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투수의 1이닝 조기 강판도 충격적이었지만, 타선이 찬스에서 침묵하며 따라갈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불펜이 2회부터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상대를 초조하게 만들었는데, 한 방이 터지지 않아 반전에 실패했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는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T와 2024 KBO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0-4로 패배했다.
믿었던 선발 투수 곽빈이 1회에만 5피안타를 맞으며 4점을 허용하면서 어려운 경기로 끌려갔다. 곽빈의 초반 4실점 만큼 타선의 빈타도 아쉬웠다.
결정적으로 핵심 타자 양의지가 쇄골 통증으로 선발 출장하지 못했다. 경기 전 이승엽 감독은 “양의지는 아직 선발로 나갈 상태는 아니다. 70~80% 정도만 되도 나가는데 그 정도도 안 된다. 타격이 어렵다. 혹시 상황이 된다면 경기 후반 대수비는 가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산은 0-4로 뒤진 1회말 선두타자 정수빈이 재치 넘치는 기습 번트 안타로 출루했다. 이어 김재호가 중전 안타를 때려 무사 1,2루 추격 찬스를 만들었다. 하지만 제러드는 KT 선발 쿠에바스의 초구를 때렸고, 1루수 직선타로 아웃됐다. 4번타자 김재환도 쿠에바스의 초구를 공략했는데, 1루수 땅볼로 아웃됐다.
자신이 노린 존에 공이 들어오면 초구부터 과감하게 배트를 돌려야 한다. 그런데 위기에 몰린 쿠에바스가 흔들릴 수 있는 틈을 주지 않았다. 결국 2사 2루와 3루에서 양석환은 유격수 땅볼 아웃으로 물러나 1점도 따라붙지 못했다.
3회말에는 선두타자 조수행의 번트 타구는 투수 정면이었다. 투수가 잡아 1루로 던졌는데 2루수가 포구 실책을 하면서 세이프됐다. 상대 실책으로 만든 무사 1루. 그러나 정수빈이 뜬공 아웃, 1사 후에 조수행이 2루 도루를 성공했으나 김재호도 뜬공 아웃으로 돌아섰다. 2사 2루에서 제러드는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두산은 6회말 선두타자 정수빈이 중전 안타로 출루했다. 1회 이후에 처음 나온 안타였다. 김재호가 포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났지만, 제러드가 우전 안타를 때려 1사 1, 3루 찬스를 만들었다.
4~5번 중심타자들이 한 방이 때려준다면 추격할 기회는 있었다. 그러나 김재환이 쿠에바스의 바깥쪽 백도어 슬라이더에 루킹 삼진을 당했다. ABS 존의 보더라인에 살짝 걸쳤다. 야구의 신이 두산에 등을 돌린, KT에 운이 따른 장면이었다. 2사 1,3루에서 양석환은 볼카운트 1볼에서 3연속 헛스윙을 하며 삼진으로 돌아섰다.
9회 마지막 공격에서도 2사 1루에서 허경민이 좌선상 2루타를 때려 2,3루 마지막 찬스를 만들었다. 쇄골 통증에도 8회초 대수비로 출장한 양의지가 타격을 하지 못해 대타로 교체됐다. 여동건이 대타로 나섰으나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 영봉패를 당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결국은 쳐야 이긴다. 오늘도 추가점이 나오지 않아서 힘들었다”고 했다. 두산이 1회 무사 1,2루와 3회 상대 실책으로 만든 무사 1루에서 한 두 점을 따라갔더라면 경기 흐름은 달라졌을 것이다. 6회도 늦지 않은 시점이었다.
양의지는 올 시즌 타율 3할1푼4리, 17홈런, 94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득점권에서 타율 3할9푼3리로 강했다. 단기전에서 중심 타자가 해줘야 하고, 양의지는 지금까지 주요 경기에서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한 방을 자주 보여줬다. 양의지의 쇄골 부상이 뼈아프다. 과연 2차전에서는 타선이 터져 양의지의 부상 공백을 느끼지 않게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승엽 감독은 2일 패배 후 양의지의 내일 출전 여부를 묻는 질문에 “내일 운동장에서 다시 체크를 해봐야할 거 같다”고 말했다. 양의지는 이날 경기 전에 "타격을 할 때 통증이 있다. 준플레이오프에 맞추려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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