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24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정규시즌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1-5로 역전패를 당했다. 이로써 롯데는 시즌 63승 72패 4무를 기록했다. 5경기를 남겨둔 롯데는 이제 전승을 해도 가을야구 진출이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트래직넘버가 소멸됐다. 2017년 이후 7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
롯데는 올 시즌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빛나는 ‘명장’ 김태형 감독을 선임하면서 새로운 챕터를 열었다. 개혁을 노리면서 새로운 바람을 몰고오기도 했지만 그 바람이 모래폭풍으로 변하며 몸살을 심하게 겪었다.
하지만 출항 초반부터 순탄하지는 않았다. 지난해 10월 김태형 감독이 부임한 뒤 주축 선수였던 내야수 안치홍이 FA 자격을 얻고 한화로 떠났다. 또 다른 FA 핵심 선수였던 전준우를 붙잡았지만 전력 출혈이 없는 건 아니었다. 2차 드래프트에서 안치홍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오선진 최항을 데려왔다. 여기에 스프링캠프 출발 직전, 내야수 김민성을 사인 앤 트레이드로 영입해 내야진을 어느정도 보강했다. 방출 이적 시장에서 SSG에서 방출된 좌완 임준섭을 영입했고 트레이드로 LG의 베테랑 좌완 진해수를 데려오면서 김태형 감독과의 첫 시즌을 준비했다.
그런데 모든 게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시즌 준비를 하면서 내야진을 향한 우려가 내심 걸렸던 김태형 감독이었는데, 우려가 현실이 됐다. 내야진은 공수에서 기대 이하였다. 결국 시즌 개막 일주일 만에 150km를 던지는 군필 잠수함 우강훈을 내주는 출혈을 감수하고 LG에서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던 내야수 손호영을 데려왔다.
5월부터 정상 궤도에 올라섰고 5월 13승 10패 1무, 6월 14승 9패 1무로 두달 동안 순위를 부지런히 끌어올렸다. 가을야구 경쟁을 펼칠 수 위치까지 왔다. 하지만 7월에 접어들자 잠시 팀이 흔들렸다. 이후 9월까지 롤러코스터 같은 시간들을 보냈다. 하지만 시즌 초반 벌어진 승패마진을 다시 거둬들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또 희망고문을 반복한 채 주저앉았다.
애초에 가을야구에 올라설 수 있는 전력이라고 평가받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막판까지 경쟁을 했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을 수 있다. 수확이 없지는 않았다.
윤동희 고승민 나승엽 황성빈 손호영 등이 팀의 새로운 코어 자원으로 자리 잡으면서 세대교체가 확실하게 이뤄진 것은 고무적인 대목. 야수 조련에 더 일가견이 있는 김태형 감독의 강점과 안목이 이 선수들의 재능과 결합이 되면서 희망적인 시즌을 보냈다고 할 수 있다.
외국인 농사도 성공적이다. 선발진의 찰리 반즈, 애런 윌커슨은 모두 규정이닝을 채웠고 이닝이터 역할을 해주며 힘을 보탰다. 반즈가 부상으로 한 달 보름 가량 자리를 비운 게 아쉬운 대목. 그럼에도 두 선수는 리그 최상급 선발 조합이었다. 외국인 타자 빅터 레이예스는 여러 우려를 딛고 중심 타자로서 해결사 능력으로 타선을 이끌었다. 시즌 초반 타선이 부침을 겪었을 때에도 레이예스만이 타선의 중심을 붙잡았다. 현재 레이예스는 200안타에 도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희망들에 만족해서도 안되고 또 악조건과 악재들을 변명해서도 안된다. 어쨌든 롯데는 7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했기에 실패한 시즌이다.
계산했던 전력들인 토종 에이스 박세웅, 그리고 FA 선수들인 노진혁 유강남 한현희가 나란히 부진했던 게 또 뼈아프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올 시즌 롯데와 김태형 감독의 계산을 어긋나게 한 것은 불펜이다. 불펜진을 가장 믿었기에 허탈감도 컸다. 구승민 최준용 김상수 등이 시즌 초반 부침을 겪었다. 신인 전미르가 불펜진을 사실상 이끌어가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팔꿈치 통증을 겪은 6월 이후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 최준용은 고질적인 어깨 통증을 견디지 못하고 수술대에 올랐다. 마무리 김원중까지 가는 길이 험난했는데 김원중도 7월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면서 이길 수 있는 경기들을 연거푸 놓쳤다.
그리고 투수진 계산을 어긋나게 한 한 선수. 나균안도 올 시즌의 아쉬움으로 꼽지 않을 수 없다. 나균안을 올 시즌 초 개인사 논란으로 구단 안팎을 시끄럽게 했다. 구단이 징계를 내릴 사유는 아니지만 사생활이 경기력에 영향을 끼칠 정도였다. 4선발을 차지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균안이 부진하자 하위 선발진 전체가 완전히 재편됐다. 불펜의 과부하도 심해졌다. 또한 6월 말, 선발 등판 전날까지 술자리에 있었다는 팬들의 목격담이 이어지며 물의를 빚었고 구단도 자체 중징계를 내렸다. 이후 불펜으로 돌아왔지만 나균안 본래 모습을 찾기 힘들었다.
여러모로 롯데는 올해 희망적인 부분도 많이 있었고 또 아쉽고 곱씹을 만한 부분들도 많았다. 그러나 7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 실패라는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다. 이제는 지겹지 않을까. 매년 ‘올해는 희망을 봤다’라는 결말로 마무리 짓는 게. ‘희망도르’는 엄연한 허상이자 실패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