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확정짓고 나면...".
KIA 타이거즈 베테랑 내야수 김선빈(34)이 생애 첫 두 자릿 수 홈런을 앞두었다. 데뷔때부터 똑딱이 타자의 대명사였으나 늦은나이에 장타까지 눈을 뜨고 있다. 지난 4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극장홈런을 터트렸다.
1-4로 패색이 짙은 9회말 2사1루에서 나성범이 적시 2루타를 날려 한 점을 따라붙자 곧바로 동점 투런포를 가동했다. 볼카운트 2-0의 유리한 상황에서 한화 주현상의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들어오는 가운데 높은 직구(149km)를 그대로 끌어당겨 왼쪽 담장을 넘겨버렸다. 챔피언스필드를 찾은 타이거즈 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지난 8월 키움과의 고척돔경기에서 9회2사후 동점홈런을 터트린 것과 같았다. 당시는 변우혁의 역전포가 이어졌으나 이번 극장홈런의 열기는 곧바로 식었다. 연장 10회초 2사3루에서 포수 한승택의 뼈아픈 3루 악송구가 나오며 결승점을 헌납했다. 단 10분만에 빛바랜 동점홈런이 되고 말았다. 팀은 3연승을 마감했다.
팀은 패했지만 개인적으로 의미있는 기록에 접근하는 홈런이었다. 시즌 9호 아치였다. 2008년 데뷔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 수 홈런을 기록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앞으로 16경기가 남아 있어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 개인 역대 최다홈런은 2017년과 2021년 기록한 5홈런이었다. 이미 올해 최다홈런을 경신했다.
타격왕에 오른 2017시즌 데뷔 최고 장타율(.477)을 기록한 바 있다. 타격능력이 정점에 올라 커리어하이를 찍은 시즌이었다. 주전 유격수로 우승 주역이었다. 이듬해부터 다시 장타율이 뚝 떨어졌다. 이제는 나이도 30대 중반으로 접어들었고 몸놀림이 느려졌지만 녹슬지 않은 타격을 과시하고 있다. 홈런수가 크게 늘어나며 장타율이 4할3푼2리로 치솟았다.
회춘 타격을 펼치고 있다. 비단 홈런뿐만 아니라 타율 3할1푼2리, 득점권 타율 3할4푼을 기록하며 하위타선의 핵으로 활약하고 있다. 전반기 3할4리, 후반기 3할2푼의 견고한 타격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8월 이후는 3할9푼6리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리그 선두를 이끌고 있다. 25경기에서 17타점을 수확하며 해결사 본능도 과시했다.
김선빈은 전번기 역대 최다 홈런을 때린 비결에 대해 "아무래도 공인구에 이유가 있다. 예전보다 반발력이 확실히 좋아진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3일 경기후 두 자릿 수 홈런 목표도 "생각하지 않는다. 1위를 확정짓고 노려보겠다"며 웃었으나 다음날 9호 홈런을 작성하며 기록을 예고했다. 똑딱이 타자의 대반전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