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천재인가?
KIA 타이거즈 천재타자 김도영(20)이 정규리그 우승과 함께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자신의 다짐이지만 선배 및 동료들을 항한 주문이었다. "내가 있는 동안 왕조를 세워보겠다"는 당찬 약속이었다. 아무도 생각치 못한 화두를 내놓은 것이다. 곧 21살이 되는 어린 선수답지 않는 포부였다.
김도영은 지난 17일 2024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안다치고 풀타임을 뛰고 기록도 세우는 시즌에 KIA가 우승도 하고 흥행도 돼서 배로 기쁜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계속 1위에 머무르고 싶다. 내가 있는 동안 왕조를 세워보겠다”라며 깜짝 공약을 했다.
프로 3년째 슈퍼스타로 발돋음했다. 134경기 타율 3할4푼4리(517타수 178안타) 37홈런 105타점 134득점 39도루 OPS 1.063을 기록 중이다. 지난 4월 KBO리그 첫 '월간 10홈런-10도루'를 달성했다. 역대 5번째 전반기 20홈런-20도루, 역대 최소타석 내추럴 사이클링 히트, 역대 최연소·최소경기 '30홈런-30도루'의 역사를 썼다.
이제는 2득점을 올리면 KBO리그 역대 단일시즌 최다득점 신기록(135득점)을 경신할 수 있다. 아울러 3홈런과 1도루를 추가하면 역대 두 번째 40홈런-40도루를 세울 수 있다. 남은 7경기에서 득점과 도루는 가능하지만 3홈런을 터트러야 한다. 기록달성 여부와 상관없이 유력한 MVP 후보이다.
흥행의 아이콘이다. KIA는 홈 26회 매진과 함께 120만 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수도권 등 원정경기에서 35번이나 매진을 시켰다. 이종범의 뒤를 잇는 천재타자로 인정을 받으며 흥행의 중심이 되고 있다. 구단이 내놓은 '월간 10홈런-10도루'와 '내추럴사이클링히트' 특별판 유니폼이 5일만에 100억 원 매출을 올릴 정도의 엄청난 흥행력을 보여주었다.
어린데도 왕조창업을 약속했다.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더 최고를 향해 정진하겠다는 의지이다. 평소에도 자만하지 않는다. 엄청난 인기에 들떠 행동이나 발언이 엇나갈 수도 있는 나이인데도 항상 차분하고 예의 있는 자세를 보여주었다. 실력에 인성까지 겸비했다는게 주변의 한결 같은 평가이다. 구단의 미래를 거론할 정도로 포부가 크다.
타이거즈 왕조는 오래전 일이다. 김응용 감독의 지휘아래 '무등산폭격기' 선동열, 김정수, 조계현, 이강철, 이대진, 임창용, 김봉연, 김성한. 김종모. 김준환, 이순철, 야구천재 이종범, 홍현우 등의 일당백의 슈퍼스타들이 이루었다. 1983년부터 1997년까지 15년동안 무려 9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프로야구사에 처음으로 등장한 '해태왕조'였다.
2001년 몰락한 해태를 인수한 KIA에게는 왕조의 역사가 없다. 2009년 10번째 통합우승, 2017년 11번째 통합우승을 이루었지만 그때뿐이었다. 포스트시즌에 꾸준히 진출하는 지속가능한 강팀이 되지 못하고 다시 약자로 내려 앉았다. 대신 2000년 이후 현대, SK, 삼성, 두산 등이 차례로 왕조의 시대를 열었다. KIA에게는 부러웠지만 능력이 되지 않았다. KIA시대 3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하자 20살의 김도영이 왕조창업을 하자는 대명제를 던진 것이다.
현재 KIA 투타 전력은 리그 최강이다. 내년에도 정상에 도전할 수 있을 만큼 전력이 탄탄하다. 이우성 최원준 박찬호가 확실히 주축으로 올라섰고 최형우, 나성범, 김선빈의 베테랑들도 힘을 보여주고 있다. 선발과 불펜진 모두 젊은 선수들로 가득하다. 최고의 타자로 성장한 김도영이 어떻게 진화할 것인지도 흥미진진하다. 선동열과 이종범처럼 과연 김도영이 이끄는 KIA 왕조가 열릴까? KIA 팬들의 가슴이 벌써부터 뜨거워지고 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