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작가 겸 방송인 기안84는 '고인물'로 평가받는 예능 씬에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 인물이다. 동시에 예능 대부 이경규에게 큰 자괴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작년 이맘때쯤엔 기안84가 MBC '방송연예대상'의 강력한 대상 후보로 거론되며 이변 없는 트로피의 주인공이 됐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기안84는 '2023 MBC 방송연예대상' 시상식에서 비연예인 최초로 단독 대상을 받았다. '국민 MC' 유재석과 전년도 대상 수상자 전현무가 라이벌로 지목됐지만, 사실상 기안84의 어마어마한 기세를 막지 못했다.
그는 2016년 처음으로 '나혼자산다'에 등장해 7년 만에 대상을 차지했고, 무엇보다 '비연예인 최초'의 대상이라는 점이 화제를 모았다. 최근 이경규가 후배 하하를 향해 "기안84 웹툰 작가가 연예대상을 받는 그런 시대다. 하하야 우린 끝났어"라며 자조 섞인 발언으로 관심을 모았다.
연예대상 시상식에 여러 의미를 던진 기안84의 첫 대상, 이경규의 멘트가 단순히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다. 그 기세를 몰아 2연속 대상을 응원하는 팬들도 많았다. 그러나 기안84를 대상 자리에 올려놓은 '태계일주' 시리즈의 스핀오프가 기대 이하의 반응을 얻으면서 2024년 트로피는 안갯속이다.
2022년 12월 첫 방송된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는 올해 2월 시즌3까지 선보였고, 최고 시청률 6.7%(닐슨코리아 전국)를 기록했다. 채널 경쟁력을 가늠하고, 광고 관계자들의 지표가 되는 핵심인 2049 시청률도 성공적이었다. 반면, '음악일주'는 2~3%대 시청률과 내용면에서도 '날 것의 매력이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중이다.
본격적인 시상식 시즌까지 아직 이르지만, 절대적 지지를 받는 1인이 없다면 자연스럽게 꺼내는 카드가 바로 '어대유'다. '어차피 대상은 유재석'의 줄임말.
유재석은 '2022 SBS 연예대상'에서 대상 트로피 1개를 추가하며 총 19관왕에 올랐고, "감사하게도 열아홉 번째 대상을 받게 됐다. 목표나 계획을 안 세웠는데 이렇게 된 거 20개 채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지상파 3사 무관에 그친 유재석은 'SBS 연예대상'에서 '(19개 대상 트로피의) 아홉수를 피해 갈 수 있겠냐?'는 질문에 "난 아홉수보다 다음 주 녹화가 더 걱정"이라며 "아홉수, 그거 별거 아니다. 올해는 안 된다, 그러면 내년에 하면 된다. 내년에 안 된다면 내후년에 하면 된다. 내겐 아직 시간이 있다. 걱정하지 마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의 명성과 영향력만 본다면 '어대유'는 반박 불가지만, 유재석이 출연 중인 '놀면 뭐하니?'의 대중적 인기와 시청률, 파급력 등을 따져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2022년 김태호 PD가 21년 만에 친정 MBC를 퇴사하면서 연출진이 바뀌었고, 이를 계기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정준하, 신봉선의 하차와 이이경, 주우재, 박진주 등의 젊은 피 합류로 멤버 정비가 이뤄졌으나, 여전히 '김태호x유재석 콤비'를 그리워하는 시청자들이 존재한다. '놀면 뭐하니?'가 넘어야 할 벽이자, 풀어야 할 숙제일지도 모른다.
매년 3사 시상식이 '그 밥에 그 나물'이란 비판 속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MBC 연예대상', 결국 돌고 돌아 어대유가 될지, 남은 3개월간 드라마틱한 반전이 생길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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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2023 MBC 방송연예대상' '르크크 이경규' '음악일주' '놀면 뭐하니'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