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한여름부터 급반등하며 5강 싸움을 하고 있는 데에는 외국인 투수 라이언 와이스(28)의 활약이 결정적이다. 임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뒤 한층 더 좋은 투구를 펼치면서 한화의 에이스로 도약했다.
와이스는 지난 4일 광주 KIA전에서 7⅔이닝 3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8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7회까지 안타를 하나도 맞지 않은 노히터로 사사구도 없었다. 5회 3루수 노시환의 송구 실책을 빼면 퍼펙트였다.
7회까지 투구수도 69개밖에 되지 않아 노히터 게임을 기대할 만했다. 8회 선두타자 나성범에게 첫 안타를 솔로 홈런을 맞고 실점한 뒤 안타 2개를 더 내줘 2사 1,2루에서 강판됐지만 인상적인 투구였다. 최고 시속 153km, 평균 150km 직구(44개) 중심으로 스위퍼(27개), 커브(18개), 포크볼(3개)을 구사했다.
193cm 장신에서 힘 있게 내리꽂는 직구 중심으로 변화구들이 위력을 떨쳤다. 특히 우타자 바깥쪽, 좌타자 몸쪽으로 볼끝이 급격히 휘는 스위퍼의 위력이 대단했다. 지난해 MVP를 차지한 뒤 메이저리그로 돌아간 에릭 페디(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연상케 하는 움직임이었다.
우타자는 물론 좌타자 상대로도 적극 구사한 게 눈에 띄었다. 제구가 조금이라도 안 되면 좌타자 몸을 맞힐 수 있는 공인데 몸쪽을 휘감듯이 절묘하게 꺾였다. 4회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와이스의 몸쪽 깊은 스위퍼에 배트가 헛돌았다. 여기에 낙차 큰 커브도 결정구로 쓰임새가 있었다. 최고 타자 김도영 상대로도 과감하게 몸쪽 승부를 들어가는 등 공격적인 투구도 빛났다.
불펜 난조로 아깝게 승리를 놓친 와이스이지만 한화의 5-4 연장 승리 발판이 된 호투였다. 이날까지 시즌 성적은 12경기(71⅓이닝) 4승3패 평균자책점 3.03 탈삼진 77개. 7월28일 잠실 LG전을 끝으로 한화와 정식 계약한 뒤 6경기(39이닝)에서 3승2패 평균자책점 2.08 탈삼진 45개로 리그 정상급 투구를 하고 있다. 최근 4경기로 범위를 좁히면 3승 평균자책점 1.00. 27이닝 36탈삼진으로 압도적이다.
와이스와 정식 계약을 한 뒤 한화는 18승10패(승률 .643)로 가파른 상승세 타고 있다. 와이스의 투구 내용도 좋긴 하지만 평균 6이닝 이상 꾸준히 책임지면서 불펜 부담을 덜어준 효과가 크다. 와이스가 없었더라면 한화가 4위 두산에 1.5경기, 5위 KT에 1경기 차 6위로 가을야구 싸움을 펼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지난 6월 중순 리카르도 산체스의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한 와이스는 미국 애틀랜틱 독립리그에서 뛰다 한국에 왔다. 메이저리그 경력도 없는 투수로 기대치가 크게 높진 않았다. 한화도 가능성을 보고 임시로 쓰기 위해 데려왔지만 예상보다 빠른 적응력을 보이며 7월28일 잠실 LG전을 마친 뒤 정식 계약이 발표됐다.
산체스의 팔꿈치 부상 회복이 더뎠고, 한화는 와이스와 동행을 이어가기로 했다. 당시까지 와이스는 6경기(32⅓이닝) 1승1패 평균자책점 4.18을 기록 중이었다. 대체 외국인치곤 우수한 성적으로 이닝 소화력도 있었지만 강력한 느낌은 없었다. 이때까지 좌타자 피안타율 3할대(.309)로 약점도 뚜렷했다.
정식 계약이 유력했지만 100% 확정적이진 않았다. 이에 다른 팀들도 한화가 어떤 선택을 할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외국인 투수 교체를 추진하던 복수의 팀에서 와이스를 눈여겨보고 있었던 것이다. 순위 싸움을 하는 팀들로 외국인 투수 교체로 승부수를 던질 참이었다. 만약 한화가 와이스와 정식 계약을 포기하고, 다른 팀에서 그를 데려갔다면 5강 판도는 지금과 많이 바뀌었을 것이다.
그만큼 다른 팀들도 와이스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었다. 한화도 이를 모를 리 없었다. 더 큰 도박을 하기보다 안정적인 와이스와 동행을 계속 이어갔고, 결과는 그야말로 대박이다. 정식 계약 후 심리적인 안정감 속에 기술적인 변화도 줬다. 제구가 한층 안정됐고, 포크볼을 던지기 시작하면서 좌타자 피안타율을 1할대(.190)로 크게 낮췄다. 약점마저 빠르게 지우며 단기간 완성형 투수로 거듭났다.
와이스는 4일 KIA전을 마친 뒤 “팀이 이겨서 만족한다. 선발등판할 때마다 승리에 보탬이 되는 게 정말 좋다”며 “1선발이라는 말은 가을야구를 하기 전까지 의미가 없다. 팀이 우선이고, 가을야구가 우선이다. 4위든 5위든 가을야구에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최대한 많이 이기도록 하겠다. 남은 시즌이 재미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