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가 창단 첫 전체 1순위 지명으로 덕수고 에이스 정현우(18)를 선택했다.
키움은 지난 11일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 볼룸에서 열린 ‘2025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덕수고 좌완 에이스 정현우를 지명했다.
2008년 창단한 키움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전면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을 한 적이 없었다. 전면 드래프트로 열린 2013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었지만 당시에는 신생팀이었던 NC가 우선지명을 2명 할 수 있어 사실상 3번째로 지명을 하게 됐다. 키움 고형욱 단장 역시 정현우를 지명하며 “우리가 처음으로 1순위 지명을 한다”라며 정현우가 얼마나 의미 있는 지명인지를 강조했다.
정현우는 고교 통산 29경기(101⅓이닝) 11승 1패 평균자책점 1.24을 기록한 특급 에이스다. 시속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던지는 정현우는 구위 뿐만 아니라 변화구와 제구력도 좋아 완성형 신인으로 평가받는다. 고형욱 단장은 “우리는 진작에 정현우를 뽑을거라고 오픈을 했다. 정현우 이야기가 나온지 한참 되지 않았나. 그만큼 미리 정했다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올해 초만 해도 가장 유력한 전체 1순위 지명 후보는 전주고 우완 에이스 정우주였다. 고교통산 16경기(45⅔이닝) 4승 1패 평균자책점 1.58을 기록한 정우주는 최고 150km 후반대 강속구를 던지는 우완투수로 9이닝당탈삼진이 15.77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인 구위를 과시했다. 하지만 정현우가 안정감을 앞세워 급부상했고 결국 평가를 뒤집고 전체 1순위 지명의 영예를 차지하는데 성공했다.
“확신이 없었다면 그렇게 할 수 없다”라고 강조한 고형욱 단장은 “물론 많은 고민을 했다. 드래프트를 하면 좋은 선수를 모두 뽑을 수는 없는 것이다. 이제 다른 팀에 갔는데 아까워서 어쩌겠나. 우리는 확신을 가지고 정현우를 지명했다. 이제는 정우주와 비교를 하기는 싫다”라며 웃었다.
정현우는 여러모로 키움에 잘 맞는 선택이다. 2026년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안우진, 김재웅, 김성진 등의 복귀에 맞춰서 팀 전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키움은 최대한 빠르게 1군에 안착할 수 있는 재능있는 신인선수들이 필요하다. 정우주는 잠재력이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도 관심을 보였을 정도다. 하지만 완성도와 안정감에서는 정현우가 조금 앞서는 모습을 보여줬다. 당장 내년 1군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줄 가능성도 있다.
또한 키움은 현재 투수진에서 좌완투수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선발진에는 외국인투수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가 유일한 좌완투수이며 불펜진에도 윤정현이 유일한 좌완투수다. 전반기 필승조로 좋은 활약을 보여준 김성민도 후반기 부진에 빠지며 2군으로 내려간 상황이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한 신인투수들도 전준표, 김윤하 등 우완투수들이 많았다. 손현기가 가장 높은 순번에서 지명을 받은 좌완투수지만 아직은 보완해야할 점이 많다. 이러한 키움 투수진이 정현우가 가세한다면 큰 힘이 될 수 있다.
전체 1순위 지명은 최고의 유망주를 지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물론 좋지만 그만큼 반드시 지명한 선수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다. 만약 더 낮은 순번에서 지명을 받은 선수가 더 좋은 활약을 보여준다면 그만큼 팬들의 실망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많은 드래프트 역사에서 이러한 부담감을 이기지 못한 유망주들도 적지 않다.
그렇지만 키움은 강한 확신을 가지고 정현우를 선택했다. 정현우가 내년, 그리고 앞으로 키움의 믿음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팬들이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