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이닝 노히터 중인 투수를 교체했다. 무려 11점차 리드 상황이었지만 감독은 냉정한 결정을 내렸다. 일본인 좌완 투수 이마나가 쇼타(31·시카고 컵스)가 팀 노히터 게임을 이끈 것에 만족했다.
이마나가는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 7이닝 무피안타 2볼넷 7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컵스의 12-0 승리를 이끌며 시즌 12승(3패)째를 따냈다.
이마나가에 이어 8회 네이트 피어슨, 9회 포터 호지도 1이닝씩 나란히 삼자범퇴로 막은 컵스는 팀 노히터 게임을 완성했다. 컵스 구단 역사상 18번째 노히터 게임으로 팀 합작 기록은 두 번째다.
지난 2021년 6월25일 LA 다저스전 이후 3년 만으로 당시 선발 잭 데이비스(6이닝)에 이어 구원 라이언 테페라, 앤드류 셰이핀, 크레이그 킴브렐이 1이닝씩 막으면서 노히터 게임을 합작했다.
컵스 홈구장 리글리필드에선 무려 52년 만에 노히터 게임이 나왔다. 1972년 9월3일 밀티 파파스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상대로 9이닝 1볼넷 6탈삼진 무실점 노히터 게임을 펼친 바 있다.
이마나가는 3루수 아이작 파레디스의 실책 3개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이 7회까지 노히터 투구를 펼쳤다. 2회 볼넷 2개 외에는 흠잡을 데 없는 투구. 최고 시속 92.7마일(149.2km), 평균 90.8마일(146.1km) 포심 패스트볼(42개), 스플리터(34개) 중심으로 싱커(8개), 스위퍼(6개), 체인지업(5개)을 섞어 던졌다.
1996년과 2001년 노모 히데오, 2015년 이와쿠마 히사시에 이어 또 한 명의 아시아 노히터 투수가 나올지 기대됐지만 8회 시작부터 이마나가는 구원 피어슨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이마나가의 노히터 도전을 보고 싶었던 리글리필드 홈 관중들이 거센 야유를 보냈다. 크레이그 카운셀 컵스 감독을 향한 야유였다.
컵스가 11-0으로 크게 리드한 상황이라 스코어가 문제는 아니었다. 문제는 투구수였다. 7회까지 95개의 공을 던졌다. 1이닝 정도 더 갈 수 있었지만 9회까지 노히터를 하려면 110개 이상은 던져야 했다. 이마나가의 올해 개인 최다 투구수는 지난 6월16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 103개. 100개 이상 던진 게 3경기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컵스는 이마나가를 철저히 관리 중이다.
‘MLB.com’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카운셀 감독은 이마나가 교체와 관련해 “그런 상황에서 투수 교체는 항상 힘든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마나가를 소중히 다뤄야 한다. 이런 결정이 재미는 없을지 모르겠지만 선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는 그가 건강을 유지하길 바란다”며 선수 보호 차원이라고 밝혔다.
내셔널리그(NL) 중부지구 2위(72승68패 승률 .514)에 랭크돼 있는 컵스는 와일드카드 5위로 가을야구 희망이 남아있다. 3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4.5경기 차이로 뒤져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포기할 때는 아니다. 아직 22경기가 더 남아있고, 이마나가도 4~5번 정도 추가 등판이 예상된다. 노히터도 좋지만 남은 시즌 끝까지 건강하게 던지는 게 컵스로선 더 중요하다.
컵스는 에이스 저스틴 스틸이 내전근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선발 로테이션에 큰 구멍이 생겼다. 올해 26경기(153⅓이닝) 12승3패 평균자책점 2.99 탈삼진 155개로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보내고 있는 이마나가마저 이탈하면 가을야구 꿈은 접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