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힌 이름’ 브랜든 와델(30·두산 베어스)은 고국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브랜든은 지금 잠실에서 두산의 가을 조커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만난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관계자는 “브랜든이 포스트시즌 출전을 위해 잠실구장으로 출근해 재활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브랜든은 지난 6월 2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 등판해 2이닝 1실점을 남기고 자진 강판했다. 1-0으로 앞선 3회말 선두타자 강민호에게 볼넷을 내준 뒤 후속타자 전병우를 상대하던 도중 몸에 이상을 감지하며 벤치에 신호를 보냈고, 트레이너와 상태를 확인한 뒤 이영하에게 바통을 넘겼다.
브랜든은 병원 정밀 검진 결과 왼쪽 어깨 견갑하근 부분 손상됐다. 최소 6주간 재활이 불가피하다는 소견에 따라 두산은 SSG 랜더스에서 활약한 일본인 투수 시라카와 케이쇼를 단기 대체 외국인투수로 데려왔다.
그러나 전망과 달리 브랜든의 상태는 좀처럼 호전되지 않았다. 8월 3일 첫 불펜피칭을 실시할 때만 해도 9월 복귀가 점쳐졌지만, 다시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모든 스케줄이 중단됐다. 이에 두산은 8월 21일 시라카와와 보름간 계약을 연장했고, 시라카와마저 8월 27일 우측 팔꿈치 통증이 발생해 7경기 2승 3패 평균자책점 6.03을 남기고 고국 일본으로 떠났다. 이 모든 게 브랜든의 예상치 못한 장기 재활로 인해 벌어진 악재였다.
브랜든의 기약 없는 재활에 이승엽 감독은 시라카와가 떠난 뒤 아예 브랜든을 머릿속에서 지운 채 선발 로테이션을 구성했다. 지난 7일 브랜든의 근황을 묻는 질문에 “브랜든은 아직도 공을 던질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잊어버리십시오”라고 못을 박기도 했다.
부상 이탈한지도 어느덧 3달이 흐른 상황. 브랜든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두산 관계자에 따르면 브랜든은 고국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두산에 남아 재활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잠실구장으로 출근해 포스트시즌 복귀를 목표로 운동을 하고 있다. 얼마 전 환한 표정으로 잠실구장 복도를 걸어다니는 브랜든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브랜든의 가을야구 복귀가 확정된 건 아니다. 여전히 브랜든은 몸 상태가 100%가 아닌 ‘재활 선수’이며, 냉정히 말해 10월에 맞춰 몸을 만든다 해도 워낙 실전 공백이 길어 선발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러나 선수의 공을 던지려는 의지가 강하고, 두산 또한 브랜든이 뒷문에서 1이닝이라도 던져준다면 큰 경기 운영이 한층 수월해질 수 있다.
두산 관계자는 “브랜든이 가을야구 등판에 맞춰 재활을 진행 중이다. 이보다 더 빨리 복귀할 가능성도 있다”라며 “여의치 않을 경우 선수는 1이닝이라도 팀에 보탬이 되고 싶어 한다”라고 설명했다.
브랜든은 부상 전까지 14경기 7승 4패 평균자책점 3.12로 호투했다. 라울 알칸타라가 부진할 당시 1선발로 출격해 팀의 에이스를 맡기도 했다. KBO리그 복수의 투수 출신 사령탑들이 최고의 외국인투수 가운데 1명으로 꼽을 정도로 위력적인 구위를 뽐냈다.
관건은 브랜든의 몸 상태다. 선수의 그라운드 복귀 의지가 어깨 상태 호전과 더불어 마운드 복귀로 이어져야하는데 현재로선 그 어느 것도 정해진 게 없다. 전망 또한 섣부르게 할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선발도 부족하고, 좌완 불펜도 부족한 상황에서 브랜든의 순조로운 재활은 두산에 상당히 반가운 소식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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