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은 도영이가 다쳤다는 것이다".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은 7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 앞서 가진 취재진 브리핑에서 "드릴 말씀이 있다"며 작심한듯 말을 이어갔다. 지난 5일 한화와의 광주경기 8회초 2사1,2루 수비에서 3유간에서 벌어진 김도영과 조나단 페라자의 충돌에 관련한 내용이었다.
당시 김도영은 쇄도하는 페라자에 부딪혀 뒤로 넘어지며 머리를 그라운드에 크게 찧었다. 맨땅이 아니라 잔디라서 다행이었다. 일어나긴 했지만 어지럼증으로 인해 교체됐다. 이후 페라자가 연장 10회 삼진을 당한 뒤 KIA 벤치를 향해 불만을 터트리는 장면이 등장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6일 김경문 한화 감독이 잠실 LG전을 앞두고 페라자가 흥분한 이유를 설명했다. 수비하는 김도영과 충돌해 부상을 입어 미안해했는데 KIA 벤치에서 욕을 들어서였다는 것이다. 현장 취재기자들이 기사를 쏟아내면서 욕설이슈가 전면에 등장했다. 졸지에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되는 상황이었다.
그날 이범호 감독도 취재진 브리핑에서 김도영-페라자 충돌관련 질문을 받았다. "지나간 일이니 언급하고 싶지 않다. 그대로 넘어갔으면 좋겠다"며 침묵했다. 김도영이 충돌후유증으로 목이 뭉치고 어지럼증이 생기는 등 정상 출전이 불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심기가 불편한 얼굴이었다.
그런데 잠실에서 욕설이슈가 떠오르며 KIA가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둔갑되는 상황으로 이어지자 침묵모드를 깼다. 이 감독은 "우리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우리가 욕을 한 것이 기정사실화된다. 어제는 참았는데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페라자에게 욕한 일이 없다"며 분명하게 밝혔다.
시간을 되돌리면 김도영이 쓰러지자 양쪽 코치들과 선수들이 달려갔다. 페라자도 곁에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한참후 김도영이 일어나 힘든 표정을 지으며 더그아웃으로 걸어들어갔다. 이때 손승락 수석코치가 페라자에게 말을 건네는 장면이 있었다. 이 대목에 대해 이 감독은 "(주자이니)돌아서 가야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비수는 공만 본다. 대신 주자는 모든 상황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돌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그날의 핵심은 김도영의 부상이다. 수비방해로 다쳐서 이후 못나왔고 어제 경기도 결장했다. 다음 날이면 안부를 먼저 물었어야 한다"며 뼈있는 말을 했다. 안부도 묻지 않은 서운함이었다. 이어 "도영이가 오늘도 어지럼증이 남아있는데 경기에 나서겠다고 한다. 본인 기록도 있지만 팀 우승도 중요하다는 것 때문이다"며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김도영은 1안타 1도루를 기록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