신히 경질을 피하고 1년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3골 차 패배로 다시 미래가 의문스러워졌다. 하지만 지난 7월 맨유에 합류한 오마르 베라다 CEO와 댄 애쉬워스 스포츠 디렉터는 아직 텐 하흐 편이다"라고 덧붙였다. 

맨유는 2일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24-2025 프리미어리그(PL) 3라운드 리버풀과 '노스 웨스트 더비'에서 0-3으로 무릎 꿇었다. 이로써 맨유는 브라이튼전(1-2 패)에 이어 2연패에 빠졌다. 
안방에서 참패를 피하지 못한 맨유다. 맨유는 경기 내내 리버풀의 전방 압박에 고전했고, 별다른 해법을 찾지 못했다. 3실점 모두 압박에 공을 뺏기면서 역습에 당하는 패턴이었다. 전반에만 카세미루가 두 차례 실수를 저지르며 루이스 디아스에게 멀티골을 내줬다.
맨유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카세미루를 빼고 2004년생 토비 콜리어를 넣었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리버풀은 후반 11분 또 한 번 높은 위치에서 공을 뺏어낸 뒤 역습으로 쐐기골을 넣었다. 살라가 정확한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3-0을 만들었다. 경기는 그대로 리버풀의 대승으로 마무리됐다.
사실 텐 하흐 감독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경질이 유력해 보였다. 맨유는 지난 시즌 리그 8위로 추락했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도 조별리그 꼴찌를 기록하며 탈락했다. 모든 대회를 통틀어 85골을 허용했고, 무려 19번이나 패했다. '꿈의 극장'이라 불리는 올드 트래포드에서도 9번이나 무너지면서 한 시즌 홈 최다 패배 타이 기록까지 쓰고 말았다.
그럼에도 텐 하흐 감독은 살아남았다. 맨유는 마지막 경기였던 FA컵 결승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2-1로 꺾고 정상에 오르며 통산 13번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새로운 감독을 찾고 있던 맨유 보드진도 원점에서 재검토에 들어갔다.
결과적으로 FA컵 우승이 텐 하흐 감독을 살렸다. 맨유 보드진은 토마스 투헬, 토마스 프랭크, 키어런 맥케나 감독 등 여러 후보를 두고 저울질했지만, 텐 하흐 감독에게 미래를 맡기기로 결정했다. 맨유 선수단도 깜짝 놀라게 한 소식이었다.
맨유는 이적시장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조슈아 지르크지, 레니 요로, 마테이스 더 리흐트, 누사이르 마즈라위, 마누엘 우가르테를 영입하며 전 포지션에 걸쳐 선수단을 보강햇다. 이번 여름에만 쓴 이적료만 1억 9000만 파운드(약 3345억 원)다. 2022년 에릭 텐 하흐 감독이 부임한 이후 쓴 이적료는 무려 6억 파운드(약 1조 564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맨유는 시즌 초반부터 삐걱대고 있는 상황. 특히 리버풀전은 변명의 여지 없는 졸전이었기에 더욱 비판 여론이 크다. 리버풀 팬들은 "텐 하흐가 운전대를 잡았네"라는 노래를 부르며 놀려댔고, 맨유 전설 폴 스콜스는 "아르네 슬롯의 리버풀이 텐 하흐 맨유보다 훨씬 앞서 있다고 느꼈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에도 텐 하흐 감독은 당당함을 잃지 않았다. 그는 "오늘은 긍정적인 얘기를 하고 싶지 않다. 이번 패배는 우리와 팬들에게 상처"라면서도 "시즌 3번째 경기다. 여러 번 설명해야 했다. 우리는 새 팀을 만들어야 한다. 괜찮을 것이지만, 분명 발전해야 한다. 시즌이 끝날 때쯤이면 또 다른 트로피를 들어올릴 큰 기회가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라고 장담했다.
다소 황당한 발언까지 나왔다. 텐 하흐 감독은 새로운 팀을 꾸리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자기는 '마법사' 해리 포터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가르테 이야기가 나오자 "또 다른 얘기다. 우리는 그를 팀에 녹아들게 해야 한다"라며 "시간이 걸릴 것이다. 난 해리 포터가 아니다. 당신이 인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자기방어적인 답을 내놨다. 
텐 하흐 감독은 기자의 질문에도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그는 계속된 실수는 감독 책임이 아니냐는 말에 "확실한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처럼 트로피를 얻거나 큰 상대를 이길 수도 없다"라며 "당신이 딱하다. 우리는 맨시티 다음으로 많은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당신이 딱하다"라고 강하게 쏘아붙였다.
당연히 경질론에도 불이 붙었다. 안 그래도 브라이튼전 패배 후 드와이트 요크 등 맨유 출신 인사들로부터 텐 하흐 감독을 내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있었다. 안방 대패로 기름을 끼얹은 셈. 리버풀 전설 제이미 캐러거는 "조기 경질이 왜 멍청한 짓인가? 슬롯은 3경기 만에 그가 어떤 감독인지 알 수 있다. 하지만 텐 하흐는 3시즌째인데도 모르겠다"라며 힘을 실었다.
그러나 맨유 보드진의 생각은 달랐다. 베라다 CEO는 "텐 하흐는 우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우리는 이번 이적시장에서 매우 긴밀히 협력해 왔다. 우리는 그가 팀에서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계속해서 함께할 것"이라며 "계약과 관련해서는 나와 애쉬워스 둘 다 맨유에 도착하기 전에 내려진 결정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 결정에 매우 만족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텐 하흐에 대한 믿음을 거둘 기미가 없는 베라다 CEO다. 그는 맨유가 계속해서 부진해도 지원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물론이다. 우리는 텐 하흐가 우리에게 적합한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그를 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애쉬워스 디렉터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 역시 "지난 8주 동안 텐 하흐와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정말 즐거웠다. 내 임무는 맨유의 성공을 위해 훈련장과 전술 계획에 완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그를 지원하는 것"이라며 얘기했다. 한동안 텐 하흐 감독이 경질될 일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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