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메이저리그는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와 애런 저지(32·뉴욕 양키스)의 시대를 보내고 있다. 3년 전부터 오타니가 풀타임 투타겸업으로 전례 없는 역사를 쓰더니 올해는 초유의 50홈런-50도루 대기록에 다가서고 있다. 2022년 62홈런으로 아메리칸리그(AL) 신기록을 쓴 저지는 올해도 60홈런에 재도전하며 역사상 최고의 우타자 시즌을 만들고 있다.
오타니와 저지의 전성 시대가 몇 년째 이어지는 사이 ‘야구 천재’ 마이크 트라웃(33·LA 에인절스)의 존재감은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다. 2010년대 3번의 MVP를 차지하며 최고의 완성형 타자로 군림했고, 2019년 3월에는 에인절스와 12년 4억2650만 달러 연장 계약도 체결했다. 지난해 12월 오타니가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 FA 계약을 맺기 전까지 메이저리그 사상 최고액 계약이었다.
그러나 2020년대 들어 트라웃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2021년부터 크고 작은 부상으로 4년 연속 규정타석을 넘기지 못했다. 2021년 5월 오른쪽 종아리 부상으로 이탈한 뒤 재활만 하다 36경기 출장으로 끝났고, 2022년에는 허리 경련과 왼쪽 갈비뼈 염증이 겹쳐 7월 중순부터 5주를 쉰 바람에 규정타석 미달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지난해에도 7월초 사구로 인한 왼손 유구골 골절상을 당하는 불운을 겪었고, 8월말 복귀전에서 통증이 재발해 82경기 출장으로 시즌이 끝났다. 올해도 4월말 왼쪽 무릎 반월판 파열로 수술을 받았고, 복귀를 시도했지만 7월말 재활 경기에서 같은 부위 통증 재발로 다시 수술을 받아 시즌 아웃됐다. 결국 데뷔 후 최소 29경기로 시즌을 조기 마감했고, 오타니가 떠난 데 이어 트라웃마저 일찌감치 이탈한 에인절스는 60승90패(승률 .400)로 아메리칸리그(AL) 서부지구 5위 꼴찌로 추락했다.
연이은 부상으로 에이징 커브를 제대로 맞고 있는 트라웃은 결국 포지션 변경이라는 중대 결심을 굳힌 모습이다. 지난 17일(이하 한국시간) ‘MLB.com’에 따르면 트라웃은 “4~5일 전부터 스윙을 시작했는데 정상적인 오프시즌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매일 더 강해지고 있다”며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코너 외야수로 이동하거나 지명타자로 더 자주 뛸 수 있다”고 밝혔다.
트라웃은 커리어 대부분을 중견수로 뛰었다. 중견수로 1344경기(1332선발) 1만1530⅓이닝을 소화했다. 좌익수로는 124경기(77선발) 759이닝, 우익수로는 17경기(13선발) 121이닝만 뛰었다. 188cm 106kg 거구로 젊을 때는 엄청난 내구성과 활동량으로 넓은 수비 범위를 커버했지만 30대가 된 뒤 잦은 부상으로 풀타임 중견수가 버거워지고 있다. 수비를 할수록 무릎 부담이 가중됐고, 무릎으로 몸을 지지해야 할 타격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2년간 트라웃의 OPS는 각각 .858, .867로 하락세가 뚜렷하다.
트라웃은 “오프시즌에 포지션과 관련한 대화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현실이다. 계약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계약을 할 때부터 언젠가 코너 외야수로 옮기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어쩌면 내년이 될지도 모른다. 대화를 해보겠다”며 “궁극적으로 나의 목표는 매일 타석에 서는 것이다. 코너 외야로 이동하든 지명타자를 하든 프런트에 맡겨 계획을 세우도록 하겠다. 지난 몇 년간 상황을 고려하면 내가 경기에 계속 나설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2030년까지 트라웃의 계약은 앞으로 6년 더 남아있다. 부상 리스크를 줄이는 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고, 트라웃도 더는 중견수만 고집할 수 없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10년 연속 가을야구 실패로 암흑기가 길어지고 있는 팀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