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T 위즈는 왜 5위 결정전 선발투수로 당초 계획했던 고영표가 아닌 엄상백을 예고한 것일까.
SSG 랜더스는 지난 30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시즌 최종전에서 7-2 완승을 거두며 KT와 함께 72승 2무 70패 공동 5위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2022시즌 이전의 동률 규정대로라면 KT가 가을 무대를 밟는다. KBO리그는 동률 팀이 나올 경우 상대 전적, 다득점, 전년도 성적순으로 순위를 가리는데 두 팀은 정규시즌 8승 8패로 팽팽히 맞섰고, 다득점에서 KT가 앞섰다. 동률을 이뤘음에도 KT가 5위, SSG가 6위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KBO는 2022시즌에 앞서 두 팀이 정규시즌 공동 5위로 동률을 이루면 와일드카드 결정전 전날 단판으로 치르는 5위 결정전을 신설했다. 5위 결정전 장소의 경우 상대 전적, 다득점 지표가 반영되는데 10월 1일 다득점에서 앞선 KT의 홈 수원KT위즈파크에서 운명의 단판 승부가 열리게 됐다.
28일 수원 키움 히어로즈전을 끝으로 정규시즌을 마친 KT 이강철 감독은 5위 결정전이 열린다는 가정 아래 선발 로테이션을 꾸렸다. 27일 수원 키움전 윌리엄 쿠에바스, 28일 키움전 웨스 벤자민, 10월 1일 5위 결정전 고영표, 2일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진출 시) 엄상백 순으로 순서를 맞춰놨다.
그런데 믿었던 외국인 원투펀치가 최종 2연전에서 나란히 조기에 무너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27일 쿠에바스가 3⅓이닝 4실점, 28일 벤자민이 3⅓이닝 6실점(4자책)으로 나란히 4회를 채우지 못했다. 심지어 27일 경기는 연장까지 치르며 김민수, 김민, 소형준, 박영현, 손동현, 주권, 우규민 등 불펜투수 7명을 소진해야 했다. 물론 2경기 모두 승리를 거둬 5위 결정전에 나서게 됐지만, 불펜 소모가 심각했다.
이 감독은 28일 경기에서 21일 수원 SSG전을 끝으로 휴식 중인 고영표를 불펜피칭 개념으로 1이닝만 등판시키는 계획을 세웠다. 혹시나 열릴 타이브레이커를 대비해 몸을 푸는 개념이었다. 그런데 벤자민이 조기에 무너진 뒤 주권마저 난조를 보이면서 세 번째 투수로 고영표를 투입해 무려 5이닝을 맡겼다. 고영표의 변화구가 가장 좋았을 때의 각을 되찾으면서 계획을 바꿔 고영표 카드를 9회까지 밀어붙였다. KT는 그 덕에 10-7 역전승을 거둬 공동 5위를 확보했다.
고영표는 이날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늘리면서 5이닝을 소화했으나 투구수가 48개에 불과했다. 이에 9월 29일과 30일 이틀 휴식에도 10월 1일 타이브레이커 등판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고영표 역시 취재진과 만나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내가 잘 던질 수 있는 컨디션을 만들어야 한다. 난 그런 의지가 있고, 나가서 잘할 수 있다”라고 투혼을 약속했다.
이틀 휴식한 고영표의 타이브레이커 등판이 점쳐진 또 다른 이유는 고영표가 올해 부진 속에서도 SSG에는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올 시즌 4경기 3승 1패 평균자책점 2.08로 호투했고, 지난해 또한 3경기 3승 평균자책점 2.05로 강했다. 고영표는 SSG 타자들에게 공포 그 자체인 존재였다.
그런데 이 감독은 9월 30일 SSG-키움전이 끝난 뒤 10월 1일 타이브레이커 선발투수로 고영표가 아닌 엄상백을 예고했다. 왜일까. KT 관계자에 따르면 고영표가 최종전에서 당초 예상에 없었던 5이닝을 소화하면서 5위 결정전 플랜이 바뀐 것으로 전해졌다. 투구수가 48개로 적었지만, 이틀 휴식 후 등판은 무리라는 판단이 선 모양이었다. 대신 24일 수원 롯데 자이언츠전이 마지막 등판이었던 엄상백 카드를 꺼내들었다.
엄상백의 시즌 성적은 29경기 13승 10패 평균자책점 4.88로, 24일 롯데전 5이닝 1실점(비자책) 이후 엿새를 쉬었다. 다가오는 스토브리그에서 FA 자격을 앞두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매 경기 동기부여가 되는 상황이다. 특히 시즌 최종전 퍼포먼스가 아쉬웠기에 번외 경기이지만, 다시 한 번 FA 쇼케이스 기회가 찾아온 부분이 호투를 기대케 한다. 큰 경기 강한 면모는 몸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다.
엄상백은 올해 SSG 상대로 3경기 1승 2패 평균자책점 4.67을 남겼다. 4월 14일 수원에서 5이닝 4실점, 4월 26일 인천에서 6⅔이닝 4실점(3자책)으로 연달아 패전투수가 됐지만, 8월 24일 인천에서는 5⅔이닝 2실점으로 승리를 챙겼다.
한편 이에 맞서는 SSG는 빅게임피처 로에니스 엘리아스 카드를 꺼내들었다. 엘리아스의 시즌 성적은 22경기 7승 7패 평균자책점 4.08로, 최근 등판이었던 26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7이닝 10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올해 KT 상대로도 2경기 2승 평균자책점 3.07로 강한 면모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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