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선발 시켜 주셨으니까요. 그래서 지금의 제가 있는 거죠.”
어쩌면 지금의 ‘괴물’이 없을 수 있었다. 지금의 괴물을 있게 만든, 디딤돌을 놓은 스승이었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류현진(37)이 처음으로 스승의 동상 앞에 선다. 류현진은 1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 전, 사직구장 앞 최동원 동상에서 열리는 고 최동원 전 감독의 13주기 추모 행사에 참석한다. 류현진이 최동원 추모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데뷔 후 처음이다.
지금의 류현진은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선수가 됐다. 한국시리즈 4승이라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세운, 불세출의 최동원이 한국 야구계에 한 획을 그었듯이 류현진은 한국 야구 역사를 통틀어서 손에 꼽을 선수로 거듭났다. 그 뒤에는 최동원이 있었다.
2006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지명된 류현진. 동산고를 졸업하고 곧바로 1군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팔꿈치 수술 여파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던 것은 맞지만 류현진의 재능 만큼은 확실했다. 그리고 이 재능을 펼칠 수 있게 도와준 게 당시 한화 1군 투수코치였던 최동원이었다. 최동원 코치는 당시 김인식 감독에게 류현진을 선발 투수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고 김인식 감독은 류현진에게 선발 한 자리를 맡겼다.
사실 이 비화는 이제 너무나 유명한 비화다. 이후 류현진의 커리어도 모두가 알고 있다. 류현진은 2006년 데뷔 첫 해 30경기 등판해 201⅔이닝을 던지며 18승 6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23, 탈삼진 204개의 특급 성적을 올렸다. ‘괴물’이 탄생한 시즌이었다. 트리플크라운(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1위)에 MVP와 신인왕을 모두 석권했다. 이후 류현진은 KBO 통산 108승, 그리고 미국 메이저리그까지 진출해 통산 78승에 평균자책점 1위, 올스타전 선발, 사이영상 투표 2외와 3위 등 굵직한 커리어를 썼다. 한국 야구 역사에서 투수로는 정점에 서 있는 투수로 거듭났다.
하지만 류현진과 지도자 최동원의 인연은 2006년을 끝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2006년 시즌 도중 최동원 코치가 2군으로 내려갔기 때문. 이후 류현진과 최동원은 먼 발치에서 서로를 응원했다. 결국 최동원 코치는 2011년 지병인 대장암으로 작고했다.
스승 앞에 서기 전, 류현진은 13일 사직 롯데전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99개의 공을 던지며 6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 역투를 펼치면서 한국 복귀 첫 시즌, 그리고 13년 만에 10승을 달성했다. 팀의 5연패를 끊어내고 8-4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후 류현진은 “최동원 코치님 동상이 생긴 건 제가 미국에 가고 나서다. 오랜만에 인사를 드리러 가는 것이라고 뜻깊을 것 같고 좋은 마음으로 다녀오겠다”라면서 “코치님께서 처음에 선발을 시켜주신 것이다. 그래서 신인 때부터 지금까지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되돌아 봤다.
이날 추모식은 정오부터 시작된다. 최동원 동상 앞에서 헌화식을 시작한 뒤 경기 시작 전에는 추모 영상을 상영한 뒤 선수단과 관중들이 묵념을 하면서 최동원을 추모할 예정이다. 최동원 야구교실 선수단이 애국가를 제창하고 최동원의 모교인 경남중 야구부 학생들이 특별 시구를 맡는다. 롯데는 최동원 선수의 실루엣이 담긴 추모패치를 유니폼에 부착하고 경기에 나서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