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우완 파이어볼러 문동주(21)가 두산 베어스에 제대로 설욕했다. 최고 시속 160.1km 강속구와 새 무기 포크볼 조합으로 두산과 천적 관계를 청산했다.
문동주는 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벌어진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과의 홈경기에 선발등판, 6이닝 4피안타 1볼넷 8탈삼진 1실점 호투로 한화의 7-1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7승(7패)째를 수확한 문동주는 평균자책점도 5.38에서 5.17로 낮췄다.
이날 등판 전까지 문동주는 올해 두산전 3경기 모두 패전을 안으며 평균자책점 18.56으로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3경기 모두 5회를 넘기지 못하고 조기 강판됐다. 이런 상대성을 고려하면 최근 기세가 좋은 라이언 와이스와 선발 로테이션 순서를 바꿀 만했다. 와이스도 5일 휴식을 취한 상태라 이날 등판에 무리가 없었지만 김경문 한화 감독은 문동주를 믿고 두산전에 그대로 내보냈다.
경기 전 김경문 감독은 "지금 동주 페이스가 굉장히 좋다. 와이스를 당겨서 쓸 수 있지만 야구가 그렇게 한다고 반드시 승리하리란 법이 없다. 내가 본 동주는 예전보다 지금 마운드에서 무게감이 있다. 오늘도 자기 역할을 충분히 잘해줄 거라 생각한다. 요즘 자기 공을 계속 던지고, 볼 내용도 좋다. 동주가 (이번 주) 첫 경기를 잘 풀어준다면 그 다음 (4일 광주 KIA전) 와이스까지 자연스럽게 갈 수 있을 것이다"고 믿음을 나타냈다.
그 믿음에 제대로 보답한 경기였다. 5회 1사 후 강승호, 허경민, 이유찬에게 3연속 안타를 맞고 1실점했지만 빗맞은 타구들이 섞여 있었다. 계속된 1사 1사 1,2루에서 조수행과 정수빈을 연이어 삼진 처리하며 추가 실점을 주지 않았다. 나머지 이닝은 이렇다 할 위기도 없었고, 6회를 빼고 매 이닝 삼진을 잡을 만큼 위력적이었다.
총 투구수 84개. 트랙맨 기준 최고 시속 160km, 평균 154km 직구(41개)를 비롯해 슬라이더(19개), 커브, 포크볼(이상 12개)을 고르게 구사했다. 2회초 강승호 상대로 던진 4구째 직구가 최고 시속 160.1km로 측정됐다. 삼진 8개 중 4개의 결정구가 포크볼로 새로운 결정구가 제대로 통했다. 문동주가 약세를 보였던 좌타자 상대로 확실한 무기가 생겼다.
경기 후 문동주는 "두산전에 안 좋았던 건 사실이지만 약하다는 수식어가 붙기에는 표본이 너무 적다는 생각을 했다. 후반기 기세가 좋았기 때문에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마운드에 들어갈 수 있었다"며 "앞서 두산전 3경기에서 모두 1회에 9번 타자까지 타순이 한 바퀴 돌았다. 오늘은 1회에 8번 타자까지만 상대하면 성공이라는 생각으로 했는데 1회 삼자범퇴 이닝이 됐고, 계속 이어나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볼카운트 선점을 되게 잘했고, 내가 원하는 곳으로 제구가 잘됐다. 거기에 직구 구위가 좋았다. 가장 좋아져야 할 부분이 직구 구위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좋아지니 나머지 변화구들도 한꺼번에 도움을 받는 것 같다"며 8월부터 꺼내든 포크볼에 대해선 "이렇게 비중을 많이 늘릴 생각은 없었는데 결과가 좋아서 늘었다. 아직 포크볼에 확신이 없다 보니 더 많은 사인이 있었는데도 고개를 저었다"고 설명했다.
전반기 13경기 3승6패 평균자책점 6.92로 부진하며 두 번이나 2군에 내려갔던 문동주는 후반기 8경기 4승1패 평균자책점 2.60으로 확실히 반등했다. 직구, 커브, 슬라이더 위주로 던졌던 문동주에게 포크볼이라는 새로운 무기가 장착되면서 상대 타자들의 노림수가 더욱 복잡해진 효과가 크다.
하지만 문동주는 "포크볼도 좋아진 이유 중 하나겠지만 그보다는 직구 구위가 좋아진 게 가장 크지 않나 생각한다. 사실 (전반기에는) 등이 안 좋았다. (견갑골) 상태가 좋아지면서 구위가 살아난 것 같다"며 파이어볼러답게 직구 구위 상승이 가장 큰 반등 비결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