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과 황희찬이 한 골을 합작했지만 리드를 지키지는 못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0일 오후 11시(이하 한국시간) 오만 무스카트의 술탄 카부스 종합운동장에서 오만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2차전 맞대결서 황희찬의 선제골에도 불구하고 전반 추가시간 알 사디의 환상 프리킥골을 내주면서 1-1 무승부로 전반을 마무리했다.
이제 겨우 두 번째 경기지만, 무게감이 남다르다. 혹여라도 패배하면 그야말로 벼랑 끝까지 내몰리게 된다. 승점 3점으로 분위기를 바꾸는 수밖에 없다. 한국은 지난 5일 안방에서 열린 1차전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상대는 FIFA 랭킹 96위 팔레스타인이었지만, 결과는 0-0 무승부였다.
이날 후반 막판 손흥민의 강력한 슈팅이 골대를 강타하고 나오는 불운도 겹쳤다. 그러나 이젠 불운도 이겨내야 한다. 또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홍명보호의 앞날뿐만 아니라 3차 예선 통과를 위해서라도 승점 3점이 꼭 필요하다. 앞으로도 험난한 중동 원정이 기다리고 있는 만큼 초반에 승점을 벌어둬야만 한다.
경기를 앞두고 한국의 선발 명단이 공개됐다. 주장 손흥민을 필두로 오세훈, 이강인, 황희찬, 황인범, 박용우, 이명재, 김민재, 정승현, 설영우, 조현우가 먼저 출격한다. 송범근, 정우영, 주민규, 이재성, 김준홍, 이동경, 조유민, 양민혁, 엄지성, 김영권, 황문기, 황재원이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팔레스타인전과 비교하면 5자리가 바뀌었다. 교체 출전했던 오세훈, 황희찬, 이명재가 선발 자리를 꿰찼다. 지난 경기에선 벤치에서 대기했던 정승현과 박용우도 새로 선택받았다. 사실상 절반이 바뀐 파격적인 베스트 11이다.
변화를 예고했던 홍명보 감독은 최전방 원톱부터 우측 공격수, 중앙 미드필더, 중앙 수비, 측면 수비까지 팀의 큰 뼈대를 새로 짰다. 중동에서 뛰고 있는 정승현과 박용우가 선발로 나서는 점도 눈에 띈다. 홍명보 감독의 고민이 얼마나 깊었는지 느껴지는 라인업이다.
실제로 홍명보 감독은 경기 전날 기자회견에서 "원정이고 어려운 점이 많은 경기다. 하지만 승리 외에는 다른 게 없다. 모든 초점을 승리에만 맞추도록 하겠다"라고 필승을 다짐했다. 많은 고심이 들어간 만큼 오만전은 확실히 팔레스타인전과 달라진 모습이었다.
경기 시작부터 양쪽 측면 수비수가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면서 확실히 2선의 움직임이 편해졌다. 빈 공간이 나오면서 선수들에게 편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특히 오른쪽으로 배치된 이강인에게 꾸준하게 공간이 나왔다.
공간이 나오자 한국의 황금 2선이 계속 공세를 이어갔다. 전반 4분 한국은 오세훈이 경합 과정서 머리로 재치있게 뒤로 떨궈준 공을 이강인이 잡았다. 이강인은 공간을 보고 과감하게 중거리 슈팅을 때린 것이 그대로 골문을 살짝 벗어났다.
전반 10분 황희찬은 공간이 주어지자 과감하게 때렸다. 손흥민의 패스를 받은 황희찬이 앞에가 비어있자 과감하게 다이렉트로 때린 것이 그대로 골문을 갈랐다. 그대로 득점으로 인정되면서 황희찬의 A매치 15호골이 인정되면서 한국이 1-0으로 앞서갔다.
한국은 전반 15분 다시 이강인의 가슴 트래핑 이후 재치있는 패스로 공격 기회를 잡았다. 단 손흥민이 완전히 온사이드 상황서 들어갔으나 주심이 오프사이드를 선언되면서 기회가 무산됐다.
한국은 전반 20분 다시 한 번 좋은 기회를 잡았다. 스로인 이후 이어지는 혼전 상황에서 상대 골키퍼가 제대로 쳐내지 못한 것을 그대로 이명재가 타이밍에 맞춰 발리 슈팅을 시도했으나 상대 골키퍼의 손에 걸리면서 탄식을 자아냈다.
한국은 전반 23분 황희찬이 다시 한 번 완벽한 돌파를 시도했다. 상대 수비수를 완전히 속인 상황에서 무리한 슈팅보다는 날카로운 패스로 황인범에게 공간을 열어줬다. 이를 황인범이 슈팅까지 연결하려고 했으나 모두 무산됐다.
여기에 전반 25분 다시 한 번 코너킥 상황에서 더 좋은 기회를 잡았다. 코너킥 상황에서 이강인이 올린 크로스를 오세훈이 떨궈주고 이를 정승현이 완전히 온사이드 상황에서 기가 막힌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상대 알무카이니 골키퍼의 선방에 무산됐다.
계속 밀리던 오만이 공격적으로 치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한국은 무리한 공세보다는 모두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면서 위기를 넘겼다. 전반 30분 쿨링 브레이크가 선언되면서 잠시 경기가 소강 상태에 돌입했다. 재개 이후로 한국은 안정적인 운영으로 받아쳤다.
오만의 공세가 이어졌다. 한국은 전반 45분 설영우가 수비 과정에서 높은 태클을 시도하다가 옐로 카드가 주어졌다. 오만이 이어지는 좋은 프리킥 상황에서 23번 알 사디가 그대로 빠르게 올린 것을 골문을 향하면서 득점이 인정됐다. 이강인이 오만의 역습을 차단하다가 옐로 카드를 받으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뒤집힌 채 전반이 종료됐다.
/finekosh@osen.co.kr
[사진] 무스카트(오만)=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