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인사도 못 드렸는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손아섭은 지난 25일, 창원 SSG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 복귀했다. 지난 7월 4일 왼쪽 무릎 후방십자인대 손상 부상을 당했다. 시즌 아웃급 부상이라고 모두가 생각했다. 손아섭이 차고 있던 주장 완장도 박민우에게 넘어갔다. 7월 8일 공식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이날 79일 만에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기적적인 복귀였다.
손아섭은 “야구가 그리웠다. 제가 다쳤을 때는 5강 싸움을 하고 있었는데, 빨리 좋아져서 가을야구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었다. 그런 마음으로 재활을 열심히 했는데, 포스트시즌은 떨어졌다”라면서 “그래도 매일 어떻게 하면 더 좋아질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면서 더 빨리 좋아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손아섭은 그리 큰 부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그는 “이런 부상을 당해본 적이 없었다. 한 달 후에 복귀할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큰 부상이었다. 쉽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고 통증도 오래갔다. 그래서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준비했다. 지금도 주위에서는 충분히 빠르게 복귀한 것이라고 한다. 하늘에 감사하다”라고 웃었다.
강인권 감독은 2022년 감독 대행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은 뒤 정식 감독으로 선임됐다. 그리고 강인권 감독 체제에서 선수단의 대표는 손아섭이 맡았다. 강인권 감독은 손아섭이라는 베테랑의 대단한 커리어가 젊은 선수단의 기틀을 잡아줄 것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랬다. 강인권 감독은 정식 감독 부임 첫 해 정규시즌 4위로 가을야구에 진출했고 플레이오프 2차전까지 6연승을 달렸다. 그러나 KT에 리버스 스윕을 당하면서 플레이오프에서 가을야구 여정을 마쳐야 했다. 하지만 강인권 감독과 손아섭의 ‘케미’는 괜찮았고 올해에도 감독과 주장으로 관계를 이어갔다.
하지만 손아섭이 장기 부상을 당했고 뒤이어 박건우까지 손목 골절상을 당했다. 그러면서 NC는 추락했고 강인권 감독의 리더십과 선수단 전체가 휘청거렸다. 결국 현재 모두가 바라지 않았던 결과와 마주했다. 손아섭은 책임을 뼈저리게 통감하고 있다.
그는 “연락을 드렸는데 생각이 많으신지 아직 연락이 닿지 못했다. 메시지를 남겨놓기는 했다”라면서 “일단 팀에서 제가 지금 나이가 가장 많은 최고참이다. 그래서 주장으로서, 최고참으로서 감독인 옆에서 짐을 덜어드리고 힘이 돼 드렸어야 했다. 그런데 부상으로 빠지게 되면서 고참으로 해야 할 역할을 채워주지 못했다”라면서 “부상을 당하고 빠지게 되면서 고참 역할을 하지 못해서 진심으로 죄송하다. 마지막 인사도 못 드려서 마음이 무겁다. 다시 연락을 드려봐야 할 것 같다”라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는 “야구는 선수 2~3명이 좌우할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 제가 빠졌다고 해서 5강에 못 갔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라면서도 “하지만 중계로 경기를 볼 때 상대팀과 승부에서 기에 눌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게 마음이 아팠다. 승패를 떠나서 고참들이 필요한 상황들이 있다.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날 뻔도 했었다. 그런 순간 제가 있었으면 후배들에게 힘이 돼 줄 수 있었고 야구적인 부분들은 그래도 제가 더 경험이 많기 때문에 도움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안됐기에 후배들에게도 미안했고 또 많이 아쉬웠다”라고 곱씹었다.
그는 “냉정하게 말해 쉬운 것은 아닌 것 같다. 150안타 기록은 애착이 있었고 또 자부심도 있었다. 그래서 개인적인 욕심도 있었다. 무산돼서 좀 아쉬웠다”라면서 “사실 100안타를 치면 보너스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내년 시즌도 있고 함께 고생한 후배들과 함께하는 게 더 큰 의미다. 100안타에 미련은 없다. 지금은 좀 쉽지 않은 수치인 것 같다”라고 말하면서 개인 기록보다는 팀과 함께하는 유종의 미를 더 생각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