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 배우 4명은 그야말로 열연을 선보였고, 허진호 감독은 원작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촘촘하고 돋보이는 연출을 보여줬다. 신작 '보통의 가족' 얘기다.
24일 오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보통의 가족'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허진호 감독, 주연 배우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 등이 참석했다.
'보통의 가족'(감독 허진호, 제공배급 (주)하이브미디어코프·(주)마인드마크, 제작 (주)하이브미디어코프, 공동제작: (주)하이그라운드)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웰메이드 서스펜스 작품이다. 네델란드의 작가 헤르만 코프의 소설인 '더 디너'를 원작으로 만들어졌으며, 이미 네델란드, 이탈리아, 미국 등에서 영화로 나왔다. '천문: 하늘에 묻는다', '덕혜옹주', '봄날은 간다', '8월의 크리스마스' 등을 연출한 허진호 감독의 신작이다.
'보통의 가족'은 오는 10월 2일 개막하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스페셜 프리미어'에 공식 초청을 비롯해 제48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 섹션에 공식 초청돼 전 세계 최초로 상영됐다. 여기에 제26회 우디네극동영화제, 제18회 런던한국영화제, 제35회 팜스프링국제영화제, 제26회 타이베이영화제 등 공식 초청 19회에 빛나는 놀라운 성과를 보여줬으며, 제44회 판타스포르토 국제영화제 감독주간 최우수 각본상과 제39회 몽스국제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하며 해외 평단의 호평을 받는 중이다.
개봉을 앞둔 설경구는 "작년에 보고 1년 만에 두 번째 보는데 훨씬 더 재밌다", 장동건은 "해외에서 영화가 먼저 소개됐고, 영화를 보신 한국분들과는 처음으로 자리하게 됐다. 긴장되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 오늘 궁금한 것들이나 여러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며 떨리는 소감을 공개했다.
김희애는 "우리 영화가 무거울 수도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외국에서 평론가 분들도 좋게 평점을 주시고, 영화제에서 초대해주셔서 놀랐다. 어떻게 보셨을지 설레고 걱정도 된다", 수현은 "선배님들의 말씀처럼 토론토영화에서 다 같이 모여서 영화를 봤다. 한국에서 소개하는 자리가 가장 설레고 떨린다. 기대에 부응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허진호 감독은 "토론토에서 처음 선보이고 1년 만에 한국에서 보여드리는 자리가 마련됐다. 어느 때보다 설레고 떨린다. 영화를 어떻게 보셨을지 설렌다. 부디 재밌게 보셨길 바란다"며 개봉을 앞두고 긴장되는 마음을 드러냈다.
설경구는 극 중 물질 우선주의 변호사 재완으로 분해 열연했다. 재완은 물질적 욕망을 우선시하며 살인자의 변호도 마다하지 않는 냉철하고 이성적인 변호사다. 장동건은 도덕적이고 정의로운 소아과 의사이자 재완의 친동생 재규를 맡았다. 두 사람은 자신의 아이들이 저지른 충격적인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목도한 후 극과 극의 반응을 선보이면서 파국을 향해 달려나간다.
김희애는 재규의 아내이자 모든 일을 완벽하게 수행하는 워킹맘 연경을 맡아 가족을 지키려는 부모의 생생한 내면을 그려낸다. 그리고 수현은 '보통의 가족'에서 변호사 재완과 재혼한 지수를 소화했다. 진실을 냉철한 시선으로 지켜보는 인물로, 이번 작품으로 첫 국내 영화 데뷔작을 선보인다.
영화 속에는 형제 부부가 저녁 식사를 하는 장면이 총 3번 등장하고, 중요한 변곡점으로 작용한다.
이에 대해 허진호 감독은 "원제가 '더 디너'이고, 4명이 모여서 밥먹는 장면을 찍을 때 길게 찍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카메라를 3대 정도 써서 같은 장면을 반복적으로 찍었다. 배우들이 미세한 심리적인 부분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첫 번째 디너에선 인물들을 소개하는 자리라 유머가 있었고, 두 번째 디너는 아이들의 사고를 알고 나서 만난 뒤 모습들, 세 번째는 그 인물들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등 신경 써서 찍었다"고 밝혔다.
이어 "굉장히 긴 호흡으로 찍어야 되는 장면이라서 배우들과 많게는 8번 정도 찍었다. 화면에 나오지 않을 때도 연기했다. 그런 경우에는 리액션만 하는데, 김희애는 화면에 안 나올 때도 정말 울더라. 그 다음부턴 다른 배우들도 열심히 해줬다.(웃음) 정말 그 장면들에 있어서 7~8번 길게 할 수 있는 부분들이 놀랐다. 덕분에 식사하는 장면들이 긴장감 있고 잘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설경구는 "부부끼리 하는 3번의 식사자리가 제일 중요했다. 감독님이 7~8번 촬영했다고 얘기했는데, 우리가 100컷이 넘었다. 해도해도 끝이 안 났다"며 "멀리서 식사 장면이 보일 땐 와인을 마시면서 화기애애했는데, 카메라가 가까이 올 땐 미묘하게 생기는 균열과 위화감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언급했다.
장동건은 "각각의 식사 자리 주제와 감정이 다르다. 그 장면 찍을 때 배우들이 많이 힘들어했다. 우리 영화가 육체적으로 힘든 건 없었는데, 4명의 입장이 다르고 심리를 표현해야 했다. 그 심리를 겉으로 너무 드러낼 수도 없었다. 기가 많이 빨리는 신이었다. 그때 배우들이 다 모여 있어서 사적으로도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잡담도 많이 했다. 힘들었지만 즐겁고 좋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김희애는 "아까 감독님이 다른 사람들 촬영할 때 내가 울었다고 했는데 기억도 안 난다. 정작 울려고 하면 눈물이 안나고, 안 울어도 될 때 눈물이 나더라. 내 컷이 끝나고 모니터하러 가야하는데 너무 힘들었다. 그냥 내 자리에 앉아 있었다. 밥 먹는게 영화의 하이라이트라서 어떻게든 잘해내서 끝내야 했다", 수현은 "텐션을 뚫고 어떻게 입을 떼느냐가 가장 고민이고 힘들었다. 듣기만 해도 가장 많은 감정이 요동쳤다. 긴 시간에 걸쳐 촬영이 이뤄졌다. 감독님께서 여러가지 제안을 줄 때 배우들은 또 다른 힘이 생겼다. 에너지가 떨어질 시간도 없이 유지됐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날 허진호 감독은 "언론시사회를 오면서 배우들과 '재판장에 들어가는 기분, 재판받으러 가는 것 같다'고 했다"며 "매번 영화를 만들지만 언론시사 자리가 굉장히 떨리고 긴장되는 자리인 것 같다. 이 영화는 배우분들과 스태프들이 즐겁게 그리고 정말 재밌게 열심히 잘 찍었다. 영화가 여러분들의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김희애는 "곰국 끓이듯 푹 끓인 느낌을 받았다.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해서 준비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장동건 "'재판장 들어가는 것 같다'는 기분이라는 얘기를 내가 하면서 들어왔다.(웃음) 영화는 무겁지만 즐겁게 작업했다. 여러분들의 응원과 관심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통의 가족'은 오는 10월 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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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성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