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가 '박하사탕'을 보지 못하는 이유를 공개했다.
3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 백화점 센텀시티점 9층 문화홀에서는 '액터스 하우스'가 진행됐고, 첫 번째 주인공 배우 설경구가 참석했다.
BIFF 대표 이벤트 프로그램인 액터스 하우스는 올해로 4회를 맞았고, 설경구, 박보영, 황정민, 천우희가 초청됐다. 액터스 하우스는 동시대를 대표하는 배우들을 초대해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와 작품세계를 깊이 있게 조명하는 자리다.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돌풍'(2024)을 통해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낸 설경구는 이번 액터스 하우스에서 배우로서 새로운 면모와 진가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개봉을 앞둔 신작 '보통의 가족'에서도 스타 변호사 재완으로 분해 또 한번 열연을 펼쳤다.
연기 인생 30년이 넘은 설경구는 2000년 개봉한 '박하사탕'으로 데뷔했다. 이창동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문소리가 중증뇌성마비장애를 앓는 여주인공을 연기했다. 영화계 신인 설경구와 문소리가 놀라운 열연을 선보이며 극찬이 쏟아졌다.
그는 "난 '박하사탕' 못 본다. 마지막으로 본 게 부국제였다. 그때만 해도 낮에는 GV 하고 밤에는 그렇게 술을 먹는다. 옛날에는 신문 깔고 술을 먹는다. 그때가 그립다. 그러다 새벽 3~4시가 되면 호텔에서 기어나온다"며 "외신 기자회견이었는데 술이 덜 깨서 갔다가 잠깐 들어가서 영화를 봤다. 눈물을 펑펑 흘리고 나왔는데 그 이후로 못 본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박하사탕' 찍을 때 현장을 가면 이창동 감독님이 조곤조곤 배우들을 조졌다.(웃음) 감독님 앞으로 안 다녔다. 눈 마주칠까봐 뒤로 다녔다. 촬영 다 끝나고 친해졌다"고 고백해 웃음을 자아냈다.
설경구는 "캐릭터와 촬영 끝나자마자 멀어지고 싶다. '박하사탕' 이야기를 하면 아직도 뭔가 훅 올라온다. '박하사탕' 이야기를 안 할 땐 상관없는데 이야기하면 올라온다. 떨어졌다고 생각해도 막상 이야기 하면 그렇다"고 말했다.
"언제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 "못 볼 거 같다. 죽을 때 같이 보내줘라"며 웃었다.
한편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1일까지 영화의전당, CGV센텀시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등 부산 일대에서 개최된다.
/ hsjssu@osen.co.kr
[사진] 이석우 기자