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디션 좋은 선수가 나간다".
한국시리즈에 선착한 KIA 타이거즈는 정규시즌을 마치자 사흘간의 꿀맛 휴가를 즐기고 있다. 4일부터 한국시리즈 대비훈련에 돌입한다. 그러나 이범호 감독은 몸은 쉬어도 머리는 계속 돌아간다. 30명의 엔트리는 물론 시리즈 선발라인업까지 여러가지 구상을 해야 한다.
포지션은 정규리그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대목은 1루수 옵션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올해 1루를 지켰던 주전은 이우성이었다. 그러나 이우성이 부상과 복귀 이후 타격컨디션에 주춤했다. 그 사이 변우혁의 타격이 일취월정했고 201안타 서건창도 고감도 타격을 펼쳤다.
이우성은 작년 시즌을 마치고 외야수에서 1루수 변신을 시도했다. 1루수가 무주공산이라는 점을 고려한 시도였다. 마무리캠프와 비시즌기간,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까지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1루수 변신에 성공했다. 가끔 외야수로 나서기도 했으나 확고한 주전으로 자리를 잡았다.
타격도 3할 타율을 웃돌며 고공행진을 펼쳤다. 그러다 6월말 햄스트링 부상을 입고 40일 동안 이탈했다. 부상이전까지 3할1푼7리의 타율로 강타선의 일원으로 활약했다. 재활을 마치고 8월7일 복귀했다. 그러나 부상 복귀 이후 타율이 2할2푼3리(121타수 27안타)에 불과했다. 이범호 감독도 타격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자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우성이 빠지자 변우혁이 기회를 잡았다. 땅볼 처리나 포구 등 수비력은 안정감이 있었다. 대신 타격이 뒷받침되지 못했었다. 올해는 달랐다. 선구안이 좋아지고 불리한 카운트에서도 안타를 터트리는 등 대응능력이 크게 좋아졌다. 규정타석은 미치지 못했지만 타율 3할4리(168타수51안타) 5홈런 21타점을 올렸다. 삼진도 줄었다. 3루까지 백업이 가능하다는 장점까지 보였다.
서건창은 개막초반 2루와 1루수 백업으로 중요한 몫을 해주었다. 8월초 퓨처스팀에서 재충전 기간을 가졌고 9월5일 복귀 이후 무려 5할6푼5리의 맹타를 휘두르며 정규리그 우승에 큰 힘을 보탰다. 시즌 타율 3할1푼(203타수 63안타) 1홈런 26타점 40득점의 성적을 냈다. 연봉 5000만원을 감안하면 엄청난 가성비였다. 신의 한 수로 꼽혔다.
이우성이 상대적으로 주춤했고 변우혁과 서건창을 쾌조의 타격을 과시했다. 때문에 한국시리즈 주전 1루수를 누구를 기용하느냐도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다. 일단 상대 선발의 유형에 따라 외야와 1루수가 바뀔 수 있다. 좌투일 경우 이우성이 외야로 나가고 1루수는 변우혁이 나설 수 있다. 우투일 경우는 서건창이 나설 수도 있지만 변우혁과 이우성 가운데 한 명을 기용할 수도 있다.
반대로 시리즈는 좌우놀이 보다는 최상의 타격 컨디션을 보여주는 선수가 나갈 수 있다. 이범호 감독도 "한국시리즈는 페넌트레이스와 다르다. 컨디션이 제일 좋은 선수를 출전시키겠다. 우성이가 조금 컨디션 안좋았다. 한국시리즈 대비훈련 남은 3주 기간 중에 누가 컨디션 좋을지 모른다. 연습경기 보고 첫 경기에 선수를 정할 것이다. 최상의 컨디션을 보이는 선수가 (라인업에) 올라갈 것이다"고 말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