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가지 좋은 건 원정 경기장 컨디션이 좋다는 점."
손흥민(32, 토트넘 홋스퍼)의 말대로였다. 오만전이 치러질 술탄 카부스 종합운동장의 잔디는 서울월드컵경기장보다 훌륭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0일 오후 11시(이하 한국시간) 오만 무스카트의 술탄 카부스 종합운동장에서 오만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2차전 맞대결을 치른다.
첫 승리에 도전하는 홍명보호다. 한국은 지난 5일 안방에서 펼쳐진 1차전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상대는 FIFA 랭킹 96위 팔레스타인이었지만, 결과는 0-0 무승부였다. 후반 막판 손흥민의 강력한 슈팅이 골대를 강타하고 나오는 불운도 겹쳤다.
이제는 정말 승리뿐이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를 하루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원정이고 어려운 점이 많은 경기다. 하지만 승리 외에는 다른 게 없다. 모든 초점을 승리에만 맞추도록 하겠다"라고 굳게 다짐했다. 김민재 역시 "홈에서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원정에서 좋은 경기력도 중요하지만, 결과를 가져오는 게 가장 중요하다. 꼭 승리해야 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대표팀은 현지 시각으로 9일 오후 6시 술탄 카부스 종합운동장에서 마지막 담금질에 나섰다. 선수단은 이날 처음으로 결전지인 술탄 카부스 종합운동장 잔디를 밟았다. 전날까지는 무스카트 외곽 시브의 알 시브 스타디움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다행히도 경기장 잔디 상태는 양호해 보였다. 살짝 흙이 드러난 부분도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크게 패인 곳 없이 고른 모습이었다. 잔디 관리가 훌륭했던 알 시브 스타디움과 비교해도 별로 부족함이 없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팔레스타인을 치렀던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보다는 매끄러웠다는 사실. 손상되기 쉬운 골문 앞 구역도 깔끔했고, 잔디 색도 균일했다. 중계 카메라로 봐도 구역별로 색깔 차이가 확연했던 팔레스타인전과는 달랐다. 직접 잔디를 밟아본 대표팀 관계자도 한국 잔디와 질은 조금 다르지만, 상태는 좋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뛰어난 기술을 지닌 한국 선수들로선 반가운 일이다. 대표팀은 지난 경기에선 잔디 문제로 애를 먹었다. 잔디가 워낙 훼손된 탓에 정확한 패스를 주고받기 어려웠고, 공간이 있어도 빠르게 치고 나가기 힘들었다. 선수들은 경기 후 잔디 탓을 하고 싶지 않다고 했으나 잔디가 마이너스였던 점만은 분명했다.
손흥민의 말대로 한편으로는 반갑고, 한편으로는 씁쓸한 현실이다. 그는 지난 경기를 마친 뒤 작심 발언을 내놨다.
당시 손흥민은 "단 하나 좋은 건 원정 경기장 잔디 컨디션이 좋다는 점"이라며 "어떻게 보면 안타깝고,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기술이 좋은 선수들이 많은 데도 컨트롤, 드리블에 어려움이 있었다. 팬분들도 빠른 템포의 경기를 보고 싶으실 텐데 홈에서만큼은 개선되면 좋겠다"라고 꼬집었다.
대한축구협회 역시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홈 경기장을 이전하는 방안도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명보 감독은 "우리 선수들 경기력이 잘 나올 수 있는 곳이 제일 좋다. 상암에서 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잔디가 계속 저렇게 되면 경기력에 좋지 않다"라고 우려했다.
일단 이번 오만전만큼은 잔디도 태극전사들을 도와줄 것으로 보인다. 모든 능력을 끌어내 승점 3점을 가져와야 한다. 홍명보 감독도 언급한 한 수 위 '테크닉'을 발휘해 오만 수비를 무너뜨리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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