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4일이었다. 이숭용 SSG 감독은 전날(23일) 두산에 4-8로 역전패한 경기를 복기하며 “투수 교체는 정답이 없잖아요. 결과을 놓고 얘기를 하는 거니까”라고 언급했다.
SSG가 ‘정답이 없는’ 투수 교체로 한 시즌을 허무하게 끝냈다. SSG는 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5위 결정전에서 3-4 역전패를 당하며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에 실패했다.
아쉬웠다. SSG는 선발 엘리아스가 1회 로하스에게 솔로 홈런을 맞았으나, 이후 최고 155km 강속구를 던지며 6이닝 2피안타 1실점으로 틀어막았다.
SSG는 0-1로 뒤진 2회 1사 후 최지훈의 우선상 2루타에 이어 정준재의 중전 적시타로 1-1 동점을 만들었다. 5회 2사 후 최지훈, 정준재, 최정의 3연속 안타로 2-1로 역전시켰다. 8회 최정이 고영표 상대로 솔로 홈런을 터뜨려 3-1로 점수 차를 벌리며 승기를 잡았다.
7회 등판한 노경은이 1이닝을 막고, 8회 선두타자 심우준에게 안타를 허용했다. 여기서 SSG는 투수를 교체했다. 김광현이 등판했다. 결과는 충격의 역전패였다. 김광현은 대타 오재일에게 2구째 우전 안타를 맞았고, 로하스 상대로 3구째 역전 스리런 홈런을 맞으며 3-4로 패배했다. 공 5개로 승패가 뒤바뀌었다.
투수 교체에 정답이 없다고 하지만, 미리 준비한 계획에서 어긋나는 변칙은 결과적으로 무모했다.
경기 전 이숭용 감독은 “엘리아스를 믿고 갈 때까지 가볼 생각이다. 김광현, 앤더슨을 중간에 투입할 상황도 아니다. 노경은 카드를 언제 쓸지 고민이다. 뒤로 가면 조병현이 있고, 오늘 이로운을 등록했다. 2군에서 퍼포먼스가 좋다는 보고를 받았다. 상황에 따라 이로운도 가능하다. 오늘은 순리대로 갈 생각이다”라고 준비한 플랜을 설명했다. 노경은은 2이닝을 던질 수 있다고도 했다.
경기는 SSG의 구상대로 흘러갔다. 7회 등판한 노경은은 삼자범퇴로 끝냈다. 8회 심우준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투구 수 16구에 불과했다. 노경은은 지난달 28일 한화전에서 1⅔이닝 28구를 던지며 1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틀을 쉬었기에, 경기 전 “2이닝 가능”을 언급했다.
노경은은 좌타자 김민혁 상대로 올해 3타수 1안타였다. 이날 김민혁은 3타수 무안타 1삼진으로 썩 좋은 타격감은 아니었다. 노경은은 올 시즌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 2할3푼,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 2할3푼4리로 별차이가 없다.
어쨌든 감독의 선택은 김광현이었다. 김광현은 올해 김민혁 상대로 5타수 1안타, 로하스 상대로 10타수 무안타로 강했지만, 이틀 휴식 후 등판이었다. 그것도 김광현은 지난달 28일 한화전에 선발투수로 등판해 97구를 던졌다. 올 시즌 김광현은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들 중에서 평균자책점이 최하위로 성적이 예년만 못했다.
김광현이 등판을 강력하게 원했다고 하더라도, 최종 결정은 감독의 판단이고 책임이다. 과정이 어떻게 되더라도 결과에 따른 책임도 감독의 몫이다.
예전같지 않은 김광현의 구위, 97구를 던지고 이틀 휴식 후 불펜 등판 보다는 노경은이 계속해서 던지며 김민혁을 상대하는 것이 순리였다. 투구 수가 한계치에 이른 것도 아닌데, 무사 1루에서 교체는 한 시즌 내내 헌신한 노경은에게 아쉬움이 가득했을 것이다. 노경은은 40세 나이가 무색하게 리그에서 가장 많은 77경기 83⅔이닝을 던졌다. 최고령 홀드왕을 차지했고, 멀티 이닝도 수 차례 던졌다. 마지막 경기에서 끝까지 믿어줘야 했다.
결국 시즌 막판 강력한 구위를 뽐낸 마무리 조병현은 쓰지도 못했다. 조병현은 9월 30일 키움전에서 등판했지만, 7-2로 앞선 9회 2사 만루에서 마운드에 올라 1타자 상대로 공 3개를 던졌다. 조병현은 9월 한 달 동안 12경기에 등판해 1홀드 8세이브 평균자책점 ‘0’을 기록했다. 13이닝을 던지며 45명의 타자를 상대했는데, 안타는 단 1개 허용하고 18탈삼진 4볼넷의 위력적인 투구를 보여줬다.
불펜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가장 구위가 좋은 두 투수에게 3이닝을 나눠 맡겨서, 그래도 역전패를 당했다면 덜 아쉬웠을 것이다.
시즌 막판 SSG는 마지막 12경기에서 10승 2패를 기록했다. 지난달 23일 두산, 24일 LG에 2연패를 당하며 5위 KT에 1경기 차이로 뒤처졌다. 남은 4경기를 모두 승리해야 KT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매 경기가 지면 탈락인 벼랑 끝 승부와 마찬가지였다. NC와 2경기를 모두 승리했고, 28일 한화전과 30일 키움전에 승리하며 72승2무70패로 KT와 동률이 됐다.
기적과 같은 연승으로 역대 최초 5위 결정전까지 성사시켰고, 8회초까지 3-1로 앞서며 승리가 보였으나, 충격적인 역전패로 포스트시즌 진출이 무산했다. 허무한 시즌 마지막 경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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