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영주 감독 "10년 공백 깬 첫 드라마 '백설공주', 사이다 아닌 꿀고구마" [인터뷰](종합)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4.09.10 08: 10

이유 없는 장면이 없고, 이유 없는 답변도 없었다. 유쾌한 분위기와 명쾌한 달변으로 묵묵히 '꿀고구마' 같은 작품을 버티게 만드는 감독.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의 메가폰을 잡은 변영주 감독을 만나봤다. 
변영주 감독은 지난 9일 오전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최근 방송 중인 MBC 금토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약칭 백설공주)'을 비롯해 작품과 근황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드라마 '백설공주'는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살인 전과자가 된 청년이 10년 후 그날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담은 역추적 범죄 스릴러 드라마다. 배우 변요한이 살인 누명을 쓰고 10년 만에 진실을 추적하는 청년 고정우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그 밖에도 고정우 사건의 진실을 함께 찾는 형사 노상철 역에 배우 고준을 비롯해 배종옥, 권해효 등의 베테랑 연기자들까지. '백설공주'는 연기 차력쇼라 해도 될 만한 호연과 이를 고스란히 담아내는 장면들로 호평을 자아내고 있다. 

그 덕분일까. '백설공주'는 첫 방송 2% 대의 성적에서 최근 공개된 8회에서 6% 대까지 폭발적인 시청률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영화 '발레교습소', '화차' 등으로 호평받아 10년의 공백기 끝에 첫 드라마를 선보이는 변영주 감독은 "매주 금요일에 개봉하는 기분이다. 토요일 아침 8시가 되면 여기저기서 똑같은 내용의 톡이 온다. 방송국에서 일하는 지인은 왜 방송국에만 오는 시청률표, 2049까지 포함된 그걸 보내주기도 하고. 배우들도 시청률 어떻다고 알려준다. 토요일 아침 8시에 저도 모르게 긴장을 하게 된다"라며 긴장감과 낯선 심경을 재치있게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어찌됐건 봐주시는 분들한테 너무너무 고맙다. 무엇보다 배우들한테 되게 고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시청자 분들이 무거운 내용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배우들 때문에 버텨주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주인공 뿐만 아니라 어른 배우들도 나쁜 사람 투성이지 않나. 뻔하게 나쁘지 않고 생활감 있는 악인 연기들을 어른 배우 분들이 잘해주셔서 시청자 분들이 버텨주시는 거라 생각한다"라며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다.
"시청률 상승원인은 정말 모르겠다"라고 웃은 그는 "이 장르가 드라마 뿐만 아니라 영화에서도 외면받아왔다. 어느새 '불호' 장르가 됐다. 마지막까지 보지 않는한 통쾌함을 가질 수 없다.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는 '고구마'를 필연적으로 동반할 수밖에 없다. 사건을 한번에 해결해주는 게 아니라 그것을 엉키게 두고 포기하지 않고 주인공들이 해결해나가는 마지막의 통쾌함을 노리는 장르"라고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로서 '백설공주'의 매력에 대해 강조했다.
실제로 걱정도 많이 했다고. 그는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아하는 장르이기 때문에 잘해볼 수 있는 장르라 생각했기 때문에 고민도 깊어지고 시청률이 조금씩 오를 수록 좋은 마음도 있지만 여러가지 생각들, 보통 영화를 만들면 개봉한 지 두달 정도 지나서야 고민하는 것들이 미리 생기더라. 그래서 고민도 많이 하고 있다. 굳이 원인을 따지자면 여전히 배우들에게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백설공주' 연출을 맡은 이유에 대해 변영주 감독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르다. 조금 오래 전이지만 '화차'를 만들면서 느낀 게 평소 가장 즐겨하는 것을 나도 만들어야 한다고 느꼈다. 실제로도 저한테 코미디가 들어오진 않지 않나"라고 웃으며 "이제 다들 아신다. 방송 나갔을 때 웃기지 웃기는 걸 만드는 애는 아니라고. 흔히 무거운 장르가 많이 들어오고 저 또한 그걸 즐긴다.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어떻게 하면 이 장르를 대중들이 잘 버티게 해주는 장치들이 무엇이 있을까를 말하게 된다. 대중이 원하는 장르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이 장르를 할 때는 이런 장치가 있으면 조금 더 견뎌주게 만드는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특히 드라마 '백설공주'가 답답하지만 재미있다는 이유로 '꿀고구마 같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는 바. 변영주 감독은 "기본적으로 저는 인간으로도 사이다를 좋아하지 않는다. 맛볼 때는 통쾌할지 몰라도 이 세상이 단 한번도 사이다로 해결된 적 없다. 고구마들이 버티기 때문에 세상이 조금씩 달라지는 거라 믿는다. 그 것이 이 장르에서도 많이들 '8화쯤 왔으면' 건오가 끝내 자백하지 않은 걸 답답해하셨겟지만 사실은 그런다고 해서 이 모든 죄인들이 처벌받을 것인가, 또 죄인끼리는 단단한가, 또는 누군가의 자백으로 사건이 해결되는 게 결과 이후에 재미있을까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그는 "이 사건은 건오가 아닌 상철과 정우가 해결하고 하설이 조력자가 돼야하는 사건이다. 우리끼리는 그런다. '꿀꿀 거리는 재미'가 미스터리 스릴러엔 있다. 해결이 안 나서 답답하지만 새로운 실마리가 조금 보일 때 그걸 어떻게 해결할지 작은 궁금함이 이 장르를 보게 만드는 재미라 생각한다. '꿀고구마'라는 말엔 감사하다"라고 웃었다.
'첫 드라마'라는 점도 그에게는 생경했다. 변영주 감독은 "영화에서의 연출과 드라마에서의 연출은 각기 포인트가 다르다. 가장 대표적인 건 시리즈는 매회 엔딩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정말 힘든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에서 제가 가장 못 한 게 매화 엔딩을 쫄깃하게 뽑는 거다. 정말 어렵고 기능적인 공부가 필요한 일이다. 어떻게 끌어와야 했나 궁금했다. 끊임없이 고민을 많이 하게 만드는 게 그런 부분들"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제작발표회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배우들과 저의 단톡방이 아직도 있다. 그 친구들이 드라마 방송이 끝날 때마다 반응을 올릴 때 너무 고맙다. 너무너무 고맙지만 동시에 반성의 시간을 갖는다. 되게 어려운, 전혀 다른 방식의 이야기법이 필요한 매체라는 걸 느낀다"라며 "처음 이 작품에 합류했을 때 대본이 10부까지 있었다. 엔딩을 모르는 상태에서 작품을 한다는 게 쉬운 경험은 아니었다. 비슷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대사를 바꾸는 건 괜찮지만 이게 혹시 뒤에 큰 영향을 주면 어쩌나 걱정도 됐다. 밤 12시 넘었는데 작가님한테 전화해서 뒤에 영향은 없을지 묻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상상을 해야 했다. 이 배우의 감정을 최대로 끌어올렸는데 12부에서 더 큰 감정이 온다면 감정의 수위도 계산을 해야 하더라. 드라마는 교집합 같다. 2~3회, 3~4회 사이 교집합이 있다. 교집합끼리는 연결이 잘 돼야 한다. 그걸 계산하기가 어려웠다. 드라마를 하면서 그게 제일 어려웠다"라고 강조했다. 
'백설공주'는 변영주 감독에게 드라마의 출발점이었다. 이미 오는 10월 배우 고현정, 장동윤 주연의 스릴러 드라마 '사마귀' 촬영을 시작해 내년에 선보일 계획이다. 이후 영화까지 부지런히 작품을 준비하는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드라마를 좋아했다"는 변영주 감독은 "제 인생 드라마가 '손 더 게스트'다. 정말 훌륭하다. 어떻게 이 사람은 제한된 상황에서 어떻게 저렇게 잘했지 싶은 생각이 많이 들어서 '손 더 게스트'보다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 정말 훌륭한 작품이라 생각한다"라고 호평했다.
부지런한 작품 활동을 결심하기까지, 지난 10년 동안 변영주 감독은 작품 공백기를 가졌다. 이와 관련 그는 "개인적인 이유가 크다. '조명가게'라는 작품을 쓰면서 4년을, 작품이 몇 개 있었는데 투자가 어려웠다. 그 중에 절반은 '조명가게'를 준비하다 투자가 안 됐다. 제가 오기가 생겨서 다른 제안을 거절하고 어떻게든 '조명가게'를 해보려던 시간이 길었다. 그러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방송을 하면서 쉬었던 시간이 있었다"라고 털어놨다. 
웹툰 작가 강풀의 작품을 원작 삼은 '조명가게'는 드라마로도 제작을 준비 중이다. 이에 변영주 감독은 "강풀 작가하고도 자주 만나서 얘기한 게 얘기가 많이 다르다. 저는 '조명가게'라는 세상을 가져왔다. 원작이 예쁜 사랑얘기인데 저는 멜로 없이 스릴러로 풀었다. 강풀 작가가 '원작을 왜 사요?'라고 했다. 저는 '조명가게'라는 세상이 좋았다. 그게 원작이었다. 그래서 사실 드라마는 너무 기대가 된다. 강풀 작가의 원작을 기반으로 한 슬픈 멜로는 너무 좋을 거라 생각한다. 저는 그때의 마음을 갖고 다른 걸 또 쓰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방구석 1열', '당신이 혹한 사이'와 같은 예능, 교양 등의 프로그램으로도 얼굴을 알린 것에 대해 "저한테는 관계가 있는 프로그램을 했다. 그게 나름 원칙이었다. 내 일과 관계가 있는 것만 나가자고. 이를 테면 시사 토크쇼는 나가지 않겠다고 했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예능은 나가지 않겠다. 싫은 게 아니라 움직이게 하는 것들. '당혹사'는 취재를 해주는 걸 보기 좋았고 '방구석 1열'은 영화 프로그램이었다. 나머지 나간 것도 제가 워낙 '역덕'이다 보니 역사와 관련된 것들을 보았다. 하나의 영화에 이렇게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았다. 영화를 적게 보진 않았지만 '방구석 1열' 한 회당 영화가 두 편인데 저는 두 감독의 영화를 다 보고 간다는 게 목표였다. 거기서 파생된 영화도 있고, 오랜만에 영화를 많이 본 시간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시간 만큼 연출자로서의 변화도 있었다. 그는 "자꾸만 설명하려고 한다. 조금 더 설명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열심히 깔아줘야 사람들이 그 부분을 다층적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면도, 저런 면도 볼 수 있다고. 이를 테면 'A라는 좋은 사람이 B라는 나쁜 사람을 패는 이야기'보다는 'A가 B를 팰 때 B는 나쁘기만 한 걸까?'라고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보니 밑에 뭘 깔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생각하면 영화도 뭘 까는 건 어떤 선에서 그걸 까는 거지 2시간 내내 그걸 깔지 않는다. 그런데 드라마는 1시간 짜리가 14개다 보니 어떻게 배분을 하느냐의 문제다. 그 때 그 때 그걸 널어놓고 고민해야 한다는 게 어렵다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제가 쉰 기간이 많다 보니 기술 문명은 한없이 발전해서 현장에 라인들이 없더라. 저같은 경우는 일찍 태어나다 보니 필름으로 영화를 찍었던 두 번의 경험이 있다. 디지털이 돼서 '화차'를 찍었다. 그러고 나니 라인이 없어서 현장이 훨씬 더 빨라졌다. 내가 준비를 많이 안 해오면 나 때문에 늦어지는 거구나 싶었다. 다른 핑계를 못 대겠더라. 52시간이 제대로 지켜진다는 건 너무 좋았다. 정말 내 오른손 같이 굴던 조감독이 한 순간에 '60, 59, 58' 냉정하게 말할 때 어떤 것도 용납하지 못하겠다고 단호하게 말할 때 조감독이 멋있더라. 그런 것들이 좋아졌더라"라며 웃었다.
베테랑 연기자 배종옥과의 만남은 변영주 감독이 공백기를 깨는 것을 넘어 '부지런히 작품 해야겠다'는 결심마저 세웠다. 그는 "배종옥 배우하고 처음 촬영하던 날이었다. 저는 안다. 그 분이 영화를 하셨던 것도. 그런데 너무 잘하시고 무슨 말을 하고 가서 피드백을 주고 무슨 느낌으로 해야겠다, 훨씬 더 정치인 같다고 할 때 바로바로 해주시는 걸 보면서 저 사람의 긴 리즈시절 중에 이제야 겨우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래서 조금 분하고 억울했다. 저는 사실 게으른 사람이다. 이제는 노는 걸 제일 좋아한다. 방송 출연을 한 것도 먹고 살기 위한 게 컸지 재미있겠다가 없었다. '방구석 1열'도 하다 보니 재미있어졌다. 하다 보니 윤종신 훌륭하네였다. 계획을 세우면서 산 적이 없다. 솔직히 인간이 계획을 세우면서 살면 영화 일을 할까 싶다. 그런데 그 날 처음으로 부끄럽고 다르게 살아야겠다 생각했다. 그 다음부터 제안이 오는 걸 다 받았다. '안 합니다'가 아니라 '보여주세요'라고. 그러면서 적어도 3년에 두 작품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백설공주' 배우들과의 만남은 그에게 큰 울림을 남겼다. 명장면으로 꼽히는 배우 권해효의 오열 장면은 변영주 감독조차 '컷'을 외치기 싫을 정도였다고. 변영주 감독은 변요한에 대해서도 연말 연기대상의 수상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가능하다"라고 웃으며 기대를 보였다. 
배우들의 열연에 화답하듯 변영주 감독은 '백설공주'를 위해 사소한 '디테일'까지 신경 썼다. 그는 "유명한 미스터리 스릴러는 '원전'이 된다. 수많은 사람이 원작을 삼건, 원작을 안 하건 조그만 마을에 모두가 범인이고 사체는 놀랍게도 10여년 우리 주위에 묻혀있었다는 식의 내용의 원전이 된다"라며 "과정의 재미를 주면 큰 문제는 없지 않을까 싶었다. 사실 1회를 보는 순간 '고정우는 범인이 아니'라고 98%는 생각한다. 두 가지 핵심 중 하나가 '변요한이 설마 범인인데 했겠어? 엄마가 저렇게 불쌍하게 나온다고?'라 풀려버린다. 나머지 하나는 누가, 어떻게, 어떤 이기심이 담기는지인 거다. 그런 면에서는 재미를 드릴 수 있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 고민은 많이 했다. 리얼해야 한다고. 원작에서 한국 사회에서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시체 없는 살인 사건에서 10년 형을 받는 게 어렵다. 우리나라 법률상. 그렇다고 한국이니까 5년 형 하면 뭔가 이상하지 않나. 무게감이 확 사라지고. 10년이 되면 나머지가 리얼해야 한다 생각해서 제 친구 중에 권일용 교수한테 새벽 2시에도 전화하고, 아침 7시에도 전화해서 '이러면 이런 거 안 되냐?' 굉장히 많은 부분 도움을 받았다. 너무너무 감사헀다. 단 한 번도 싫어하지 않았다. 지금 준비하는 작품에는 아예 '자문'으로 같이 간다. 더 뻔뻔하게 부탁을 하려고 했다"라며 웃었다. 
그렇다면 독일의 소설 원작과 달리 한국 드라마 만의 배경이 '백설공주'에는 어떻게 담겼을까. 변영주 감독은 "원작은 범인들이 연대한다. 지인들끼리. 그런데 우리는 마을 전체가 몰고 있다. 집값이 떨어질까 봐, 우리도 아파트에 살아봐야 하는데, 대규모 펜션단지가 들어와야 하는 그런 공동체가 몰아가는 게 있다. 이젠 많이 드러난 '얘가 범인일 것 같다'는 모든 사람들 사이에서도 관계를 조금씩 계단으로 만들었다. 제일 위에 정치인이 있고 경찰서장이 있고 누가 있고 그들 사이에서도 언제든 균열이 일어날 수 있게 했다. 그들이 균열이 일어나야 세상이 바뀔 단초가 된다 생각해서 굉장히 한국적인 거로 바꿨다 생각한다. 어른 배우들이 그런 정서를 되게 많이 만들어줬다"라고 밝혔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연관관계를 조금 주고 싶었다, 이 마을이 얼마나 뻔한지. 그건 제 반성이 결과물에도 담긴 건데 예를 들면 1화 마지막에 육교에서 정우의 어머니가 추락하는 걸 제일 먼저 발견하는 건 바의 주인 노상철이고 응급실엔 정우의 동창이 있다고. 그걸 제가 영화라 생각하고 너무 유장하게 엮었다. 드라마에선 잘 보이지 않더라. 제가 실패했다. 순식간에 보이게 드러내거나 적은 시간에 표현해야 하는데 제가 드라마의 속도감을 너무 몰랐다. 마을 전체가 아침 9시에 봤던 애가 저녁 6시에 볼 수도 있는 티를 내려고 했던 걸 잘 못했다. 계속 고민한 건 '관계'였다. 정우의 엄마와 보영의 엄마는 어떤 사이고 젊어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런 것들이 끊임없이 겹쳐 있어야 재미있겠더라"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첫 번째로 제가 들어와서 이 작품을 하면서 만들었던 씬이 1화의 마지막에 회상처럼 나오는 정우의 엄마, 아빠가 대화를 나눈 씬이다. 그런 게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정우 엄마가 왜 버티고 있나를 표현하는 씬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촬영 끝나고 밤에 써서 전달을 했고 모두 좋다고 해주셔서 갔던 게 '정우 엄마가 여기서 이러고 살자'고 남편이랑 얘기하는 거다"라고 밝혔다.
다만 "그것도 부끄러운 게 너무 유장했다. 드라마는 한 씬에서 한 가지 이야기만 해야 한다. 영화는 여러가지를 얘기해도 된다. 거기에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뭐냐하면 가해자가 돼버린 내 아들을 믿고, 내 아들이 안 죽였다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체조차 찾지 못한 피해자가 존재하는 상태에서 가해자 부모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가 앞에 나온 거다. '정우가 범인이라 생각 안하는 거지? 어떻게 그걸 말로 하냐. 아직 저런 피해자가 있는데. 하지만 우린 떠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떠나면 걔가 범인인 걸 인정하는 것 같아서'라는 양가적인 감정이 있는데 그 것만 5분이 돼더라. 제 딴에는 잘 찍었다 생각했다"라며 멋쩍어 했다.
이어 "배우들이 너무 훌륭했다. 김미경, 안내상 배우 모두 귀신 같다 생각했다. 변요한 배우가 촬영이 뒤에 있었는데 와서 그 씬을 보고 갔다. 자기한테도 이런 게 있다는 걸 보고 가려 했다. 이 친구도 울컥했다. 그렇지만 드라마적인 호흡으로 못 쓸 것 같았다. 그 다음에 제가 만든 게 보영엄마 이재희(박미현 분)와 정우가 마주쳐서 보영이의 방으로 들어갔을 때 박미현 배우의 대사를 바꿨다. 원래 서로 증오하는 느낌이었다가. 그게 아니라 여기서 역사를 풀자고 했다. 감정이 극해져 있어서 재미있을 거라 봤다. 설명적인 이야기를 해도"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요한 배우가 분노한 상태로 풀려고 하다가 30분 정도 이야기를 하다가 '보영이 부모에 대해 어떤 마음도 있는 거죠?'라고 하더라. 네 엄마를 해친 게 있으니 분노하겠지만 네가 끝내 굴복했었기 때문에 지옥같은 상황이 10년이 된 것에 성찰적인 마음도 만들어진다면 시청자들에게 더 사랑받지 않겠나. '억울해, 분해요!'만이 아니라 결국 승복한 마음이 억울함을 만들었다는 게 느껴지게 한다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파생된 게 보영이 사체 찾으러 갔다가 한 대사가 연결이 되면서 캐릭터가 만들어졌다. 개인적으로는 박미현 배우가 본인 잎에 맞춰서 그걸 너무 연기를 잘해줘서 너무 좋아한다"라고 호평했다. 
변영주 감독은 또한 "요한 배우가 어떤 말도 없이 '이모!'라고 내뱉는 말이 너무 좋았다. 또 육교를 뒤에 찍었다. 그런 다리를 찾기 힘들었다. 비가 많이 오면 사람들이 잘 보지 못할 육교를 찾아야 했다. 요한 배우하고 박미연 배우가 한 씬을 조재윤 배우한테 사전에 보여줬다. 그리고 보영이 방으로 꾸며진 방도 재윤 배우한테 먼저 보여줬다. 재윤 배우가 '제가 나쁜 놈인 것만은 아니네요'라고 하더라. '나쁜 놈이지, 그런데 마음에 죄책감하고 분한 마음도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누군가를 증오하는 마음 말고 보영 엄마와 아빠는 나 때문이라는 마음도 있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치열함 끝에 '백설공주'가 반환점에 든 시기, 중후반의 관전 포인트에 변영주 감독은 "이렇게 방어벽을 완벽하게 쌓아올린 사람들 틈에서 정우와 상철은 어떻게 실마리를 찾아갈까. 끊임없이 방해를 받을 텐데 어떤 게 실마리가 될까. 보영이 사체가 발견되고 성폭력 상황이 있었고 정우는 없고 누가 성폭력을 했다까지 나온 상황에서 어떻게 죽고, 목격자는 누구이고 사체를 치운 사람은 누구이며 누가 은폐했는지, 수사 과정에 어떤 조작이 들어갔을지가 한 쪽에 있다. 다른 쪽에는 협박 문자만 있을 뿐인 심증은 가는 부부가 어떻게 들키는지, 또는 결국 다은이의 사체는 어떻게 찾는지, 그리고 수호는 뭘 봤는지도 있다. 수호가 스포일러다. 걔 그림이 스포일러다. 이런 것들이 모여야 미스터리 스릴러다. 하나가 풀린다고 단순해지지 않는다. 노상철은 생각보다 유용하고 유능한 사람이다. 주먹만 휘두르는 사람이 아니다. 경찰대 출신이라는 걸 잊지 말아달라"라고 했다. 
특히 그는 "어떤 악인도 빠져나가지 못할 거다. 그리고 정우네도 다시 행복해지려고 애를 쓸 거다"라고 강조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작품의 최종 목표에 대해 "두자리는 보고 싶다. 억지로러라도. 9.98% 반올림해라고 하더라도. 두자리가 나온다면 신기할 것 같다"라며 웃었다.
변영주 감독은 '백설공주'에 대해 "재방송도 보게 되는 드라마였으면 좋겠다. 재방송을 봐야지가 아니라. 재핑하다 나왔을 때 '이거 또 봐야지?'라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 몇몇 배우들의 출세작으로 대표되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 요한이나, 준이나, 보결이나, '아 그 때 너무!'로 얘기되는. 그러면 저한테는 기쁜 일일 것 같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그는 "'백설공주'는 결국은 포기하지 않는 공권력과 성찰하는 피해자가 만났을 때 어떤 시너지가 있을지다. 정우는 '나 피해자야 억울해'가 아니라 자기가 잘못 판단했던 부분까지 고민해내며 어른이 된다. 스무살에서 서른까지의 10년을 이제야 성장통을 겪는다. 포기하지 않는, 단점이 많지만 내가 왜 좋은 경찰인지를 증명하려는 상철까지 둘의 시너지가 아직도 막막한 이 사건을 포기하지 않고 해결하는 이야기로 기대해 주신다면 좋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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