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보다 더 미쳤다?
KIA 타이거즈 전직 캡틴 김선빈(34) 뜨거운 타격기세를 과시하며 선두를 이끌고 있다. 한때 극심한 타격슬럼프를 겪더니 상승곡선을 그으며 화산타격을 펼치고 있다. 마치 2017년 타격왕을 차지했던 페이스이다. KBO 리그 최강 타선에 힘을 보태며 다시 한번 우승의 주연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 3일 LG 트윈스와의 광주경기에서 빛을 발했다. KIA는 처음 상대하는 LG 선발 에르난데스의 구위에 막혀 3회까지 득점이 없었다. 타순이 한바퀴 돌기 시작한 4회 김선빈의 한방으로 실마리를 만들었다. 1사1,2루에서 최형우의 우중간 동점 2루타가 나왔고 나성범이 초구에 1루 땅볼로 물러난 직후였다. 타석에 들어선 김선빈은 가볍게 좌익수 왼쪽으로 타구를 날려보내 주자 2명을 불러들였다. 3-1로 역전 결승타의 주인공이었다.
김선빈은 "성범이가 초구에 쳐서 결과가 안좋았다. 그냥 비슷하면 치자고 생각했던 게 안타가 나왔다. 내 앞 타자들이 워낙 잘하고 팀 타자들도 잘하는데 거기에 묻혀가는 것 같다. (에르난데스가) 적극적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나도 타석에서 적극적으로 타격했다. 그게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생각보다 에르난데스의 볼이 좋았다"며 비결을 설명했다.
개막부터 견실한 활약을 펼치며 3할 타율을 유지해오다 부상에 주춤했다. 6월 12일 우측 내복사근 미세손상으로 2주일 넘게 이탈했다. 복귀후 11경기 연속 안타를 터트리며 타선을 이끌었으나 갑자기 7월 하순부터 급격하게 페이스가 떨어졌다. 7월19일부터 8월8일까지 16경기에서 60타수 7안타, 타율 1할1푼7리에 그쳤다.
시즌 타율도 3할1푼2리에서 2할7푼4리까지 떨어졌다. 8월9일 삼성전부터 멀티안타를 터트리며 다시 힘을 내기 시작하더니 무서운 타격기세를 보였다. 9월3일 LG전까지 19경기에서 타율 4할6푼7리(75타수 35안타), 14타점, 9득점, OPS 1.047의 화산타격을 펼쳤다. 팀도 14승5패의 압도적 성적을 거두었다. 타율도 어느새 3할1푼2리로 회복했다.
이범호 감독은 부진해도 "컨디션 안좋을때도 기용해야 극복하는 방법을 안다"며 끝까지 믿음을 갖고 선발라인업에 이름을 올렸고 화끈한 타격으로 응답했다. 이감독은 "가만놔두어도 3할타자이다. 밀고 당기고 번트 및 앤드런 등 작전 성공률이 높다. 젊은 선수들에 비해 뛰어난 능력이다. 이런 선수있으면 경기운영도 쉽다. 안타 많이쳐서 감사하다"며 박수를 보냈다.
김선빈은 체력관리를 비결로 꼽았다. "모든 타자들이 사이클이 있다. 다시 좋아지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내 컨디션은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다. 정타를 맞추라고 했던 것이 결과가 좋다. 감독님이 컨디션 관리를 잘해주신다. 훈련도 자유롭게 한다. 체력에서 힘이 들지 않는다. 힘들면 훈련쉬고 경기때만 힘을 쏟을 수 있게 해주신다. 감독님께 감사드린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40홈런-40도루에 도전하는 20살 김도영보다 뜨거운 타격이다. 그런데도 김도영의 능력에 엄지를 치켜 세웠다. "정말 대단하다고 느낀다. 미쳤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워낙 가지고 있는게 많다. 작년과 재작년은 부상으로 고생을했다. 올해 이렇게 터질줄 몰랐다. 생각보다 너무 잘터져 역시 1차지명자구나라고 느낀다"며 웃었다.
매직넘버 11를 남겨놓은 가운데 동료들의 칭찬도 했다. "선수들이 부담스러운 경기를 즐기는 것 같다. 후배들도 그 부분에서 강한 것 같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아직 1위 결정이 안됐다. 우승할 때까지 선수들이 마음을 놓지 않고 하는게 가장 크다. 개인적으로 두자릿 수 홈런은 1위가 확정되면 한번 노려보겠다. 그전에는 욕심이 없다"며 웃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