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포스트시즌 모드에 들어갔다. 전 세계 야구 역사상 최초로 50-50 대기록을 세운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가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래 놀라운 집중력을 이어가고 있다. 얼마나 몰입했으면 전에 볼 수 없었던 격한 감정 표현까지 하고 있다.
오타니는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치러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홈경기에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 6회 결승타 포함 3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 1볼넷 1도루 활약으로 다저스의 4-3 승리를 이끌었다.
만약 이날 다저스가 패했다면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2위 샌디에이고에 1경기 차이로 쫓길 수 있었다. 상대 전적 열세가 확정돼 사실상 1위 자리를 내줄 위기 상황이었다. 전날(25일) 끝내기 삼중살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만큼 다저스에 좋지 않은 흐름이었지만 오타니가 분위기를 바꿨다. 결정타 두 방으로 다저스를 구한 것이다.
2-2 동점이 된 4회말 2사 1,2루 찬스에서 오타니는 샌디에이고 선발 딜런 시즈의 초구 슬라이더가 가운데 몰린것을 놓치지 않고 잡아당겼다. 우측 펜스를 직격하는 라인드라이브 2루타로 팀에 3-2 리드를 안겼다. 2루에 뛰어간 오타니는 3루 다저스 덕아웃을 바라보며 두 팔을 들고 기뻐했다.
다시 3-3 동점으로 맞선 6회말 2사 1,2루에서 오타니가 다시 한 번 해결사로 나섰다. 샌디에이고 좌완 애드리안 모레혼의 5구째 바깥쪽 높은 싱커를 통타, 중견수 오른쪽에 빠지는 1타점 적시타를 때렸다. 다저스의 4-3 승리를 이끈 결승타. 오타니는 타격 후 1루로 뛰어가며 입을 크게 벌린 채 포효했다. 이어 클레이튼 맥컬러프 1루 베이스코치와 머리를 맞댄 뒤 덕아웃을 향해 두 팔을 들어 몸을 비트는 세리머니가 어느 때보다 크고 격했다.
‘MLB.com’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지난주부터 오타니가 지금껏 본 적 없는 감정을 표출하고 있다. 그는 포스트시즌 냄새를 맡았고, 이번 시리즈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최고의 선수가 감정을 갖고 플레이하면 모든 선수들이 따라간다. 나도 그렇고 우리 선수들 모두 오타니를 신뢰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팀 동료 맥스 먼시는 “오타니는 최고의 야구 선수다. 절대 아웃을 당할 것 같지 않다. 그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놀라운 일이 일어나길 기다리는데 실망시킨 적이 거의 없었다”면서 오타니의 격한 감정 표현에 대해 “우리에게 큰 의미가 있다. 우리 팀에는 포스트시즌 경험이 풍부한 선수가 많은데 경험해보지 못한 선수들이 그런 감정을 표출할 때 확실히 자극을 받는다. 그런 모습을 보면 정말 흥분된다”고 말했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LA 에인절스에서 가을야구를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오타니는 우승에 목말라있다. 우승을 위해 FA로 다저스에 왔고, 첫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됐다. 올해 50-50 활약에도 득점권 타율(.270), OPS(.869)가 다소 낮은 게 아쉬웠는데 가을 바람이 불기 시작한 요즘 들어 찬스를 놓치지 않는 클러치 능력을 뽐내고 있다.
이날 6회 결승타 과정에서도 오타니는 서두르지 않고 집중력을 유지했다. 투스트라이크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지만 3~4구 바깥쪽으로 유인하는 볼을 참아낸 뒤 5구째 존에 들어온 공을 기다렸다는 듯 공략했다. 로버츠 감독은 “인내심을 갖고 자신의 공을 기다렸다. 기회가 왔을 때 무언가를 해내고 있다”고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