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고승민(25)이 KBO리그 역대 32번째, 구단 4번째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고승민은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 2번 2루수로 선발 출장해 힛 포 더 사이클을 달성하는 5타수 5안타 3타점 경기를 펼쳤다. 팀의 7-3 역전승을 이끌었다.
추격의 점수, 역전의 점수, 그리고 쐐기의 점수이자 대기록까지. 고승민은 이날 말 그대로 원맨쇼를 펼쳤다. 고승민의 힛 포 더 사이클은 1회부터 시작됐다. 1회 중전안타로 포문을 연 고승민. 0-3으로 뒤진 3회 1사 1루에서는 중견수 방면 적시 3루타를 뽑아내 만회 타점을 기록했다. 힛 포 더 사이클에서 가장 어렵다는 3루타라는 조건을 일찌감치 완성했다.
그리고 5회 좌전안타를 추가한 뒤 나승엽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3-3 동점 득점을 올렸다. 3-3으로 맞선 7회에는 선두타자로 등장해, 이종준의 커브를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4-3으로 앞선 8회 1사 2루에서, 황성빈이 기습번트로 상대를 흔들며 5-3의 달아나는 득점을 뽑았다. 그리고 다시 고승민 타석이 돌아왔다. 고승민은 백승현을 상대로 중견수 방면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뽑아냈다. 중견수 박해민이 타구를 잡지 못하며 뒤로 빠뜨렸고 고승민이 2루까지 내달렸다. 고승민의 힛 포 더 사이클이 이렇게 완성됐다.
올 시즌에는 지난 7월 23일 광주 NC전 KIA 김도영이 31번째이자 시즌 첫 힛 포 더 사이클을 달성했다. 그리고 이날 고승민이 올 시즌 두 번째, 역대 32번째 힛 포 더 사이클의 대기록을 만들었다. 롯데 구단 역사로는 정구선(1987년), 김응국(1996년), 오윤석(2020년)에 이은 역대 4번째다.
고승민은 경기 후 “기록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중간에 더그아웃에서 누가 말했는데 그것도 너무 더워서 신경 쓸 겨를이 없었고 잊어버렸다”라면서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칠 수 있었던 것 같다. 예전에도 몇 번 이런 적이 있었는데 실패했다. 그래서 정말 의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경기는 폭염으로 취소가 될 뻔 했다. 임채섭 경기 감독관은 폭염 취소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했다. 그러나 결국 경기는 예정대로 진행됐고 고승민의 대기록도 달성될 수 있었다.
그는 “오늘 경기가 취소될 뻔 했다. 하지만 선배님들과 선수들 모두 오늘 우리는 경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경기를 하는 게 우리에게 좋은 것이다고 강조했다”라며 “우리가 더우면 상대도 더우니까 더워도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선배님들 덕분에 어린 선수들도 잘 따랐던 것 같다”라고 언급했다.
사실 대기록이 실감 나지 않았지만 팀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실제로도 기록을 의식하지 않았다. 그는 “사실 말로만 듣던 기록이라서 실감은 안나긴 한다. 하지만 그래도 경기는 끝났으니가 남은 경기를 더 집중해야 할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8회 2루타로 힛 포 더 사이클 달성 순간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처음에 뛰면서 유재신 코치님이 ‘2루에서 멈춰라’고 하시더라. 저는 처음에 잡힌 줄 알고 1루에서 멈췄는데 2루를 가서 또 또 빠진 것을 확인하면 3루로 가야하지 않나. 그런데 코치님이 2루에서 멈추라고 하시더라”라며 “하지만 공이 더 빠졌으면 아마 3루로 갔을 것이다. 기록인 것을 알았어도 그냥 3루를 갔을 것이다. 그리고 그대로 3루를 가면 아웃되는 상황이었다”라고 돌아봤다.
이날 경기 후 인터뷰가 끝난 뒤 물세례를 맞은 고승민. “처음 맞아본다. 기분 좋다”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기록을 챙겨주고 기뻐해준 인물들은 모두 코치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그는 “김주찬, 임훈 두 분의 타격코치님들이 너무 축하를 해주셨다. 그래서 감사했다”라며 “어떻게 보면 타격코치님들 덕분에 이렇게 제가 좋은 타격감을 찾았고 유지할 수 있었다. 저보다 더 좋아해주셔서 감사드린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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