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MVP에도 선정되는 등 리그 최고의 타자로 꼽히는 무키 베츠(31)가 뜻밖의 애로사항을 털어놨다. 바로 오타니 쇼헤이(30ㆍ이상 LA 다저스) 다음에 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베츠는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간) 업로드된 유튜브 채널 ‘On Base with Mookie Betts’에서 얼마 전 팀 동료가 된 투수 잭 플래허티와 얘기하던 중 이렇게 밝혔다. 매체 ‘블리처 리포트’가 개설한 이 채널은 무키 베츠가 MC를 맡아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날 화제 중 하나는 오타니에 대한 것이었다. 베츠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 친구는 지금 50-50시즌을 보내고 있지. 아마 가능할 것 같아. 내가 바로 옆에서 그걸 보고 있어”라며 감탄한다.
그러자 플래허티도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정말 놀라운 일이다. 이 팀에 와서 게임을 하며 내가 매일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오타니) 그는 그만큼 매번 뭔가를 해낼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베츠는 “사실 같이 게임을 뛰면 (기록이 어떻게 되는지) 잘 모를 때가 많다. 그런데 가만히 따져보면 그 친구는 거의 매일 홈런을 치고, 도루도 하고 있더군”이라며 엄청난 페이스로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는 데 대한 경이로움을 표현했다.
다만, 얘기 중에는 ‘쉽지 않은 점도 있다’는 푸념(?)도 섞였다. 베츠는 “내가 2번을 치고 있으니까, 쉽지 않다. (이번 공에) 스윙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잘 모르겠어”라며 “왜냐하면 그가 또 도루를 해야 하니까”라며 웃는다.
물론 정색은 아니다. 가벼운 농담으로 넘겨도 그만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괜한 소리도 아니라는 점이다.
베츠의 말이 맞다. 2번 타자, 특히 도루를 많이 하는 1번 타자 다음에 치는 건 제약이 많다. 일단 참아줘야 한다. (주자가) 언제 뛸지 모르는 탓이다. 그래서 야구계에는 그런 말도 있다. ‘도루왕 다음 타자는 손해가 크다. 스트라이크 하나는 공짜로 먹고 들어가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 야구는 유능한 주자에게 그린 라이트를 준다. 벤치의 지시 없이, 본인의 판단에 따라 도루 타이밍을 잡는 방식이다. 즉, 언제 갈지는 본인만 안다. 간혹 타자와 사이에 혼란이 생기기도 한다.
그걸 막기 위해 예전에는 주자가 신호를 주기도 했다. ‘이번에 뛸 거야. 스윙하지 마’라는 사인이다. 이를테면 1루 베이스를 발로 툭툭 찬다든지, 헬멧이나 바지를 만진다든지, 등등의 동작으로 둘만의 약속을 정한다.
그나마 좌타자는 좀 낫다. 그런데 베츠는 우타자다. 1루 주자의 움직임이 훤히 보인다. 스타트하는 걸 뻔히 보면서 배트를 휘두르는 건 마음에 걸린다(투 스트라이크 이후라면 모를까). 웬만하면 참아야 한다.
게다가 시국이 시국 아닌가. 어마어마한 기록을 앞두고 있다. 자칫 훼방꾼이라는 이미지를 남겨서는 곤란하다. 누구라도 그런 마음일 것이다.
얽힌 사연도 있다. 본래 순서는 반대였다. 시즌 출발은 1번이 베츠, 2번이 오타니였다. 그런데 부상으로 빠지면서 바뀐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에게 톱타자를 맡겼다. 베츠가 돌아온 다음에도 마찬가지다.
이 점은 시즌 끝까지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이미 팀 전체가 50-50 모드다. 신기록이 중요한 우선 순위가 됐다. 포기한 게임에는 주전급을 뺀다. 휴식 차원이다. 하지만 오타니는 예외다. 끝까지 뛴다. 지구(NL 서부) 1위가 확정돼도 마찬가지다. 가장 많은 공격 기회가 돌아갈 1번 자리에 고정될 게 뻔하다.
물론 베츠는 1번을 칠 때 더 좋다. 72게임에서 타율 0.304(283타수 86안타)을 기록했다. 2번을 치면 2할대(0.293)로 떨어진다. OPS도 마찬가지다. 0.892→0.873으로 낮아진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MVP 경력자도 감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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