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은 추가하지 못했지만 56호 도루를 성공한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가 ‘일본 레전드’ 스즈키 이치로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다저스의 지구 우승 확정 매직넘버도 ‘2’로 줄면서 포효했다.
오타니는 2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홈경기에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 3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 1볼넷 1도루 활약을 펼치며 다저스의 4-3 승리를 이끌었다.
2경기째 홈런은 나오지 않았지만 8경기 연속 안타 행진 이어간 오타니는 시즌 타율을 3할1리에서 3할3리(617타수 187안타)로, OPS를 1.024에서 1.028로 끌어올렸다.
3-3 동점으로 맞선 6회말 1타점 적시타를 터뜨린 뒤 오타니는 평소답지 않게 크게 입을 벌리며 포효했다. 3루 다저스 덕아웃을 보며 안타 세리머니도 크게 했다. 경기 후 오타니는 “좋은 상황에서 안타를 쳐 조금 감정적인 모습이 나왔다. 팬들의 열기도, 팀의 사기도 높다. 그런 부분에서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도 “지난주부터 오타니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감정을 표출하고 있다. 그는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이번 샌디에이고와의 시리즈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최고의 선수들은 감정을 갖고 플레이한다”며 “오타니는 감정 조절을 잘한다. 올바른 에너지를 내고 있다. 우리는 모두 그를 신뢰한다”고 말했다.
샌디에이고 우완 에이스 딜런 시즈를 맞아 1회말 첫 타석에서 오타니는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1루에 걸어나갔다. 이어 시즈의 폭투로 2루에 진루한 오타니는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중전 적시타로 홈을 밟아 선취 득점을 올렸다.
3회말 두 번째 타석에선 풀카운트 승부 끝에 루킹 삼진을 당했다. 6구째 한가운데 들어온 시속 98.9마일(159.2km) 포심 패스트볼에 오타니가 그대로 얼어붙었다.
하지만 2-2 동점으로 맞선 4회말 2사 1,2루에서 팀에 리드를 가져오는 2루타를 터뜨렸다. 초구 가운데 몰린 슬라이더를 놓치지 않고 잡아당겨 우측 펜스를 직격하는 1타점 2루타를 터뜨렸다. 시속 116.8마일(188.0km)로 363피트(110.6m)를 날아간 발사각 21도 라인드라이브 타구로 펜스 철조망을 맞고 떨어지며 아깝게 홈런이 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전체 30개 구장 중 14개 구장에서 넘어갈 타구였다.
다시 3-3 동점이 된 6회말에도 오타니가 해결사로 나섰다. 2사 1,2루에서 샌디에이고 좌완 불펜 애드리안 모레혼의 5구째 바깥쪽 높게 들어온 시속 96.1마일(154.7km) 싱커를 받아쳐 좌중간 빠지는 안타로 연결했다. 2루 주자 윌 스미스를 홈에 불러들이며 다저스가 다시 4-3으로 앞서나갔다. 맞는 순간 오타니도 1루로 뛰며 크게 포효했다. 이날 경기 최종 스코어로 오타니의 결승타가 됐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다음 타자 무키 베츠 타석에서 4구째 2루로 뛰어 도루에 성공했다. 좌완 투수 모레혼을 마주본 상태로 완벽하게 타이밍을 빼앗아 2루에 서서 들어갔다. 시즌 56호 도루. 이로써 오타니는 2001년 이치로가 시애틀 매리너스 소속으로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 기록한 아시아 선수 한 시즌 최다 56도루 기록과 타이가 됐다. 지난 7월24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부터 최근 33연속 도루 성공 행진까지 이어갔다. 올해 56도루를 하는 동안 실패는 단 4개로 성공률이 93.3%에 달한다.
8회말 마지막 타석이 돌아올 것으로 기대됐지만 오타니 앞에서 또 병살로 끝났다. 8회말 1사 1루에서 대타 키케 에르난데스가 유격수 병살타를 쳤다. 전날(25일) 샌디에이고전 9회말 끝내기 삼중살에 이어 또 한 번 오타니 타석에서 흐름이 끊겼지만 다저스는 9회초 마무리로 나선 마이클 코펙이 실점 없이 막고 1점 차로 승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