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양키스의 에이스 게릿 콜(34)이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을 했다. 주자가 없는데 고의4구로 승부를 피했다. 4회 1사까지 노히터로 호투했지만 고의4구 이후 7실점으로 무너졌다.
콜은 1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브롱스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 4.1이닝 5피안타 3볼넷 3사구 2탈삼진 7실점으로 무너지며 시즌 5패(6승)째를 당했다. 양키스도 1-7로 패하며 3연승을 마감했다.
4회초 1사까지 노히터를 할 정도로 컨디션은 좋았다. 1회초 1사 후 라파엘 데버스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줬지만 타일러 오닐을 3루 땅볼로 이끌어내 5-4-3 병살타로 첫 이닝을 끝냈다. 2회초 윌리 아브레유와 트리스턴 카사스를 연속 삼진 처리하며 삼자범퇴로 막은 콜은 3회초에도 삼자범퇴로 끝냈다. 트레버 스토리와 대니 잰슨 모두 2루 팝플라이로 물러날 만큼 콜의 구위에 눌렸다.
4회초에도 첫 타자 재런 듀란을 중견수 뜬공 처리한 콜은 그러나 다음 타자 데버스에게 갑자기 고의4구를 보냈다. 주자가 없었고, 노히터로 호투 중인데 데버스와 승부를 피한 것이다. 벤치 사인이 아니라 콜 스스로 결정해서 손가락 4개를 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콜은 데버스 상대로 통산 43차례 맞대결을 벌여 타율 3할3푼3리(39타수 13안타) 8홈런 4볼넷 15삼진 OPS 1.370으로 무척 약했다. 커리어 통틀어 가장 많은 홈런을 허용한 타자이기도 했다. 이날도 첫 타석 몸에 맞는 볼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결국 두 번째 타석에서 주자가 없는데 고의4구로 피했다.
결과적으로 완전 패착이었다. 데버스에게 2루 도루를 허용하더니 다음 타자 오닐에게 볼넷을 내주며 주자를 쌓은 콜은 요시다 마사타카에게 좌측 1타점 2루타를 맞아 동점이 됐다. 노히터가 깨진 콜은 아브레유에게도 2타점 우전 적시타를 맞으며 스코어가 뒤집혔다.
5회초에는 스토리에게 우전 안타와 2루 도루를 내준 뒤 잰슨에게 볼넷을 주며 흔들렸다. 듀란을 몸에 맞는 볼로 출루시키며 이어진 1사 만루에서 데버스를 만났다. 고의4구로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데버스와 승부했지만 2구째 바깥쪽 낮은 너클커브를 공략당해 우중간 떨어지는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다음 타자 오닐에게 또 몸에 맞는 볼을 던져 1사 만루 위기가 이어진 콜은 요시다에게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맞고 강판됐다. 총 투구수 68개로 많지 않았지만 더는 마운드를 버틸 수 없었다.
고의4구 전후로 투구 내용이 완전히 바뀌었다. ‘MLB.com’은 ‘투수가 자신의 숙적에게 이례적으로 존경의 뜻을 표했다. 데버스는 마빈 허드슨 심판을 의아하게 쳐다본 뒤 방망이를 옆으로 던졌다’며 ‘이 결정은 콜과 양키스에게 역효과를 가져왔다. 패배 후 많은 의문을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경기 후 콜은 “분명 실수였다. 계획을 세울 때는 그 계획을 믿었지만 나중에 보니 잘못된 행동이었다”고 아쉬워했다. 콜은 맷 블레이크 양키스 투수코치와 함께 고의4구를 게임 플랜에 넣었다. 천적 데버스를 상대로 괜히 힘을 빼는 것보다 한 베이스를 내주는 대신 투구수를 아껴 나머지 타자들을 잡는 게 효율적이란 판단이었지만 4회초 그 상황에 나올 줄은 몰랐다.
애런 분 양키스 감독은 “경기 상황을 고려할 때 콜이 승부를 했어야 했다. 생각이 너무 많았던 것 같은데 나도 충분히 소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고의4구 플랜을 미처 몰랐던 양키스 포수 오스틴 웰스도 “그런 계획이 있는 줄 몰랐다. 그 이후 기세가 보스턴 쪽으로 바뀌었다”고 아쉬워했다. 고의4구를 받은 데버스도 놀랍긴 마찬가지. 그는 “깜짝 놀랐다. 미래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선수에게서 주자가 없는데 고의4구를 얻을 줄 몰랐다. 콜이 약간 당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알렉스 코라 보스턴 감독은 1회 첫 타석에서 콜이 데버스에게 몸에 맞는 볼을 던진 것을 두고 “콜이 데버스를 상대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결론이다. 고의4구를 보니 첫 타석에서 일부러 맞힌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콜은 “코라 감독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믿을 수 있다. 난 일부러 맞히지 않았다”며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