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외야수 무키 베츠(32)가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다. 오타니 쇼헤이(30)를 고의4구로 거른 뒤 자신과 승부를 택한 LA 에인절스에 초구 홈런으로 응수했다.
오타니는 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와의 원정경기에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 4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 1볼넷으로 다저스의 6-2 연장 승리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까지 6년간 에인절스에 몸담으며 홈구장으로 쓴 에인절스타디움에 다저스 선수로 첫 방문한 오타니는 1회초 첫 타석 때 환호와 야유를 동시에 받았다. 대부분 팬들이 기립 박수로 환대했지만 일부에선 야유도 들렸다.
1회초 첫 타석에서 1루 땅볼로 물러난 오타니는 3회초 1사 1루에서 우익선상 1타점 3루타를 폭발했다. 1-1 동점을 만든 시즌 7번째 3루타. 5회초 루킹 삼진, 8회초 헛스윙 삼진을 당했지만 연장으로 넘어간 승부에서 오타니가 고의4구로 결승점 징검 다리를 놓았다.
10회초 무사 2루 승부치기에서 다저스는 첫 타자 맥스 먼시가 2루 땅볼로 아웃됐지만 미겔 로하스의 1타점 좌전 적시타가 나오면서 3-2 리드를 잡았다. 이어 개빈 럭스의 1루 땅볼로 2사 2루가 되면서 1루가 비었고, 에인절스는 오타니를 고의4구로 1루 내보냈다. 오타니의 시즌 9번째 고의4구.
우완 투수 로안시 콘트레라스가 마운드에 있었고, 에인절스는 좌타자 오타니 대신 우타자 베츠와 승부를 택했다. 이게 결과적으로 패착이었다. 베츠는 콘트레라스의 초구 한가운데 높게 들어온 슬라이더를 놓치지 않고 받아쳐 좌월 스리런 홈런으로 장식했다. 시즌 15호 홈런. 다저스의 6-2 승리를 이끈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LA타임스’를 비롯해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츠 앞 고의4구는 통산 3번째였다. 보스턴 레드삭스 시절인 2016년 데이비드 오티즈가 두 번이나 베츠 앞에서 1루로 자동 고의4구를 얻어나갔다. 그로부터 8년 만에 앞 타자 고의4구 상황을 맞이한 베츠는 분노의 스리런 홈런으로 포효했다.
고의4구를 지시한 론 워싱턴 에인절스 감독은 경기 후 “베츠를 가볍게 본 것은 절대 아니다. 그가 어떤 선수인지 알고 있지만 그 상황에서 오타니를 상대할 순 없었다”고 밝혔다. 베츠는 “상대팀 입장에선 이해가 되는 결정이다. 난 그저 좋은 공을 치려고 노력했을 뿐이다”고 말했다.
오타니도 “베츠가 그렇게 홈런을 친 것이 놀랍지 않다. 우리에게 가장 좋은 방식으로 이길 수 있었다”고 치켜웠다. 이날 다저스 선발투수 워커 뷸러는 “7억 달러 선수를 고의4구로 거르고 3억5000만 달러 선수와 승부하는 건 정말 힘든 것이다”며 오타니와 베츠의 몸값에 비유한 뒤 “베츠도 야구를 꽤 잘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오타니는 지난겨울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로 전 세계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고액 FA 계약을 체결했다. 베츠는 2020년 7월 다저스와 12년 3억6500만 달러에 연장 계약을 한 바 있다. 뷸러가 3억5000만 달러라고 말했지만 정확한 총액은 3억6500만 달러.
결과적으로 에인절스의 선택은 실패가 됐지만 오타니와 승부를 들어갔다고 해서 아웃을 잡을 것이란 보장이 없었다. 오타니 뒤에 베츠 그 뒤에 또 프레디 프리먼까지, MVP 출신 강타자만 3명을 보유한 다저스 타선이 너무나도 강할 뿐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