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43년 역사에서 이런 듀오는 없었다. 두산 베어스 육상부의 원투펀치 정수빈(34), 조수행(31)이 달리고 또 달린 결과 한국프로야구 최초로 동반 50도루를 해냈다.
정수빈은 지난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16차전)에 1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2회말 KBO리그 최초 기록을 탄생시켰다.
정수빈은 3-1로 리드한 2회말 1사 2, 3루 찬스에서 SSG 선발 송영진 상대 2루수 땅볼을 쳤다. 2루수 정준재가 호수비에 이은 홈 송구로 3루주자 여동건을 잡아낸 사이 1루 베이스를 밟으며 출루에 성공했다.
정수빈은 후속타자 김재호 타석 때 2루 도루에 성공하며 데뷔 첫 단일 시즌 50도루 고지에 올라섰다. 종전 최다 기록은 생애 첫 도루왕을 차지한 지난해 39도루. 그리고 이 도루로 이미 63도루(1위)에 도달해 있는 후배 조수행과 함께 KBO리그 역대 최초 동일팀 동반 50도루를 달성했다.
동반 40도루가 종전 최다 기록이었다. 1997년 OB 베어스 정수근(50도루)-김민호(46도루)에 이어 2015년 NC 다이노스 박민우(46도루)-김종호(41도루)-에릭 테임즈(40도루)가 이를 해냈다. 정수빈-조수행 듀오가 도루 부문에서 내로라하는 레전드들을 넘어 최초의 역사를 썼다.
정수빈은 이에 그치지 않고 5회말 무사 1루에서 등장해 볼넷을 골라낸 뒤 다시 2루를 훔치며 51번째 도루를 신고했다. 황성빈(롯데 자이언츠)과 함께 도루 부문 공동 2위로 올라선 순간이었다.
정수빈은 경기 후 “동일팀 동반 50도루라는 쉽지 않은 기록을 달성했다. 무엇보다 '역대 최초'의 기록을 우리 두산 베어스가 만들어서 기쁘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에 이어 두산 베어스에서 도루왕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좋다”라고 대기록 달성 소감을 남겼다.
정수빈의 말대로 63도루의 조수행은 데뷔 첫 도루왕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공동 2위 황성빈, 정수빈과의 격차는 12개로 잔여경기수(두산 3경기, 롯데 6경기) 감안했을 때 조수행의 무난한 1위가 예상된다. 201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 2차 1라운드 5순위로 뽑힌 조수행은 도루왕을 차지할 경우 데뷔 첫 타이틀홀더의 영예를 안는다.
동반 50도루 달성의 주역인 조수행은 OSEN에 “최초라고 하니 기분 좋다. 그리고 그 기록을 내가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는 (정)수빈이 형과 함께 만들어서 더욱 의미가 큰 것 같다. 내년에도 수빈이 형과 함께 좋은 기록 많이 쌓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수빈이 형은 올 시즌을 앞두고 타격이나 주루에서 정말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 또 전력분석팀과 고토 코치님, 김동한 코치님, 2군에 계신 정진호 코치님께도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라고 최초의 역사에 도움을 준 선배 및 지도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발야구를 앞세운 두산은 SSG를 8-4로 제압, 최근 2연패 탈출과 함께 홈 5연승을 질주하며 4위 자리를 지키고 SSG를 2경기 차이로 따돌렸다. 이제 남은 3경기만 잘 버티면 작년과 달리 홈에서 포스트시즌을 시작할 수 있다.
정수빈은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매 경기가 중요하다는 걸 팀원 모두가 알고 있다. 남은 3경기도 좋은 결과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고, 조수행은 “이제 3경기 남았다. 팀원 모두가 이 경기들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내 역할은 어떻게든 살아나가서 상대 배터리를 흔드는 것이다. 그 점만 신경 쓰고 전력을 다해 뛰겠다”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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