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메이저리그 36승 투수일까?
KIA 타이거즈 외국인 투수 에릭 라우어(29)가 메이저리거의 품격을 되찾았다. 지난 12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탈삼진 9개를 곁들여 1피안타 1볼넷의 완벽한 투구였다. 입단 이후 최고의 투구였다.
메이저리그 36승의 클래스를 느낄 수 있는 투구였다. 4회 1사후 볼넷을 줄때까지 10명의 타자를 퍼펙트로 제압했다. 5회는 선두타자 박승욱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하자 세 타자를 모조리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6회도 삼자범퇴로 막고 이닝을 마쳤다. 78구에서 끊어준 것을 다음 등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최고 149km, 평균 147km 직구 위주로 볼배합을 가져갔다. 각이 크게 휘어지는 슬라이더에 커브까지 구사했다. 우타자들을 상대해서도 체인지업을 던지지 않아도 끄덕없었다. 이유는 하이패스트볼이었다. 빠른 직구를 높은존으로 공략했고 롯데 타자들의 헛스윙이 빈번했다.
라우어는 입단후 4경기까지는 다소 고전하는 모습이었다. 평균자책점 6.87를 기록했다. 4경기 피안타율이 3할1푼6리였다. 특히 우타자 피안타율이 3할8푼이나 됐다. 좌타 피안타율은 1할9푼2리였다. 상대가 우타자 위주로 타선으로 라우어를 공략했다. 메이저리그 36승의 자존심이 구겨졌다.
라우어는 KBO리그 타자들의 성향을 보면서 중요한 선택을 했다. 피치컴을 장착하고 자신이 직접 사인을 내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볼배합과 타자와의 승부방식을 바꾸었다. ABS존을 최대한 활용해 하이패스트볼 위주로 투구했고 빠른 슬라이더와 커브를 구사하는 방식이었다. 결과는 좋았다. 이날까지 2경기에서 12⅓이닝 3실점의 투구결과로 나타났다.
ML 36승의 자존심을 회복했다. 라우어는 "KBO 타자들이 안타나 단타 위주로 노린다. 낮은 존의 공을 대놓고 쳤다. 그래서 하이패스트볼을 많이 던졌다. 투구판 가운데서 던지면서 슬라이더 등 변화구의 각이 좋아졌다. 피치컴을 하면서 템포도 좋아졌다"고 비결을 설명했다. 해법을 찾아내는 방식에서 스마트함을 읽을 수 있다.
라우어가 진가를 발휘하자 이범호 감독의 표정도 밝아졌다. "지난 경기에 이어 두 경기 연속 호투를 해주면서 제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빠른볼과 슬라이더의 위력이 돋보였다"고 박수를 보냈다. 남은 경기에서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하고 한국시리즈에서 불팬의 신화를 이어갈 수 있다는 희망도 얻었다.
사실 KIA는 한국시리즈 직행이 유력하지만 불안감이 있었다. 가장 중요한 선발투수의 힘이 애매했다. 적어도 3명의 확실한 선발카드가 있어야 우승할 수 있다. 꾸준한 양현종은 확실한 카드이다. 턱골절상을 입은 제임스 네일도 한국시리즈 등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두 명의 투수로는 힘들다. 미덥지 못했던 라우어가 위력을 회복하면서 그만큼 불안감이 줄었다. 라우어 효과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