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전,란'이 넷플릭스 작품 최초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BIFF) 개막작이 됐다. OTT 작품이 개막작으로 확정되자 이를 두고 다양한 반응이 나왔고, 기자회견에서도 관련 질문이 이어졌다.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는 29회 BIFF 개막작인 넷플릭스 '전,란'의 시사회가 열렸다. 이후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 9층에서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주연 배우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김신록, 진선규, 정성일, 김상만 감독 등이 참석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전,란'(감독 김상만, 각본 신철·박찬욱, 제작 모호필름·세미콜론 스튜디오, 제공 넷플릭스)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 분)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 분)이 선조(차승원 분)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부국제 역사상 개막작으로 스크린 상영작이 아닌 OTT 플랫폼 작품이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 '심야의 FM'의 김상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헤어질 결심' '아가씨' '설국열차' 등을 제작한 모호필름이 세미콜론 스튜디오와 제작을 맡았다. 무엇보다 세계적 거장 박찬욱 감독은 '전,란'의 제작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신철 작가와 함께 공동집필로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전,란'은 박찬욱 감독과 넷플릭스가 함께하는 첫 한국 영화로 기대를 모으고 있으며, 10월 11일 전 세계 시청자에게 공개된다.
강동원은 극 중 신분은 천하지만 최고의 검술 실력을 가진 천영을, 박정민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외아들 종려를, 김신록은 그 어떤 역경에도 꺾이지 않는 굳센 의지를 가진 의병 범동을, 진선규는 혼란 속에서 민중을 이끄는 양반 출신 의병장 김자령을, 정성일은 일본군의 잔혹한 선봉장 겐신을, 차승원은 백성을 버리고 도망친 난세의 군주 선조를 각각 연기했다.
김상만 감독은 "10년 만에 영화를 찍어서 기대감과 설렘이 있었는데 개막작이 되어서 한편으론 아리송했다. 또 훌륭한 배우들과 즐겁게 촬영한 기억이 있다", 강동원은 "부산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오랜만에 영화제를 찾아서 기쁘다", 박정민은 "개막식을 한 번도 참여한 적이 없는데 이렇게 개막작으로 와서 기분이 좋다.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하겠다", 차승원은 "백성을 챙기지 않고 자신의 안위만을 챙기는 선조를 연기했다. 나도 모든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하겠다"며 각각 소감을 밝혔다.
'전,란'은 실화를 바탕에 두고 있지만, 대부분 창조된 인물이 등장한다. 감독은 "임진왜란이라는 시대적 배경으로 출발했고, 선조 시대 외에는 다 창조된 인물들"이라며 "실화기반 보다는 배경 정도만 가져왔다. 조선왕조실록 내용들을 반영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영화가 개막작으로 선정된 점에 대해 김상만 감독은 "최근 영화계가 어렵다는 얘기가 있는데, 시대마다 그런 고비가 한 번씩은 있다. 그건 통과의례 같다. 그래도 영화 자체가 없어지진 않을 것"이라며 "부산영화제에서 감히 오만한 말일 수도 있지만, 영화는 생명력을 유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김신록은 "넷플릭스 영화로 공개가 되는데, 전 세계 190개국에 오픈된다. 여러 나라에서 사랑해주시면 스크린에서도 이어지고 꼭 넷플릭스 영화가 아니라 극장에 걸리는 영화가 활력을 얻고 좋은 평과 관심을 얻길 바란다", 박정민은 "영화 현장에서 항상 스태프와 배우들이 치열하게 만든다. 우리는 그 노력을 계속 해나갈 거고, 그 노력을 놓지 않는 한, 좋은 영화제에 작품을 들고 오는 일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전,란'은 OTT 작품이라는 것 외에도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라는 점, 주로 독립영화가 개막작을 장식하던 것과 비교하면 BIFF의 파격행보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미 2017년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측이 넷플릭스 영화 봉준호의 '옥자'를 경쟁부문에 초청한 바 있다. 당시 OTT가 지금처럼 대중화되기 전이라서 논란과 잡음이 있었지만, 현재 빠르게 변해가는 시장에서 OTT 작품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BIFF만 해도 OTT에 문을 활짝 열면서 일찌감치 '온스크린' 섹션을 만들었다. '전,란'의 개막작 선정은 오히려 다소 늦은감이 있다.
그럼에도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전,란'이 왜 개막작이 됐는지에 대한 질문이 여러 번 반복됐다. 그만큼 '처음'이기 때문에 관심이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박도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후보작으로 봤을 때 개인적으로 말하면 대중적으로 다가가기 좋은 영화였다. 청불 등급도 모험이지만 한번 시도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며 "이번은 넷플릭스 작품이지만, 우리가 그동안 완성도 높은 독립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했고, 앞으로도 독립영화를 선정한다는 그 기조는 변하지 않는다. OTT든 아니든 거기에 대한 건 언제든 개방돼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김상만 감독은 "종종 OTT 작품의 영화제 노미네이트가 논란이 돼 왔다. 그 논란 자체를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TV화면처럼 사이즈가 작아서 문제라면, 그것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며 "내가 어릴 때 봤던 영화가 '가위손'인데 과거 군 휴가를 나와서 신촌에 있는 영화관에서 봤었다. 100인치 영화관이었다. 사이즈는 상관없이 좋은 영화였다. '반드시 상영 조건과 일치해야 하는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요즘 가정용 TV도 80~100인치가 넘어간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는 공동의 경험, 한 공간에서 온전히 작품을 즐길 수 있는 환경, 그 환경에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과 공유하는 경험을 계속 가져갈 것이냐 질문해야 한다. 그건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다. 그걸 관객들이 버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만드는 사람들이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제임스 카메론처럼 높은 기술력, 새로운 표현법 등 만드는 사람이 더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소신을 내비쳤다.
한편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1일까지 영화의전당, CGV센텀시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등 부산 일대에서 개최된다.
/ hsjssu@osen.co.kr
[사진] 이석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